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세대는 원래 보수적이었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2.1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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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보고서 《한국의 사회동향 2016》로 보는 한국사회
최순실씨에 의한 국정농단의 실태가 낱낱이 보도된 이후, 한국 국민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옴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두 달 간 매주 토요일 전국 각지에서 열린 촛불집회. 그 중심엔 ‘분노한’ 청년들이 있었다. 좁은 취업문, 심화된 사회 경쟁 속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수저계급론’이란 자조 섞인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세대다. 

12월10일 서울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청년들. ⓒ 연합


이들의 광장행이 놀라웠던 것은 단지 집회가 질서 속에서 평화로이 이뤄졌다는 표면적인 이유만은 아니었다. 통상 가장 소극적인 정치 참여 태도를 보여온 세대가 자발적으로, 또한 적극적으로 정치 행위를 했다는 점이었다. 2030세대가 두 손에 든 촛불은 ‘사회의 부조리를 더 이상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란 강하고 분명한 참여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국민의 정치 참여도를 가늠하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가 투표율이다. 통계적으로 1950년대 이전에 태어난 세대의 투표참여는 활발한 반면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 그러니까 현재 40대 중반 이하 세대의 투표참여는 저조한 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 따르면 전반적인 투표율이 높았던 2012년 대통령선거를 제외하면 선거 유형에 관계없이 투표율이 가장 높은 세대는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였으며, 가장 낮은 세대는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였다. 특히, 19-24세 연령층은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서 투표율이 가장 낮은 집단이었다. 

이번에 거리로, 광장으로 촛불을 들고 나온 청년들은 하나같이 ‘현실 변화’를 위한 구호를 외쳤다. 정치 성향에 있어 기존의 질서 유지와 사회 안정을 선호하는 편을 ‘보수’라고 볼 수 있다면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편을 ‘진보’라고 볼 수 있다. 이 분류에 따르면 변화를 바라는 청년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정치 성향이 보수화된다”는 명제는 이미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역시 통계로 확인된다.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서 눈에 띄는 것은 세대와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보수화되는 경향이다.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최근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정당의 후보였던 이명박 당시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연속적으로 당선된 것이다. 

386세대의 보수화…한결같이 비보수적인 70년대생

최근 선거로 올수록 보수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거의 모든 세대에서 높아졌다. 1950-1954년(62-66세), 1955-1959년(57-61세), 1960-1964년(52-60세) 세대의 보수정당 후보 지지율은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각각 44.6%, 54.5%, 37.0%였으나 2012년 대통령선거에는 각각 67.2%, 74.7%, 64.4%로 높아지며 강한 보수화 경향을 보였다. 산업화 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에 속하는 이들이다. 386세대라 할 수 있는 1965-1969년생(47-51세)의 경우에도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보수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28.8%였으나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는 42.6%로 높아졌다. 동일한 세대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변화’보단 ‘안정’을 선호하는, 일반적인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변하지 않는 ‘소나무’ 정치성향으로 눈에 띄는 세대도 있다. 37세부터 46세까지의 세대로, 최근 여섯 번의 선거 동안 보수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가장 낮은 세대에 속했다. 보수화되지 않는 게 이 세대가 가진 고유의 특성인지, 아직 연령효과(나이를 먹음에 따라 보수화되는 경향)가 나타나지 않는 것인진 두고봐야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연령대가 낮다고 무조건 진보적 정치성향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앞선 37-46세 세대보다 어린 1980년 이후 출생한 세대(36세 이하)는 2000년대 중반 이후에 치러진 선거에서 보수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2012년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당시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않았거나 최소 사회초년병이었을 나이다. 그런 그들이 윗세대보다 더 보수화되었다는 사실이다. 

20대 총선 당시 청년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길거리에 내걸린 현수막들. ⓒ 연합



어려도 더 보수적이었던 80년대생

그러니까 이들 2030세대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적’이란 꼬리표를 단 셈이다. 그런 2030세대의 다수가 이번 국정농단 사건을 규탄하는 촛불집회에 자발적 참여를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들의 바로 윗세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이었지만, 이 경향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이었던 것인지는 역시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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