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사업 집중하라”
  • 황건강 시사저널e.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08 16:07
  • 호수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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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 에를리히 요즈마 회장 “서울을 아시아 전진기지 삼아 세계적 스타트업 양성”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은 지난 15년간 이스라엘을 스타트업(start-up) 천국으로 만든 과학자이자 관료다. 그는 두달마다 한국을 찾는다. 한국에서 제2의 ‘요즈마(히브리어로 혁신)’ 신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지난 11월25일에도 방한해 1주일간 머물렀다. 그는 “한국엔 훌륭한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많아 요즈마 같은 스타트업 펀드 기업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92년 말 에를리히 회장에게 1억 달러를 지원하고 청년 실업을 해결할 방안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그는 이 자금을 종잣돈 삼아 스타트업 투자펀드 업체 요즈마를 만들었다. 요즈마는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를 중심으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해 세계적인 기업들로 키웠다. 에를리히 회장은 텔아비브 소재 투자업체들을 구글·페이스북·애플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들에 팔아 펀드 규모를 40억 달러로 불렸다. 팔린 회사들은 연구·개발(R&D) 센터로 변모했다. 이 덕분에 텔아비브는 전 세계 IT 기업들의 연구·개발 센터 집결지로 변모했다.

 

에를리회 회장은 이스라엘 스타트업 펀드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판단하고 인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 새 사업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전진기지다. 지난 3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요즈마캠퍼스를 세우는가 하면, 3개 펀드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기자는 11월29일 방한 중인 에를리히 회장을 요즈마캠퍼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

요즈마그룹이 유독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시아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좋은 투자대상 (스타트업) 업체들을 찾고 있다. 한국에는 기술력과 인재를 갖춘 훌륭한 스타트업 업체들이 많다. 우리가 한국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내수시장을 보고 한국을 선택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 단순한 아이디어에 불과했다. 아이디어를 구현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또 시장에서 기회가 생겨야 한다. 올해 요즈마캠퍼스를 설립하고 수백 개 펀드를 물색했다. 우리는 한국에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할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 업체들이 많아 이곳이 펀드를 세우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창조경제 분야에서 이스라엘이 한국의 본보기라는 의견이 많다. 스타트업 산업 환경 측면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스라엘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한국에선 큰일이다. 내수시장이 작다 보니 이스라엘 기업들은 세계시장을 보고 사업계획을 짠다. 반면 한국은 폐쇄된 감이 없지 않다. 한국인은 밖으로 나갈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외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것도 싫어한다. 이건 좋지 않다. 3월 아시아 최초로 판교에 기술 인큐베이터와 입주공간인 요즈마캠퍼스를 설립한 이래 자주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들은 상당히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세계시장에 진출하기보다 국내시장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한국 벤처가 글로벌 트렌드라는 옷을 입고 해외로 나간다면 승산이 있다. 요즈마는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회사에 투자하고자 한국에 진출했다. 한국에는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기술 기반 벤처들이 보인다. 또한 한국은 아주 강하고 큰 산업체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에는 그리 유리한 환경이 아니다. 이스라엘에는 대기업이 없다. 또 이스라엘은 대학·시장 등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런 차이가 이스라엘을 스타트업 성장에 적합한 시장으로 만들었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한국 정부가 스타트업을 양성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 정부가 (스타트업을 양성하기 위해) 개입하고 이끌어야 한다. 특히 기꺼이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 점이 한국 정부가 다른 국가의 정부와 다르다. 이스라엘 정부는 창업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하지만, 창업자가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한국에선 창업자가 실패하면 큰 문제다. 한쪽에선 위험을 감수하라면서 다른 쪽에선 실패하면 처벌한다.

 

 

한국 스타트업 업계가 가진 문제점은 무엇인가.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회사가 많지 않다. 세계 투자사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진다. 글로벌 트렌드는 쉽게 표현하자면 바로 패션(fashion)이다. 한국 벤처들이 글로벌 트렌드를 입어야 쉽게 해외에 진출하고 또 승산이 있다. 요즈마 펀드도 이스라엘 기술 벤처에 초기 투자한 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벤처캐피털의 후속 투자를 지원한다. 그러면 투자에 참여한 해외 벤처캐피털이 피투자업체의 세계 진출을 돕는다. 무조건 창의성만 요구할 게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사업에 집중하면서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

 

 

비상장회사 투자는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다. 상장사보다 비상장사를 눈여겨볼 때다.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요즈마그룹은 벤처 인큐베이팅, 초기 투자,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계열사를 설립했다. 3월 출범한 ‘크라우디’는 요즈마의 자회사로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을 돕는다.

 

한국 벤처 생태계가 성장하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나.

 

이스라엘 정부가 40% 출자하고, 나머지 60%는 해외에서 조달해 요즈마펀드를 만들었다. 이스라엘이 창업과 투자 회수가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해외 투자회사 유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사들은 이스라엘에 찾아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가능한 회사들을 선별하고 투자했다. 이들은 자기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 회수를 지원했다. 투자 회수에 성공한 창업자는 그 돈으로 다시 창업하거나 후배 창업자에게 투자해 선순환을 이끌어냈다. 한국에도 글로벌 투자사들이 들어오고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가 설립되면 아시아의 대표적인 창업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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