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내보내는 드라마만 수동적으로 보는 시대는 끝났다”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06 14:23
  • 호수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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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로 열린 본격 ‘웹드라마’ 시대 인터넷에 먼저 공개한 뒤 다시 TV로 방영

요즘 미디어 산업계에서는 KBS2 금요드라마인 《마음의 소리》가 화제다. 이 작품은 조석 작가의 유명 웹툰인 《마음의 소리》를 원작으로 한 시트콤이다. 일단 오랜만에 다시 등장한 시트콤이라는 점에서 화제이고, 웹툰 원작을 웹드라마로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하고 그것을 다시 TV로 방영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시트콤이라는 장르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그리고 웹드라마가 미디어 산업계에 완전히 안착하는 계기가 될지, 이런 점들을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것이다. 이 작품은 KBS 예능국이 처음으로 제작한 웹드라마인데, 단독 제작이 아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판권 소유사 등과의 공동 제작이다. 그리고 네이버 TV캐스트에서 최초 공개됐다. 제작과 공개 과정에서 모두 기존 시스템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을 실험한 셈이다. 과거 드라마 산업계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던 지상파 방송사가 인터넷 시대에 맞게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의 일단이다.

 

국내 포털사이트 공개에 이어 중국 소후닷컴에서도 공개가 이어져 웹드라마가 한류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엿보게 했다. 지난 2016년 11월 국내 공개 당시 10시간 만에 조회 수 100만 뷰 돌파, 6일 만에 1000만 뷰 돌파 등 신기록을 세웠다. 현재 2016년 12월말 기준으로 3000만 뷰를 돌파해 역대 국내 웹드라마 조회 수 1위에 올랐다. 중국에선 12월15일 기준으로 1억 뷰를 넘어서는 인기몰이를 했다.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은 4~5% 수준이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 사이에서 크게 주목받았고, 1회 본방에 이어 재방송분까지 광고가 완판돼 웹드라마의 산업적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마음의 소리》를 만든 하병훈 PD는 “처음 대본 작업을 할 때부터 TV 버전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고 한다. 인터넷과 TV라는 플랫폼을 모두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것이다. 대신에 각 플랫폼의 특성에 맞게 내용을 달리했다. 인터넷 방영용은 좀 더 감각적이고 개그적인 내용에 중점을 둔 반면, TV 방영용은 가족이야기나 러브스토리 등 서사성을 강화했다. 인터넷 방영분엔 없던 내용을 TV 방영에 추가해 인터넷 시청이 자연스럽게 TV 시청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했다. 웹드라마가 인터넷이라는 플랫폼과 TV 플랫폼 사이에서 어떻게 운용될지 하나의 모델을 보여준 것이다.

 


기업들, 웹드라마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

 

SNS 드라마, 모바일 드라마 등으로도 불리는 웹드라마는 인터넷을 통해 방영되는 드라마를 일컫는다. 보통 60분이 기준인 TV 드라마에 비해 웹드라마는 5분에서 20분 정도의 분량이다. 외국에선 40분에서 60분 정도 길이의 드라마까지도 인터넷으로 방영되지만, 우리나라의 웹드라마는 아직 짧은 동영상을 간편하게 즐기는 네티즌의 기호에 맞춰져 있다. 포털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 SNS 등 다양한 인터넷 채널을 통해 시청자를 만난다. 국내엔 2010년에 처음 선보였지만, 부실한 완성도 때문에 조회 수가 100~300뷰 정도에 그치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하지만 유명 아이돌들이 출연진으로 가세하면서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마니아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가 1800만 뷰를 돌파했고, 유노윤호의 《당신을 주문합니다》, 산다라박의 《우리 헤어졌어요》 등이 1000만 뷰를 넘어섰다.

 

웹드라마가 이렇게 젊은 마니아들을 만들어내자 젊은 층과 소통하려는 기업들이 웹드라마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삼성은 2013년 《무한동력》을 시작으로, 2014년 《최고의 미래》, 2015년 《도전에 반하다》 등을 제작했다. 특히 2016년에 내놓은 이병헌 감독, 도경수 주연의 《긍정이 체질》이 누적 조회 수 3000만 뷰를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마음의 소리》의 경우는 네이버 TV캐스트에서만 3000만 뷰를 넘어선 것이고, 《긍정이 체질》은 네이버 TV캐스트·다음 티비팟·유튜브·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의 조회 수를 합산한 수치다. 2016년 말엔 롯데면세점의 웹드라마 《첫 키스만 일곱 번째》도 누적 조회 수 3000만 뷰를 돌파했다. 현대차가 그랜저IG의 주행 장면을 최초로 공개한 매체도 웹드라마였다. 심지어 농림축산식품부도 젊은 세대의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웹드라마를 제작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드라마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에 비해 기업이 알리고 싶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다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고, 인터넷에 익숙한 소비층에 더욱 어필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웹드라마의 특징을 소개했다.

 

특히 2016년엔 웹드라마 시장이 급성장해 2013년 7편, 2014년 23편, 2015년 67편이었던 제작 편수가 200여 편으로 껑충 뛰었다. 양적 증가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초반의 아마추어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전문제작사와 스타가 관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엄기준·김소현·서신애·김소은·정일우·진세연·봉태규·이광수 등이 2016년 웹드라마에 출연했다. 이렇게 2010년대에 웹드라마가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2014년에 KBS가 자사 드라마를 10분 단위로 잘라 인터넷에서 먼저 선보이는 실험을 했고, 2016년 10월에 SBS는 중국에서 공개했던 웹드라마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편성했다. 그리고 12월에 KBS가 인터넷과 TV 방영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마음의 소리》를 선보이며 웹드라마 중흥기의 정점을 찍은 것이다.

 

 

“TV가 과거라면, 웹드라마는 인터넷 시대의 미래”

 

웹드라마는 제작비가 매우 적게 들고, 방영시간이 짧으며, 규제나 사회적 견제도 별로 받지 않고, 무조건 사전제작이기 때문에 일정 맞추기도 쉽다. 때문에 제작진이나 배우가 큰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다. TV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네티즌이 다양한 취향을 즐기길 원하는 시대에 적합한 형식이기도 하다. SBS플러스 김용진 CP는 “TV가 과거라면, 웹드라마는 인터넷 시대의 미래”라며 “더 이상 TV에서 해 주는 드라마만 수동적으로 보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자기만의 취향을 즐기려는 까다로운 시청자에게 웹드라마가 맞춤 콘텐츠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방송국 입장에서 웹드라마는 정체된 방송시장의 돌파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마음의 소리》는 인터넷과 TV의 순차 방영, 그리고 중국 인터넷 방영 등을 통해 시장 다변화의 전범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웹드라마의 이런 다양한 가능성 때문에 웹드라마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많아진다. 기존 방송과 인터넷에 걸쳐 있는 융합적 성격으로, 방송사·영상제작사·통신사·인터넷 기업 등이 뛰어드는 한편, 간편한 제작 여건 때문에 아이돌 기획사까지 가세할 조짐이다. 2017년엔 본격적인 웹드라마 대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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