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디도스 사건, 검·경은 “윗선이 없다” 결론
  • 조유빈·조해수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7.01.1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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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 검색 막은 '선관위 사이버테러' 수사 어떻게 진행됐나

2011년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렸다. 출근길 투표를 하려는 시민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2011년 8월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지원범위에 관한 주민투표’ 때와 달라진 서울시내 투표소 322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전 6시15분부터 8시32분까지 선관위 홈페이지는 접속이 되지 않거나 일부 항목이 열리지 않았다. 열리지 않았던 부분은 ‘투표소 검색’이었다. 투표소를 찾지 못해 제대로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투표소 검색이 되지 않은 이유는 사이버테러 때문이었다. 선거 당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도 사이버테러를 당했다.

 

선거 과정에 개입해 투표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가해진 사이버테러는 이승만 정부 시절 3∙15부정선거에 비유될 만큼 심각한 사안이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투표소를 검색할 수 있는 선관위 홈페이지와 당시 야권단일 후보였던 박원순 후보의 공식 홈페이지 ‘원순닷컴’이 공격을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10월25일 밤 최구식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의 9급비서인 공현민씨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정보기술(IT)업체 대표 강아무개씨에게 선관위 홈페이지에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을 할 것을 지시했다. 필리핀에 있던 강씨는 직원인 황아무개씨와 강아무개씨에게 연락해 디도스 공격을 실행하게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밤 공씨는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유흥주점에서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김태경씨,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 비서 박아무개씨 등과 술을 마시다가 공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 측은 공격이 가능한지 테스트를 거친 후 선거 당일인 10월26일 새벽 5시50분부터 공격을 시작했다.

 

2012년 6월21일 '디도스 특검' 박태석 특별검사가 2011년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발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 최구식 의원 비서 공씨 ‘단독 범행’

 

경찰은 선관위 사이버테러 공격을 지시한 공현민씨와 공격을 실행한 강아무개씨 등 4명을 체포했다. 술자리에 같이 있었던 박희태 의장 비서인 김태경씨도 소환해 조사했다. 2011년 12월9일 경찰은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 사건을 공씨가 IT업체에 의뢰해 벌인 ‘단독 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씨가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가 당선될 경우 공적을 세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범행을 벌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27세 수행비서 개인의 소행일 수가 없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선관위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당했다고 발표했지만, 이에 대해 보안 전문가들은 “디도스 공격을 할 경우 사이트 전체가 다운된다. 투표 장소 검색만 되지 않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김태봉 KTB솔루션 사장은 “일부 서비스만 선택적으로 중단하려면 전문가를 동원한 별도의 해킹기법이 사용됐을 것”이라 설명했다. 디도스 공격 외에 제3의 해킹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최구식 의원에게 수사 상황을 전달해 준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디도스 공격 사건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 논란도 일었다.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박희태 의장 비서인 김태경씨를 추가로 기소했다. 2012년 1월 검찰은 ‘공씨와 강씨가 온라인 카지노 합법화를 기대하며 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했고, 김씨가 그 대가로 1000만원을 건넸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씨의 단독 범행이었다는 경찰 발표와 달리 검찰은 김씨와 공씨의 공동범행이라는 결론을 냈다.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검찰은 공격을 지시한 ‘윗선’은 없다고 발표하며 “배후를 밝혀내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 언급했다. 국회는 “검찰 수사가 미흡하다”며 디도스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2012년 1월12일 건국대 학생들이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대학과 시민사회는 당시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해 성명을 내고


이에 따라 박태석 특별검사를 필두로 한 ‘디도스 특검팀’이 꾸려졌다. 특검은 “비서인 공씨가 체포될 것”이라며 수사내용을 최구식 의원 측에 누설한 김효재 수석을 공무상비밀누설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전직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김아무개씨 등 2명도 박희태 의장 비서와 최구식 의원 보좌관에게 수사상황을 전해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수사내용을 누설한 이유는 단순한 친분 관계라고 판단했다.

 

특검팀 역시  ‘윗선’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00여 명의 인력과 20억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됐지만, 특검은 ‘공씨가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강씨 등에게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기존 수사 결과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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