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삼성-국민연금 게이트는?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12.1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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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국민연금 게이트’, 합병 논의서부터 재벌청문회까지 총정리

삼성그룹의 계획은 논란 속에서도 일사천리였다. 2015년 5월 말,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1 대 삼성물산 0.3500885. 다시 말해 제일모직의 주식 하나의 가치가 삼성물산 주식 세 개와 거의 맞먹는다는 합병 계획이었다. 

 

과연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의 3배로 쳐줄 만큼 가치가 큰 기업이었을까. 합병 비율을 두고 큰 논란이 일었다. 오히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보다 기업가치가 크다는 평가도 있었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는 약 17조원, 제일모직은 약 13조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는 삼성물산 주식 가치를 4배 정도 더 높게 평가했다. 또 적정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1 대 1.21로 분석했다. 이후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이 “주식 매수 가격 결정을 다시 판단해 달라”고 청구한 판결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제일모직 1 대 삼성물산 0.414를 적정 비율로 판단하기도 했다. 모두 삼성물산의 주식이 저평가 됐다는 설명이었다.

 

© 시사저널 최준필·사진공동취재단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 두고 ‘부적절’ 논란

 

이런 ‘수상한’ 합병비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일었다. 합병 이전 총수일가는 제일모직 지분 42.19%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1.41%만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가진 주식만 비싸게 쳐주고, 또 다른 합병 주체인 삼성물산 주식은 헐값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당연히 합병 논의 당시 삼성물산의 주주 입장에서는 부당하게 느껴질 법했다. 삼성물산의 지분 2.11%를 가지고 있었던 일성신약, 7.12%를 가지고 있던 해외 헤지펀드 엘리엇은 모두 반대했다. 소액주주도 마찬가지였다. 해외 자문기관 ISS와 글래스루이스도 반대의견을 냈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지분을 11.21%나 가지고 있던 국민연금만은 달랐다. 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과 서스틴베스트가 반대의견을 냈음에도, 합병 ‘찬성’ 입장을 보인다. 심지어 내부적으로 작성한 평가 보고서에서 적정한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 1 대 삼성물산 0.46이라고 평가했는데도 크게 손실볼 일에 찬성표를 던져 준 것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에 따르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국민연금이 최소한 766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 시사저널 자료

손해보면서 ‘합병 찬성’한 국민연금, 왜?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합병은 무사히 마무리된다. 이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은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타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한 새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이 부회장이 됐고, 일가의 전체 지분은 30.4% 수준이 됐다. 

 

국민연금은 왜 손실을 보면서까지 삼성그룹의 계획을 찬성했을까. 의혹을 제기하는 시선은 있었지만, 구체적 증언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전말을 설명하는 진술들이 흘러나왔다. 우선 국민연금의 찬성표를 부른 것은 청와대라는 증언이었다. 한겨레신문을 통해 국민연금 전문위원, 복지부 관계자는 입을 모아 청와대를 가리킨다.

 

“당시 (문형표) 복지부 장관한테서 (합병에) 찬성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또 지인을 통해 ‘청와대의 뜻이다. 찬성을 표시해달라’는 전화도 받았다. 지인은 ‘합병이 부결되면 삼성그룹의 승계가 암초에 부딪히고 우리 경제의 중요한 기업에 충격이 올 수 있다. 국가 경제 혼란이 올 수 있으니까 찬성하는 게 옳다’고 청와대의 뜻을 전달했다. 며칠 뒤 또 전화가 와 청와대 뜻이라며 비슷한 의견을 전달했다…(중략)··· ‘청와대’를 곧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으로 이해했다.”

-국민연금 의결권 전문위원-

“최종적인 지휘는 경제수석인 안종범씨가 했다. 이 사안에 고용복지수석보다 경제수석이 더 깊은 관심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

‘윗선’의 뜻을 집행한 인물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지목된다. 이에 대해서는 국회 국정감사와 국정조사에서 지적됐다. 홍 전 본부장은 민감한 합병 논의 시기 때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고위관계자를 만났다는 증언도 있다. 

 

“주총이 있기 직전에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나서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오너가 된 다음에 대통령 행사 외에는 장관도 거의 안 만난다. 그런데 공단의 일개 이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직접 만났다"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같은 대구고 출신의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그 자리에 앉혀 국민연금을 좌지우지하려 시도했다…(중략)···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에서 독립시켜 개별 공사화하려는 것도 그 일환"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 

"홍완선 전 국민연금 운용본부장은 2015년 5월26일 삼성 합병을 발표한 날 김신 삼성물산 사장과 만났다…(중략)···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무언가를 제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뿐만 아니라 주주에게 ‘수상한 합병비율’에 동의를 요구하고, 이에 문제제기 자체를 차단하려고 삼성그룹이 대대적으로 움직였다는 증언이 있었다.

 

“삼성그룹 아는 지인들 4명이 전화 와서 처음엔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말했다. 당시 저희 회사는 우연히 삼성물산 주식 3만9000주, 0.2%밖에 안 갖고 있었는데 '의결권 위임해 달라'고 전화 왔다. 안하겠다니까 다음에 찬성해 달라 전화 왔고 그것도 안하겠다니까 '정 그럴 거냐'는 식의 얘기들을 들었다.…(중략)··· 2차 보고서(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정적 보고서) 나간 뒤 며칠 후 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이 직접 그날 아침 전화해 '2번째 보고서 나간 것 때문에 (삼성)구조본(미래전략실)에서 굉장히 기분이 격앙돼 있다. 이렇게 되면 주 사장이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해서 '제가 먼저 사임할 일 없으니 물러나게 하고 싶으면 법적 절차를 밟으라'고 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삼성 쪽에서 다섯 번이나 만나 합병 찬성을 요청했다…(중략)···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합병찬성을 결정하기 하루 전인 2015년 7월9일 삼성물산 김신 사장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사장과 만났을 때 국민연금이 이미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중략)··· 삼성에 (지분이 많은) 국민연금의 의사가 중요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국민연금은 이미 찬성하기로 했다고 말하더라”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

 

대통령이 움직였나

 

주변의 증언과 달리 삼성과 국민연금은 이를 완강히 부인한다. 12월6일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부회장과 홍완선 전 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합병비율이란 것이 우리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들었다 …(중략)··· 제가 모자라다고 꾸짖어 주시고 앞으로 더 잘하라고 채찍질하면 받겠다. 하지만 삼성 계열사에 있어 국민연금이 가장 큰 투자자이고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 기다려보면 이것이 올바른 결정이었음을 증명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건과 관련해선 청와대·기재부·복지부 누구와도 통화는 물론 만나서 논의한 적 없음을 확실히 말씀드린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난 것에 대해서는) 최치훈 삼성 사장 통해 이 부회장 만남을 요청했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국민연금-삼성의 ‘대가성 연결고리’ 부분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삼성은 국민연금의 동의를 대가로 청와대가 원하는 자금을 지원해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의혹을 받을 만한 일들은 있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마무리된 일주일 뒤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다. 

 

이후 삼성은 최순실씨의 회사인 독일의 비덱에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비 35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은 합병 그해 연말과 이듬해 초 청와대와 최순실씨의 강제모금으로 논란이 됐던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다.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출연 액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이 ‘대가성’ 부분에 대해서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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