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덩이 하나 내려놓은 느낌”... ‘끝’이 아닌 ‘시작’ 외치는 세월호 유가족
  • 구민주 기자 (mjooo@sisapress.com)
  • 승인 2016.12.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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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물결 가득 찼던 7차 촛불집회

광장은 온통 노란색이었다. 시민들은 손에 쥔 노란 풍선과 피켓, 가슴에 붙인 세월호 리본 스티커로 노란 물결을 이뤘다. 광화문역에서 광장으로 이어지는 통로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상징하는 구명조끼 304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12월10일, 7차 촛불집회를 앞둔 광화문 세월호 광장은 오전부터 유독 활기가 넘쳤다. 세월호 리본을 만들고 따뜻한 커피를 나눠주는 봉사자들의 손길도 분주했다. 

 

오후 2시부터는 세월호를 추모하는 시민과 유가족들의 자유발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발언의 시작은 9일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한 박수와 환호였다. 지난 7주간 광장을 가득 메워온 시민들이 만든 성과라며 자축했다. 그러나 이들이 그보다 더욱 힘줘 전한 메시지는 따로 있었다. “세월호는 이제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이었다. 

 

12월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이 이뤄지던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엔 40여 명의 세월호 유가족이 함께했다. 가결이 선포된 순간,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현장을 함께했던 세월호 희생자 故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 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분과장은 10일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내려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오랜만에 마냥 기분 좋은 날을 보냈다”면서 “그 현장에 아이들이 함께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2월10일 오후 청운동 청와대100미터 앞에서 '박근혜 퇴진 6차 범국민행동' 에 참가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9일 본회의장을 나온 후 유가족들은 여느 금요일 때와 다름없이 저녁 6시부터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아이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피케팅을 진행했다. 전씨는 피케팅이 모두 끝난 저녁 8시 이후가 돼서야 첫 식사를 했다. 하루 종일 긴장돼 도저히 물 한모금도 마실 수 없었다는 것이다. 故 김수진양의 아버지 김종기씨는 가결이 선포되는 순간, 지난 2년 8개월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 울컥했다고 한다. 하지만 감격도 잠시, 그는 “그동안 전혀 진척이 없었던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9월30일 강제 해산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다시 만들어 세월호 진상규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유가족들도 많았다. 故 장준형군의 아버지 장훈 세월호 가족협의회 진상규명 분과장은 “처음 거둔 작은 첫 승리의 기쁨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라며 “세월호 선체 인양 등 그간 ‘올스톱’됐던 일들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박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올림머리에 대해선 “아이들을 구해야 할 골든타임에 또 무얼 했는지 속히 다 밝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제 다시 시작된 세월호 진상규명 과정에 무엇보다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7주간 광화문 광장에서 받은 시민들의 관심과 격려에 큰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시민들의 기억에서 다소 잊혔던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며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2년 넘게 매일 세월호 광장에서 세월호 서명운동을 진행해온 자원봉사자 김구씨는 “유가족들이나 생존 학생들에 대한 일부의 비뚤어진 시선을 느끼거나, 만들어 놓은 세월호 리본을 시민들이 가져가지 않아 쌓여가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들은 특히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변함없이 도와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각별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유가족 김종기씨는 박 의원에 대해 가족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로서 법률적 지식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노숙 농성을 할 때마다 비바람 맞으며 늘 함께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4.13 총선 당시, 유가족들에게 가장 먼저 찾아와 출마 허락을 받았다고도 했다. 유가족들은 반드시 국회에 입성해 세월호에 대한 목소리를 내달라며 그를 북돋아줬다. 김씨는 그때의 약속을 아직도 변함없이 지켜준 데 대해 늘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시민들의 행진을 주도했다. 여기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함께했다. 문 전 대표는 행진 전 광장에 위치한 세월호 상황실에서 유가족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 후 행진에 나섰다. 청와대 100m 앞까지 진입한 이들은 1시간30분 가량 “박근혜·김기춘 구속”과 “세월호 인양” 구호를 외친 후, 다시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가 본행사에 참가했다. 이날 집회엔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100만 촛불이 켜졌다. 늦은 시간까지 광화문 일대도 촛불 열기로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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