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국격 촛불시민들이 되살렸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12.19 09:29
  • 호수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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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상임운영위원 인터뷰…“촛불집회 황교안 사퇴 촉구할 계획”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은 국민들이 주권자가 돼 이끌어낸 시민혁명의 승리였다. 사람들은 광화문에 모여서 국정 농단의 책임을 물었고, 탄핵 표결이 이뤄지는 순간까지 국회 앞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7번에 걸친 주말집회에는 750만 명의 촛불이 모였다. 대중들의 비폭력 저항은 찬사받았고 ‘21세기 세계 시민운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물론 시민이 주역이었지만, 그동안 촛불집회를 구상하고 이끈 단체가 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다. 퇴진행동 상임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1999년부터 참여연대에서 일하며 남양유업 갑질 문제, 통신비 인하 등 민생·사회문제의 최전선에서 뛰어왔다. 광우병 촛불집회가 일어났던 2008년에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으로 집회를 이끌었다. 안 상임운영위원을 통해 유례없이 타오른 촛불의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시사저널 이종현

‘촛불민심’이 탄핵 가결을 이끌었다. 유례없는 역사적 저항을 1987년 6월항쟁, 2008년 촛불시위와 비교하는 시각도 많다.

 

1987년 6월항쟁은 야당과 재야 단체가 이끌었다. 2008년 촛불시위는 야당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주축이 됐다. 지금이 유례없는 시민 항쟁인 이유는 야당과 시민들 모두가 움직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야 3당보다 큰 힘을 시민들이 촛불로 보여주고 있다. 시민들은 당론을 결정하지 못하는 야당에게 ‘광장의 힘’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참여도 이끌어냈다.

 

 

퇴진행동은 어떻게 구성·운영되는가.

 

퇴진행동에는 1600개 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한국진보연대·민변·여성단체연합·민주노총 등이 참여하고 있고 전농·상인 단체도 있다. 집회기획팀·사무부·법률팀·언론팀·시민행동팀 등 20여 개의 팀으로 구성돼 있다. 매주 화·수요일 상임위원 회의를 통해 결정이 이뤄지는데 회의 시간이 6시간이 넘을 때도 있다.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의 제안이 하루에도 수백 개씩 들어오는데, 그 제안을 받아들일지, 어떻게 반영할지를 결정한다.

 

 

프로그램이나 행사 구상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또 집회 행사 비용은 어떻게 충당되나.

 

1분 소등, 파도타기 등의 행사도 시민들의 아이디어다. 공연은 가수나 방송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작은 집회는 3000만원, 큰 집회는 1억원까지 든다. 집회 현장에서 즉석 모금을 하기도 하고, 계좌로 모금해 주시는 분들도 있다. 재정적 문제는 ‘투명성’이 원칙이 돼야 한다. 퇴진행동 홈페이지에 모금된 돈의 액수와 집회에 쓰인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집회 인원 추산이 경찰 추산과 큰 차이가 난다. 어떤 식으로 추산이 이뤄지는 것인가.

 

나는 집회가 열리면 집회 전역을 몇 바퀴씩 돈다. 사람들이 얼마나 들고 나는지 곳곳에서 확인하기 위해서다. 집회 인원 추산의 근거가 되는 것은 서울시 대중교통 빅데이터다. 집계 중복을 피하기 위해 인근 지하철역들의 하차 인원을 감안한다. 다른 이유로 광화문이나 종로를 오는 사람들도 있는 걸 감안해 계산하면 물리학자들이 유동인구를 계산한 통계와 비슷하다. 경찰이 추산하는 것은 집회 인원을 축소시키는 고의적인 정치 공작이다. 주최 측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다. 추산 자체가 정치적 문제를 야기한다. 집회는 주최 측이나 언론이 추산하면 되는 것이지 경찰이 추산할 이유가 없다.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이 허용된 것도 유례없는 일이다.

 

집회가 거듭되면서 촛불은 청와대와의 거리를 좁혔다. 헌정 수립 이후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던 곳이다. 현행법상 마지노선인 청와대 담장 100m 앞,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곳에 시민들이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4·19 때 돌아가신 열사들도 총을 맞으면서도 못 갔던 땅을 우리가 밟은 것이다. 효자동 치안센터에 도착한 세월호 유족들이 오열을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제든지 만나겠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유족들은 청운동주민센터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한 1인 시위도 가로막혔다. 100m를 오는 데 2년이 더 걸린 것이다. 얼마나 서러웠겠나.

 

 

 극우단체들의 공격도 있다고 들었다.

 

유언비어로 공격하는 사람들도 있고, 집회를 방해하는 세력들도 있다. 광화문 전역이 즉각 퇴진과 헌재 판결을 외치는 사람들로 가득한데, 극우단체들은 우리가 행진하는 청와대 방향이나 집회를 여는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알박기’ 집회 신고를 했다. 고의적으로 충돌하려는 행진 코스를 잡아놓은 것이다. 철저히 충돌을 피할 예정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 대해서 퇴진행동의 입장은 어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그것을 비호하거나 묵인했던 사람들이 김기춘·우병우·황교안이다. 우리는 황교안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12월12일 퇴진행동은 ‘황교안은 박근혜 공범자다. 사퇴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박근혜 퇴진을 위해 광장에 나선 국민들의 뜻과 배치되지만 야당은 (이 체제를) 인정하고 있다. 황교안은 친재벌 부패 법조인으로, 공안사건을 조작하는 등 공작정치를 비호해 현 사태에 원인을 제공했다. 일각에서는 총리 사퇴가 국정 혼란을 초래할 것처럼 주장하지만 황교안의 존재가 안정적 국정관리에 더 큰 장애가 된다. 부총리가 대행을 맡는 것이 낫다. 촛불집회의 핵심구호 가운데 하나를 ‘황교안 총리 즉각 사퇴’로 정했고, 집회 행진경로에 국무총리 공관 인근도 포함시켰다. 고발도 할 계획이다.

 

 

이제 촛불집회는 ‘광장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추락한 국격과 민주주의를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되살렸다. 외신 기자들도 깜짝 놀란다. 매주 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데 단 하나의 약탈과 방화도 없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박 대통령 퇴진을 위해 광장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집단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핵심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최대 다수의 최대 토론이 진행 중이다. 모든 주권자들이 어떻게 퇴진을 하게 만들 것인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되살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의 촛불집회 계획은 어떤가. 인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현 정권은 알면 알수록 착잡한 상황이다. 세월호 7시간은 반드시 밝혀져야겠지만 알면 알수록 유족들의 상처와 슬픔은 더 커질 것이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미 70%는 승리했다. 아무리 늦어도 4월에는 퇴진하겠다는 1차 항복 선언이 나왔고, 탄핵 부결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이 모든 것이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참여로 가능했던 일이다. 매번 우리 국민들이 중요한 변화를 일궈내고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헌재 판단 전에 박 대통령이 퇴진을 하거나, 신속한 헌재 판단이 나오는 것이다. 유례없이 232만이 모였기 때문에 20만, 30만이 적다는 생각을 하는데 몇 십만 명이 모여도 많은 수다. 수가 줄어드는 것을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매주 촛불집회는 계속 진행된다. 대신 ‘짧게, 굵게’ 가기로 했다. 오후 5시에서 8시까지를 기본 집회 시간으로 하되 여러 가지 사정과 상황을 반영할 계획이다. 꾸준히 국민들과 소통해 탄력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진행하려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24일은 집중을 호소하기에는 국민들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 본다. 대신 ‘12월31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송박영신(送朴迎新)’이다. 박 대통령은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의미로 보신각에서부터 청와대, 헌재까지 ‘인간 띠’를 이을 계획이다. 1월까지 헌재가 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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