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강공, 진퇴양난 처한 이재용
  • 엄민우 시사저널e.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06 10:33
  • 호수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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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 수도 늦출 수도 없어 막막해진 삼성 지배구조 개편…정치권 ‘경제민주화’ 법안 강공

“내용보다 형식에 놀랐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컨퍼런스콜에 참여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동안 관례로 볼 때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며,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증권사 임원이 11월29일 삼성전자 ‘컨퍼런스콜’(전화회의 방식의 기업설명회)을 듣고 나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콜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내용을 주로 논의했지만, 컨퍼런스콜 참여자나 투자자는 향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과 해외증시 상장의 기대효과 등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해 함께 협업하고 있으며, 검토하는 데 최소 6개월가량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 확립을 위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 삼성전자가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처하게 됐다. 지난 10월 엘리엇이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라고 요구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먼저 말을 꺼내기 힘든 민감한 이슈를 엘리엇이 해 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로선 ‘주주가 원한다’는 명분을 등에 업고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할 길이 트이게 된 셈이다.

 

그런데 불과 2개월 만에 상황이 완전 바뀌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여론 악화와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란 두 가지 변수가 등장했다. 이 두 변수는 서로 영향을 끼치며 삼성이 개편작업을 서두를 수도 서두르지 않을 수도 없게 만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개편작업을 느긋하게 진행할 상황이 아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야당에서 각종 경제민주화 법안을 내놓고 꼭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를 도와줄 ‘자사주(自社株)의 마법’을 막을 법안을 입법화하겠다는 야당 의지가 강하다.

 

© 시사저널 임준선

미래전략실, 장기적 폐지 수순 밟을 수도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실시하면 지주회사에 사업회사 자사주를 몰아서 배정한다. 원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렇게 배정된 주식은 의결권을 갖게 된다. 이것을 자사주의 마법이라 일컫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의결권은 총수 일가 지배력을 강화시킨다. 국회 정무위 소속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대기업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회사를 분할하면 자사주를 미리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밖에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대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합병 등 행위를 하려면 법인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 또는 주주에게 배분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인적분할을 통해 총수 일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힘들게 된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같은 시국에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기 힘들겠지만, 현재 나와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통과되면 사실상 개편작업 자체가 막혀버릴 수 있다. 삼성으로선 작업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법안이 두려워 개편작업을 서둘렀다간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안 그래도 현재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 오너 일가를 사실상 밀어줬다는 의혹이 나오는 상황에서, 급하게 일을 추진했다간 역풍을 맞는 동시에 오히려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문제를 6개월 동안 검토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당분간 해당 작업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라며 “해당 의사결정을 내릴 당사자는 결국 이재용 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인데 이 두 사람이 청문회, 나아가 법정에 나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인데 개편작업을 서두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거론되는 것이 현재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미래전략실의 앞날이다. 향후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사실상 지주회사가 미래전략실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에 ‘최순실 모녀’를 지원하는 데 미래전략실이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조직의 얼굴과도 같았던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이 검찰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 결국 미래전략실의 운명은 축소나, 장기적 폐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민주화법 통과 가능성, 이젠 커졌다”

-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 자신감 내비친 이종걸 민주당 의원 인터뷰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월29일 경제민주화 법안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과 ‘상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자사주의 마술’로 총수 일가가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법안이다. 이 의원은 최근 자사주의 마술과 관련한 법안 논의가 활발해지자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르고 있어 신속한 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대 국회에서부터 ‘삼성생명법’을 발의하며 삼성과 맞서온 이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19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맡아 관련 법안을 냈어도 정부와 새누리당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며 “지금은 여소야대 국회가 꾸려진 만큼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 수월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이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킬 수 있는 최적의 상황임을 강조하며 야권에서 힘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전엔 삼성에 반대되는 이야기만 하면 매국노처럼 몰렸으나, 이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탄핵으로 나라가 시끄럽지만 탄핵 이후 우리 당이 대안정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라도 해당 법들을 중점의제로 삼고 신속히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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