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앙숙 SKT와 KT의 죽고 죽이는 ‘對官 전쟁’
  • 이철현 시사저널e.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28 16:14
  • 호수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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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CR부문·SK그룹 국회 대응 조직도 단독 입수·KT CR부문·KT경제경영연구소 대관 조직도도 공개

SK텔레콤과 KT는 통신업계 앙숙이다. 앙숙답게 통신정책마다 회사 사활을 걸고 맞서다 보니, 대관(對官) 업무에서도 치열하게 대립한다. 또 업종 특성상 정책·규제나 각종 인허가 사안이 많다. 그렇다 보니 대관 조직이 비대해졌다. 통신업계 대관 담당들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등 정부 부처 공무원뿐만 아니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정무위 등 관련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과 보좌관을 만나면서 자사 이익에 맞게 통신정책 관련 사안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설득한다. 특히 SK텔레콤과 KT는 방대한 대관 조직을 운영하며 통신정책 실행과 입법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56명으로 구성된 대관 조직을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는 SK텔레콤 CR(Corporate Relation)부문과 SK그룹 국회 대응 관련 조직도를 단독 입수했다. CR부문 소속 대관 담당 56명은 통신정책·공정경쟁 등 분야에서 정부 부처·국회·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접촉하면서 자사 이해를 입법이나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CR부문은 아니지만 법무실 컴플라이언스팀 소속 박용주 전무 등 10명이 공정위 관련 대관 업무와 소송을 맡아 CR부문을 지원한다. 이들은 2016년 초부터 7월4일까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이슈와 관련해 공정위 등 정부 부처 공무원 설득에 총동원되기도 했다.

 

© 일러스트 정찬동

“SK 대관, 같은 업무 담당자로 부러울 정도”

 

CR부문은 하성호 부문장이 총괄한다. SK텔레콤 사업총괄로 옮긴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총괄부사장) 밑에서 CR전략실장을 맡으면서 대관 업무를 배웠다. 하 부문장 산하에는 CR전략실·정책협력실·CR지원팀 등 3개 하위 부서가 있다. 주력 부대는 CR전략실이다. 이상현 실장 휘하에 28명이 활동한다. 정책과 규제 관련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정책협력실과 협력해 정부 부처를 접촉하고 있다.

 

정책협력실은 15명이 일하고 있다. 주로 공정위·미래부·방통위 등 정책 당국 관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조영록 CR지원팀 실장은 김희선 전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조 실장 휘하 12명은 국회 대응 업무를 수행한다. 이형희 총괄부사장 지시를 받아 SK그룹 차원에서 국회 로비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 부사장이 12월21일 SK텔레콤 사업총괄에서 SK브로드밴드 사장으로 옮기면서 그룹 차원의 국회 대응 업무는 조 실장이 총괄할 것이 유력해진 상태다.

 

SK텔레콤 대관조직 56명은 6개 계열사 대관 담당으로 구성된 국회팀의 지원을 받는다. 한 통신 업계 대관 담당자는 “이슈가 발생하면 계열사 대관 담당들이 SK텔레콤을 측면 지원한다. 체계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같은 대관 업무 담당자로서 부러울 정도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SK그룹 차원에서 대관팀 총괄역은 이형희 총괄부사장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 부사장을 각별히 신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이 부사장을 워낙 신임해 그룹 대관 총괄역을 맡겼고, 이제 계열사 대표이사로 영전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신일고 출신으로 최 회장의 고교 선배이기도 하다. 이 부사장은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로 옮기면서 대관 업무에선 한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향후 SK그룹 차원에서 정부 부처와 국회·시민단체까지 총망라한 전체 대관 업무는 하성호 부문장이 이끌 가능성이 커졌다.

 

이 부사장은 SK텔레콤·SK주식회사·SK하이닉스·SK플래닛·SK E&S 등 계열사들의 국회 대응조직을 이끌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는 1년 전 것이어서 일부 인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SK그룹 산하 국회 대응팀은 23명가량이다. 국회 대응 인력이 가장 많은 곳은 SK텔레콤이다. 조영록 실장·염성진 팀장·공동훈 팀장을 비롯해 13명이 국회 대응 업무를 수행한다. 염 팀장은 대관 조직 내에서 드물게 SK텔레콤 공채 출신이다. 염 팀장 휘하 6명은 국회 미방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를 상대한다. 공 팀장은 이경재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의원 비서관 출신이다. 휘하 매니저 3명과 함께 미방위 외 다른 국회 상임위를 맡는다. 특히 신사업 관련 입법이나 규제 신설·완화에 대응한다.

 


“정부·국회 출신들, 고문 직함으로 대관 활동”

 

SK그룹은 드러난 대관 조직보다 숨겨진 인사들이 더 위력적이라고 평가받는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공개된 대관 담당자보다 뒤에 감춰진 인사가 더 무섭다. 이 인사들은 주로 정부·국회·협회 고위 관계자 출신으로 SK 계열사 내에 고문 등 직함을 갖고 사실상 대관 담당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무산과 관련해 보이지 않는 조직에 지나치게 의존한 탓에 패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조신 전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가 2016년 6월까지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으로 있다 보니 SK텔레콤은 합병 승인은 따 놓은 당상으로 치부했다. SK텔레콤 대관 담당자들은 3월말부터 정부 부처나 언론사를 돌면서 “KT나 LG유플러스가 애써봐야 소용없다. 일은 벌써 끝났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정확한 정보 파악조차 못하고 KT와 LG유플러스 연합군에 의해 패퇴했다. 공정위는 7월4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을 경쟁제한 행위로 간주하고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합병 관련 이슈에서 SK텔레콤 등 SK그룹 대관팀을 패퇴시킨 KT 대관팀은 87명으로 구성됐다. 본지는 KT CR부문과 KT경제경영연구소의 대관 지원부서의 조직도를 입수했다. KT CR부문 소속만 87명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 소속 대외정책연구담당 24명 전원과 경영전략연구담당 16명 중 절반가량이 이론적 배경, 자료 작성 등 업무를 담당하며 CR부문을 측면 지원한다.

 

KT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이는 맹수호 CR부문장(부사장)이다. 맹 부문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KT 본사에선 대외부문 사업협력실과 재무실 실장을 맡다가 2010년 계열사 대표이사로 나갔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건이 터지자 본사 CR부문장으로 복귀했다. 맹 부사장은 김광동 ICT정책연구 태스크포스장(상무)과 조근익 마스터PM 보좌를 받으며 기획실·지원실·협력실 등 3개 부서를 이끌고 있다. 김 상무는 정보통신 정책을 연구하며 KT 통신사업 관련 정책 논리를 개발하는 작업을 총괄한다. 특히 KT경제경영연구소와 연계 업무를 맡는다. 조 마스터PM이 독특하다. 직급이 명확하지 않으나 공정위 출신으로 알려졌다. KT 내부 관계자는 “조 PM은 공정위 담당으로 공정경쟁담당과 협력해 공정위 쪽을 맡는다”고 말했다.

 


KT, 합병 건 공정위 로비전서 SKT에 완승

 

기획실은 이승용 상무가 총괄한다. 기획실은 방통위·미래부·공정위 등 정부 부처 로비를 담당한다. 기획실 산하에는 공정경쟁·정책협력·사업협력 등 3개 담당부서가 있다. 기획실 인력은 49명으로 가장 많다. 대관팀 주력부대인 셈이다. 지원실은 30명이 일한다. 최영익 전무가 총괄한다. 지원실 산하에는 융합협력과 대외지원담당이 있다. 지원실은 국회를 맡는다. 특히 대외지원담당은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을 접촉하며 통신 정책 입법화 과정에서 KT 이해를 대변한다.

 

협력실은 오영호 상무가 총괄한다. 주로 시민단체를 커버한다. 정책 관련 논리나 자료 수집·정리 업무는 KT경제경영연구소 산하 대외정책연구담당 소속 24명이 맡고 있다. 백준봉 상무보가 대외정책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이 밖에 김재경 상무보가 총괄하는 경영전략연구담당 산하 16명 중 절반가량이 대관 업무를 지원한다.

 

KT 대관 조직은 2016년 7월 그 위력을 과시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을 놓고 벌인 공정위 상대 로비전에서 SK텔레콤에 완승을 거둔 것이다. 공정위는 7월4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을 경쟁제한 행위로 간주하고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KT 내부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승리를 확신하며 언론사를 돌아다니는 동안 KT 공정경쟁담당 임직원은 세종시에 살다시피 하면서 공정위 말단 공무원까지 일일이 만나 읍소했다”고 말했다.

 

KT에는 못 미치지만,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을 막는 데 한몫했다. 유필계 LG유플러스 부사장이 총괄하는 대외협력조직(CRO)은 KT와 긴밀히 협력하며 SK텔레콤 대관 조직에 대항했다. 유필계 부사장 산하에는 4개 담당이 있다. 이 중 김상수 상무가 총괄하는 홍보담당을 제외한 정책협력·사업협력·공정경쟁 담당이 대외협력 업무를 수행한다. 박형일 전무가 정책협력뿐만 아니라 사업협력과 공정경쟁담당도 아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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