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옆자리만은 절대 피해라”
  • 엄민우 시사저널e.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27 13:46
  • 호수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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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 9개 대기업 대관팀, ‘최순실 게이트 1차 청문회’ 자리 배치 두고 전쟁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국회 청문회에 재벌기업 총수 9명의 증인 출석을 계기로 기업 대관(對官)팀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국회·정부 기관 등을 돌며 자기 기업의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 대관팀 주 업무다. 하지만 이들의 진가는 청문회에 기업 총수들이 증인으로 소환될 때 발휘된다. 내로라하는 재계 총수들이 한자리에 증인으로 대거 소환된 ‘최순실 국정 농단 제1차 청문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2월5일, 국조특위 행정실이 발칵 뒤집혔다.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재계 총수들 자리 배치안이 유출돼 카카오톡 등 SNS상에 나돌았기 때문이다. 수습하기엔 시간이 촉박했고 결국 해당 안대로 청문회가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청문회 때 대관팀의 주 업무는 증인의 직급을 낮추는 일이다. 예를 들어 회장 대신 사장, 사장 대신 전무급으로 소환대상을 바꾸는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보좌관은 “보통 증인 신청하면 의원실로 와서 빼줄 것을 요구했는데, 요즘은 아예 여당 간사를 직접 접촉해 빼달라고 부탁하는 추세”라며 “간사 간 합의로 증인을 결정하는 관행을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장충기 사장 등 삼성그룹 주요 인사들이 증인에서 무더기로 빠졌을 때 여당 간사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1차 청문회는 자리 배치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앞자리 8석을 놓고 어디 앉혀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일반 국민들 시선에서 보면 우스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국회 대관 담당들은 그나마 8석 중에서도 자기 기업 회장을 조금이라도 주목을 덜 받는 자리에 앉히기 위해 사활을 걸고 위원들을 설득했다. 이번 청문회만큼은 예상 질의 파악보다 자리 배치가 더 중요했다.

 

2016년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1차 청문회에 기업 총수들이 출석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날고 긴다는 삼성 대관팀도 속수무책

 

당초 국조특위는 자리 배치를 놓고 몇 가지 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다는 상징성 때문에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가운데로 앉히는 안과 재계 순위대로 앉히는 안, 이름 가나다순으로 앉히는 안 등이 검토됐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질문공세를 퍼붓겠다고 작정했던 위원들이 가운데는 무조건 이재용 부회장을 고집했다. 따라서 삼성을 제외한 다른 기업 대관 담당들은 같은 목표를 공유할 수밖에 없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우리 회장을 무조건 이 부회장 옆자리에 앉게 하지만 말자는 것이 목표였다. 모든 대관팀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가운데 앉는 게 확실시되고 질문공세가 예상되는 만큼 괜히 불똥이 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날고 긴다는 삼성 대관팀도 이번 청문회만큼은 손을 쓰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의원들이 시작 전부터 벼르고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삼성 대관을 이끄는 사령탑인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자체가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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