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원순 시장 “‘선관위 디도스 공격’ 재수사해야”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7.01.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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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야권 단일후보였던 박원순 서울시장…“국민 주권 행사 침해하는 범죄 용납할 수 없다”

2011년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아야 여당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40대 이하는 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무소속 후보를, 50대 이상은 나경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상황에서 출근시간에 투표를 해야 하는 젊은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려 전체 투표율을 떨어뜨리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홈페이지에 사이버테러가 가해져 유권자들이 바뀐 투표소를 검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박원순 후보의 공식 홈페이지 ‘원순닷컴’도 선거 당일 2차례에 걸친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

 

당시 선관위 홈페이지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에 가해진 사이버테러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수뇌부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는 증언이 나왔다(1월11일 ‘[단독]“선관위 디도스 공격, 여당 수뇌부가 조직적으로 지시했다”’ 기사 참조). 1월12일 만난 박원순 시장은 디도스 사건에 대해 “헌법 제1조를 위반한 중대한 범죄다. 재수사는 물론이고 진상조사위원회도 꾸려져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국민의 주권 행사를 침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 시사저널 최준필

조기 대선을 앞두고 ‘선관위 디도스 사건’과 같은 고의적인 투표 방해 공작 등이 또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어떻게 보나.

 

“국가의 존립은 정상적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질서에 기초한다. (디도스 사건은) 국가의 가장 근간이 되는 국민주권주의를 침해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돼 있다. 국민이 주권을 갖는다.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방법이 투표고 선거다. 투표는 국민이 가지고 있는 가장 유일하면서도 강력한 권한이다. 이것을 왜곡하는 것은 헌법 제1조 위반이다. 가장 중대한 범죄가 아니겠나.”

 

 

‘원순닷컴’도 선거 당일 새벽 1시부터 접속이 중단됐다. 당시 야권 단일후보였던 박원순 후보의 공식 홈페이지만 공격을 받았는데.

 

“그때는 정확한 상황을 잘 몰랐다. 뭐가 잘못 작동된 걸로 생각했다. 나중에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구속됐지만 이렇게 큰 음모가 있는 줄은 몰랐다. 주권을 훔치는 것은 몇천억원을 훔치는 것보다도 더 큰 문제다. 이 사건은 중대한 국민주권 침해 행위다. 야당 쪽에서 진상조사위원회까지 만들어야 한다.”

 

 

특정 지역의 투표율 하락을 목표로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실제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그때 압도적으로 제가 이겼다. 사실은 그랬기 때문에 이 사건이 쟁점이 안 된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당시 사건은 원칙적으로 중대한 범죄일 뿐 아니라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투표라는 것은 한 표 차이로도 질 수 있는 것이다.

하물며 (사건이 일어난 당일은) 디도스 공격 때문에 아침에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이 투표소를 찾을 수 없었다. ‘갔는데 투표소가 바뀌었다’고 하더라. 바뀐 투표소를 인터넷으로 확인할 길이 막혀 있었다. 제가 만약 패배했다면 선거 무효를 이야기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당시 수사 결과를 어떻게 보고 있나.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생각은.

 

“디도스 공격이 밝혀졌을 당시 (관계자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이렇게 조직적이라는 사실, (한나라당의) 고위 정치가들이 관련됐다는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것에 대해 검찰이 엄격히 수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수사를 해서 사실을 제대로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경종을 확실히 울려줘야 한다.”

 

 

나경원 후보의 패배와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인해 한나라당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했다. 당시 한나라당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보나.

 

“기본적으로 범죄행위가 어떻게 계획되고 수행됐는지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못했다. 당시 한나라당 쪽 사람들에 의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나라당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분명한 사과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것을 ‘아래에 있는 한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고 덮으려고 했다. 그 당시에는 상부의 선이 있다는 사실조차 밝혀지지 않았고, 개인의 만용 내지는 공적을 위한 행동으로 넘어갔다. 국민의 주권을 도둑질하는 행위다. 이런 일이 밝혀진다면 당 해체를 해야 할 수준의 사안이다.”

 

© 시사저널 최준필

당시 디도스 공격 이후에도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을 활용한 비난 여론 조성 등 공격이 많았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가 무서운 존재라서 그렇다. 권력을 차지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위험한 인물,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제가 현재 지지율이 낮은 것을 보면 그게 먹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국 국민들이 다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과 관련해서도 ‘사실상 무효’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디도스 사건처럼 선거권 행사에 부정한 개입이 있었다고 보나.

 

“보통 검찰이 수사해서 선거 무효가 되는 사례들을 보면 그 죄의 내용이 굉장히 가볍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선은 무효가 된다. 그만큼 선거사범에 대해 엄하게 판결을 한다는 얘기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안 돼 다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시 밝혀진 사실들만 하더라도 선거 무효에 해당한다. (영향을 미친 표가) 꼭 몇 표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런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국가기관에 의해 이뤄졌다면 그 선거는 무효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대선 패배를 인정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의 정서로 보면 패배자가 불복하는 모양새가 썩 좋진 않다. 그래서 이해는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주변이나 당에서도 처음에는 잘 몰랐고, 수사가 잘 된 줄 알고 넘어갔다. 그러나 나중에 대규모의 (댓글)부대가 운영된 것이 밝혀졌다. 당시 검찰이 어마어마한 분량의 댓글을 줄여서 기소하면서 흐지부지 됐다. 당 차원에서 이에 대해 과감하게 문제 제기하고,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했어야 한다.”

 

 

2013년 시민 2000명이 18대 대선에 대한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진행되지 않았다. 최근 민심이 결집한 촛불집회에서도 대선무효소송 서명운동이 진행됐는데 이 같은 움직임을 어떻게 보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무효소송의 이익은 사라지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이 중요한 사안을 따지면서 운동을 펼쳐온 분들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한다.”

 

 

19대 대선에 앞서 선관위 디도스 사건과 같은 선거 개입과 투표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선행돼야 하나.

 

“선거와 관련해서는 경미한 부정(不正)이라도 법원에서 엄중하게 판결해 선거무효형을 선고하고 있다. 그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에 따라 선거가 무효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고 행동하면서 상대적으로 공정한 선거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서울시장 선거와 같은 큰 선거들이 아주 조직적이고 기계적이고 기술적인 계획에 의해 침해됐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런 점에 대해 엄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면 의문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확인이 되지 않는 전자개표 대신 수개표를 도입하는 것도 충분히 고민할 만한 방법이다.

 

제가 야당의 당 대표라면 지난 번 선거에 대해 문제 제기된 사안들을 선관위에 요구해 확인하겠다. 당시 전자개표와 수개표의 수가 맞는지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야를 나눌 문제가 아니다. 투표는 국민 주권의 신성한 행사, 중대한 행사의 장이다. 이런 식으로 국민의 주권 행사를 침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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