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올해의 인물-문화] 세계 문학계가 주목한 한국인 소설가 한강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2.20 16:32
  • 호수 14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설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최초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 수상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1부 ‘채식주의자’, 2부 ‘몽고반점’, 3부 ‘나무불꽃’ 등 3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소설은 어릴 적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아버지가 죽이는 장면을 목격한 뒤부터 육식을 거부하며 죽음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주인공(영혜)을 각각 남편·형부·언니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작품을 통해 한강이 다루고자 했던 것은 인간 내면에 숨겨진 폭력의 본성이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한강은 4년간 채식주의자로 생활했다. 선정위원회는 《채식주의자》에 대해 “잊히지 않는 강력하고 근원적인 소설이다.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채식주의자》는 올해 국내에서 68만 권이나 팔려, 최다 판매 도서로 기록됐다.

 

1970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를 나온 한강은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문학계에서는 한강에 대해 “폭력과 죽음 등 보편적 주제를 서정적 문장으로 풀어내는 마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해 왔다. 한강은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작가 한승원의 딸로도 유명하다. 오빠 한동림은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며, 남동생 한강인도 소설가 겸 만화가로 활동 중이다. 여기에 남편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김달진문학상·유심문학상 등을 수상한 유명 문학평론가다.

 

© 연합뉴스

차은택·밥 딜런·《내부자들》 등도 후보 올라

 

맨부커상은 그동안 영연방 국가 작가에게만 상을 주다 외연(外延)을 확대하기 위해 2005년부터 인터내셔널 부문을 신설했다. 이 때문에 선정위원회는 인터내셔널 부문의 경우, 작가와 번역가에게 함께 상을 준다. 그동안 한국 문학계가 세계 최고 권위 문학상과 인연이 없었던 이유는 우리 문학의 아름다운 표현을 다른 나라 말로 번역하는 과정이 충실하지 못해서였다. 이 때문에 문학계에서는 《채식주의자》 수상의 또 다른 일등공신으로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를 꼽는다. 뉴욕타임스는 《채식주의자》를 ‘2016년 최고의 책 10권’으로 꼽으면서 “(데버러 스미스의) 품격 있는 번역은 한국어 원문을 날카롭고 생생한 영문으로 바꿨으며, 사악하고 잔인한 세상에서 진정한 순수함이 가능한지에 대한 한강의 탐구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한강 본인도 어느새 ‘국민 작가’ 반열에 올랐다. 한강은 올해 10월 시사저널의 ‘차세대 리더’ 조사에서 영화감독 박찬욱, 성악가 조수미 등 쟁쟁한 문화예술인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이번 ‘2016 올해의 인물’ 문화 부문에는 한강 외에도 ‘최순실 게이트’의 주역으로 ‘문화 대통령’으로 불린 CF 감독 차은택씨, 2016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수 밥 딜런, 영화 《내부자들》 등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