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섹슈얼리티] 여성은 권력 가진 남성이 아닌, 권력 그 자체를 사랑한다
  • 나비 성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07 15:54
  • 호수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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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과 섹스의 관계-下] ‘아름답지 않으면 여성 권력자와 사랑에 빠질 수 없다’는 남성과 대비

“선과 악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사람은 매력적이거나 지루하거나 둘 중 하나다.”(오스카 와일드) 권력과 섹스, 그 둘은 매력적이다. 그리고 본질부터 이야기하면 그것은 ‘생의 기초’다. 나의 생존을 위해 우위를 확보하고 생을 영속적으로 이어가려는 욕망이 모든 동물에게 있으니까. 우리 모두는 그 누구도 스스로의 의도로 태어나지는 않았으나, 일단 태어난 이상 어떤 식으로든 생(Eros)을 갈구하고 죽음(Thanatos)에 저항하고 있다. 우리의 모세혈관 속에는 성에 대한 노골적인 관심은 금기로 체화되어 있는 데다, 물질만능주의를 경계하라 배웠기에 그들을 향한 이끌림은 혹자에게 불편함을 주기도 하지만, 권력에 끌리는 것도, 섹슈얼리티에 끌리는 것도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고 있는 우리 대부분에게는 당연한 인력(引力)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그의 부인 멜라니아. 차기 백악관 여주인이 될 멜라니아는 유명한 패션모델 출신이다. © AFP연합

남자가 여자의 고운 머릿결에 끌리는 이유

 

더 나아가 자가생식이 불가능한 우리 남성과 여성은 권력과 섹스의 결합을 통해 더 나은 유전적 미래를 만들려 했다. 여성은 자신의 유전자를 양육하고 지키는 데 유리한 힘을 많이 가진 ‘환경 보존적 가치(Survival Value)’에 끌려왔다. 한 아이를 남기는 데 1~2년 이상이 소요되는 한계 때문에 ‘뿌리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 했으므로. 반대로 남성은 시간의 한계가 없으므로 자신의 유전자를 곧바로 훌륭하게 발현할 수 있는 젊음과 건강함의 가치인 ‘유전적 복제 가치(Replication Value)’에 끌려왔다. 이를 각각 ‘S가치’와 ‘R가치’라고도 하는데, S가치는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면 돈이 많은 것, 좋은 직업, 고학력, 유머 등이다. 곧 권력이다. R가치는 좋은 유전자로 번식하는 데 도움을 주는 능력이다. 예를 들면 외모가 아름다운 것, 즉 섹시함을 말한다. S가치와 R가치는 완전히 분리된 개념은 아니다. 예를 들어 원시시대에는 강하고 탄탄한 근육이 S가치에 가까웠지만, 현대사회에서는 R가치로 옮겨오고 있다. 또 빼어난 외모는 기본적인 R가치에 해당했지만, 현대로 오면서 뛰어난 S가치가 될 수 있다.
 

남자는 여자의 고운 머릿결에 끌린다. 그것은 최근 3~4년간 질병에 걸리지 않았으며, 영양 공급이 우수했고, 출산하지 않은 개체란 오랜 신호였으므로. 여자는 남자의 유머러스함에 곧잘 끌린다. 유머란 좋은 두뇌와, 유리한 인간관계를 보장하는 신호니까.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남성 코미디언은 미녀와의 결혼에 성공했으나, 애석하게도 그 반대의 결합은 적다. 이는 S가치와 R가치가 서로 다른 것에 곧잘 끌렸기 때문이다.

 

S와 R, 즉 권력과 섹스는 각기 생의 본질인 동시에 서로에게 끌리는 무의식적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왔다. 그렇다면 둘 중 우위는 어느 쪽일까?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의 한 장면을 그린 ‘파리스의 심판’이라는 그림이 있다.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되는 그 사건에는 권력과 섹스가 객관식으로 등장한다. 트로이의 버려진 둘째 왕자 파리스에게 올림푸스로부터 내려온 삼미신(三美神)은 자신을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선정해 달라고 하며 조건을 건다. 헤라 여신은 넓은 영토와 권력을 가진 ‘왕’이 되게 해 주겠다고 했고, 아테네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며 언제나 승리할 수 있는 ‘승리자’를 약속했으며, 아프로디테는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주겠다는 ‘최고의 미인’을 약속했다.

 

이 고전은 남성이 원하는 것들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파리스에게는 3가지 옵션이 주어진 것이다. ‘지위’와 ‘승리’와 ‘섹스’, 3가지 문항이다. 파리스는 권력과 섹슈얼리티 중 후자를 선택했다. 그는 아름다운 헬레네를 택하였고, 하필이면 그 여인이 유부녀, 그것도 스파르타 왕의 왕비였다는 문제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다. 과연 현대 남성에게 다시 한 번 권력과 섹슈얼리티의 옵션이 주어진다면 현대의 파리스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모든 남성의 궁극에 섹슈얼리티가 있다’

 

필자는 전편에 이은 또 하나의 질문을 주변의 다양한 남성들 34명에게 던져보았다. ‘여성 권력자(부자)가 나에게 다가와 연애를 하자고 하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표본이 적은 만큼 다양한 직업군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평범한 직장인, 젊은 연예인(가수), 자수성가한 벤처기업가, 대기업 과장, 대학생, 재벌가 3세, 현직 변호사, 부유한 개업의 등등. 질문을 받은 남성들의 절반 정도가 ‘노(No)’라고 대답했다. ‘아름다울 경우’에 한해서만 연애한다는 조건을 많이 붙였다.

 

‘아름답지 않으면 여성 권력자와 사랑에 빠질 수 없다’는 남성들의 선택은 ‘모든 남성의 궁극에 섹슈얼리티가 있다’는 명제를 이끌어 오기도 한다. 본 연재 1회(시사저널 1414호 ‘권력과 섹스의 관계(上)’ 기사 참조)에서는 여성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5%가 남성 권력자의 연애 제안에 ‘OK’라는 답을 내놨다. 필자와 가까운 몇몇 대기업 비서들은 곧잘 이런 이야기를 건넨다. 모임 자리에 권력자나 부자가 있으면 여성들은 노골적이진 않지만 일반적 호의 이상의 관심을 본능적으로 보인다고. 남성 권력자에게 여성이 느끼는 그런 ‘무의식적’인 끌림과는 달리, 여성 권력자와의 만남에서 남자들은 권력과 섹슈얼리티를 분명히 구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권력과 섹스, 그 본질적 매력, 그리고 서로 간의 끌림, 또 둘 간의 우위를 2회에 걸쳐 정리하면서 말미에 하나의 반전(反轉)적 문장을 남기고 싶다. 혹자에게는 충격이, 혹자에게는 질문이, 혹자에게는 답변이 될 수도 있겠다. ‘사실 권력을 더욱 사랑하는 것은 여성이다. 그것도 훨씬.’ 표면적으로는 남성이 본질적으로 권력을 추구하고, 여성은 남성이 획득한 권력을 따른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여성이 본질적으로 더 권력을 사랑한다.

 

사실 이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기억할 만큼 한 시대를 풍미했고, 수많은 여자와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겪은 한 남자 배우가 한참의 논의 끝에 필자에게 남긴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자들이 권력을 놓고 표면적 다툼이 더 치열하잖아? 권력자는 거의 남자들이고”라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이런 답을 내놓았다. “여자들이 사회적으로 왕성하게 진출하고 활동하기 시작한 게 오래된 건 아니잖아? (어쩔 수 없이) 생물학적으로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것(섹슈얼리티)에 집중하고 진화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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