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자랑하고, 중국이 사랑하는 배우 지창욱
  • 이예지 우먼센스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23 15:40
  • 호수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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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출연료 전도연 몸값 뛰어넘었고, 송중기보다 앞서 중국 팬들 몰고 다녀

지창욱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The K2》(《K2》) 출연료는 최고 몸값을 자랑한다는 전도연의 몸값을 훌쩍 뛰어넘었고, 송중기가 《태양의 후예》로 중국에 진출하기 전부터 이미 거대한 중국 팬을 몰고 다녔다. 한국이 자랑하고, 중국이 사랑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다.

 

드라마 《K2》에서 지창욱은 자신을 고용한 대선후보의 아내, 그리고 세상과 떨어져 사는 소녀를 지키는 전쟁 용병 출신 보디가드 김제하 역을 맡았다. 보디가드 액션은 화려해야 했고, 세상에 드러나서는 안 되는 나약한 소녀 고안나(임윤아)와의 멜로는 아름다워야 했으며, 권력과 명예 앞에서는 세상 어느 것도 두렵지 않은 절대 악녀 최유진(송윤아)과의 관계는 철저하게 절제되어야 했다. 과거 연인이었던 라니아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장면은 안방극장을 함께 울렸고, 그를 사망하게 한 박관수(김갑수)와 대치할 때의 날 선 분노는 보는 이의 등골마저 서늘하게 했다. 5년 전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인지 모르겠어요”라며 고민하던 그의 진심, 그리고 데뷔 후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필모그래피와 내공을 확인했다.

 

© 우먼센스

“상업적 이유에서의 베드신이라면 안 할 것”

 

기자는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K2》 속 액션 연기가 힘든가요, 아직 해 보지 못한 베드신 도전이 힘들까요?” “사실 액션 연기… 안 좋아요. 진짜 별로 안 좋아해요(웃음). 운동을 좋아했지만 과격한 액션이 제 인생의 큰 획을 긋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냥, 하다 보니까 이렇게 흘러오게 된 것 같아요. 제가 ‘나는 액션 배우가 되어야지’ ‘이번 작품도 액션을 할 거야’ 했던 건 아니에요. ‘이게 마지막 액션 드라마일 거야’라고 수십 번도 더 말하고 다녔어요. 그런데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거나,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이 너무 좋은데 액션을 해야 하는 작품이라면 고민해 볼 것 같아요.”

 

그동안 지창욱은 키스신 이상의 애정신을 찍은 적이 없다. 정통 멜로 속 베드신은 지창욱과 인연이 없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 없다는 눈치다. “내가 만약에 베드신을 찍으면 어떨까를 상상해 본 적이 있어요. 못할 거 같아요. 생각만 해도 너무 부끄러워요. 베드신이 있는 작품이라면 결정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베드신이 꼭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작품의 흐름상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장면이라면 고민될 것 같아요. 단지 상업적 이유에서의 베드신이라면 안 할래요. 아직은요.”

 

잠시 멈칫하던 지창욱이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키스신이 방송되고 나면 친구들에게 연락이 쏟아져요. ‘야, 키스신 어땠냐, 좋았냐’라고요. 제가 배우인 데다, 친구들에겐 로망과도 같은 여배우들과 키스를 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해서 묻는 거죠. 글쎄요. 저는 어떤 장면보다도 키스신이 어렵다고 단언할 수 있어요. 어떤 배우가 ‘오늘은 키스나 하고 와야지’ 하겠어요(웃음). 어떻게 하면 더 예쁘고 사랑스러운 장면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작업이에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죠.”

 

지창욱은 똑똑한 배우다. 촬영 현장에서 주연 배우로서 해야 할 태도와 책임감을 아는 영리한 배우다. 그는 스태프와의 약속·신의·호흡이 작품의 흥행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솔약국집 아들들》 《웃어라 동해야》 《무사 백동수》까지, 출연했던 작품이 모두 성공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다음으로 출연한 《총각네 야채가게》가 흥행에 실패했죠. 바쁜 스케줄 때문에 힘든데, 시청률까지 안 나올 때, 주연 배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고, 그때 알았어요. ‘시청률은 누구 한 명이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구나.’ 시청률이 좋지 않아도 현장이 즐거우면 배우에게는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모든 작품이 소중하지만 결국엔 지나가잖아요. 어떻게 지나보내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배우들이 주도적으로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런 신념은 뮤지컬 《그날들》에 대한 애착에서도 드러난다. 힘든 시절을 함께해 준 고마운 작품이자, 인기 가도를 달릴 때 초심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준 작품이 바로 《그날들》이었던 것. 지창욱은 단언했다. 《그날들》을 통해 연기력도, 인성도 성장했다고. “2012년 드라마 《다섯손가락》이 끝나고 작품이 뚝 끊겼어요. 당시 이렇다 할 드라마 출연 제의가 없어 연기자로서 가장 큰 위기를 맞았죠. 그러던 중 《그날들》에 출연하게 됐고, 이후 두 편의 뮤지컬을 연달아 더 하게 됐어요. 제게는 빛과 소금과도 같은 작품이죠.”

 

© 우먼센스

찬찬히, 그리고 탄탄히 걸어온 지난 시간들. 지창욱은 지금 한류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어쩌면 홀어머니 밑에서 힘들었던 과거를 보상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전에 비하면 돈도 많이 벌었죠. 내가 하는 일에 비해 과분할 정도로 많이 번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감사하게 생각하고요. 다만 내가 하는 것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힘든 만큼 못 버는 것 같아. 이건 별로 안 좋은 직업이야’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삶의 질이 떨어질 것 같거든요. 인기가 많아지고, 저를 찾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해서 달라진 건 없어요.”

 

2017년, 지창욱은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덤덤하다. “영장은 3월에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걱정 반, 기대 반이에요. 군대에 가야 한다는 압박 때문인지 연애도 쉽지 않네요(웃음). 다만 가기 전에 작품을 하나 정도 더 하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데뷔 후 지금까지 경주마처럼 달려온 지창욱은 최근에야 여행의 묘미를 알게 됐다고 했다. 연말,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그는 또 얼마만큼 성장해 있을까. 지창욱의 청춘에 브레이크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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