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가 무거운 표정으로 만났다. 12월1일 오후 2시30분 탄핵안 발의를 위한 마지막 시점에 만난 야3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발의 시기를 논의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12월9일 처리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으면서 합의는 결렬됐다. 특히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의견 차이만 확인하고 끝난 자리가 됐다.
12월2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표결하려면 2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 전까지 탄핵안이 발의돼야 한다.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안은 발의된 뒤 처음 개최되는 본회의에 보고돼야 하는데 12월1일 본회의에 보고돼야 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발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
추 대표는 12월2일 탄핵안 표결을 고수했다. 12월1일 아침 새누리당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도 12월2일 표결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비록 김 의원과 생각의 다름을 확인하고 끝난 자리였지만 "박 대통령이 늦어도 내년 1월말까지는 사퇴해야 한다"는 게 추 대표의 생각이다.
추 대표와 민주당의 강경대응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던진 제안을 수용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우려가 깔려있다. 탄핵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이 차기 대선을 결정한다는 점, 그리고 탄핵 절차가 이뤄지지 않을 만약의 경우까지도 고려해서다. 당장의 퇴진을 강조하는 이유다.
12월2일과 9일은 고작 일주일 사이지만 완전히 다른 정치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나는 '협상'이다. 오늘 결과에서도 보듯 2일과 9일을 두고 야권에서도 의견이 봉합되지 못했다, 야당 내 균열이 생긴 셈이다. 특히 9일을 주장하는 측은 '협상'이라는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협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동철 의원 등 국민의당 호남 중진들 중 일부는 "여당과 대통령 퇴진에 관해 협상하자"고 말했다. 특히 김 의원은 12월5일부터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맡게 돼 있다. 야당 공조에서 균열이 일어난 셈이다.
2일과 9일의 일주일 사이에 협상의 주도권은 비박이 잡게 되는 점도 다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탄핵의 캐스팅보트를 비박이 쥐고 있는데 그 일주일 동안 청와대와 비박의 결정만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된다. 민주당이 고립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12월9일의 경우 절차적 문제로 탄핵안 통과가 무산될 수 있는 점도 감안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간사 격인 황영철 의원은 "탄핵 의결 정족수를 분명히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새누리당은 12월1일 오전 의원 총회를 열고 "대통령 4월 말 사임, 6월 조기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청와대가 이걸 받는 순간 비박계는 탄핵에 불참할 명분을 얻게 되고 야당이 12월9일 발의하더라도 통과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12월9일 탄핵절차 무산에 관한) 그런 부분도 고려하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야당의 탄핵전선이 교란되는 사이 청와대는 새로운 제안을 고민할 수 있는 1주일을 얻게 되는 셈이다.
12월2일 탄핵안 표결은 결과적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의 뜻대로 12월9일로 미뤄졌다. 길지 않은 일주일이라는 시간. 하지만 그 시간이 가지고 올 정치적 결과가 얼마나 거대한 차이로 다가오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