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종섭의 정치 풍향계] 문재인-반기문 양강 구도? ‘50대 기수론’ 대선판 흔든다
  • 소종섭 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18 11:35
  • 호수 14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명·안철수, 재도약 발진…안희정, 문재인과 차별화하며 용틀임

40대 기수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다. 1971년 8월15일 펴낸 책 《40대 기수론》에서 YS는 ‘40대 기수론’을 주장하게 된 근거를 두 가지로 들었다. ‘첫째, 5·16 군사쿠데타로 등장한 현 집권 세력, 다시 말해서 71년 총선거에서 싸울 상대 세력이 야당의 평균 연령보다 훨씬 젊다는 사실이다. 둘째, 해방 후 25년간 야당의 법통을 이어온 오늘의 야당은 국민적인 지지를 받은 훌륭한 지도자를 내세워 이승만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려 했으나, 그 지도자들의 노쇠에서 온 신체상의 장애로 두 차례(해공 신익회와 유석 조병옥)나 평화적 정권 교체라는 과업을 일보 직전에 좌절하고만 쓰라린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어쨌든 ‘40대 기수론’은 한동안 한국 정치의 상징어가 됐다. 당시 ‘40대 기수론’의 주인공이었던 YS와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이후 야당의 새 리더로 떠올랐다. 1971년 DJ는 야당 대통령 후보가 됐고, YS는 1974년 야당 총재가 됐다. 훗날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을 지냈다. 역사는 도전하는 자에게 기회를 준다.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지금처럼 빠르게 진행된다면 2월말~3월초에는 결정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안에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러면 4월말~5월초에 대선이 치러진다. 100일 남짓 남았다는 얘기다. 대선 주자들의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왼쪽부터)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 시사저널 이종현

문재인-반기문의 불안정성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재벌개혁 등 잇따라 정책을 내놓으며 굳히기를 시도하는 흐름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또한 귀국해 바람몰이를 시작했다. 현재 지지도 1·2위를 다투고 있는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측면에서 대세론을 도모 중이다. 문 전 대표는 다른 대선 주자들이 엄두도 못 낼 1000여 명에 달하는 교수 중심의 정책 집단을 꾸렸다. 조직력도 월등하다. 조기 대선이라는 짧은 시간도 나쁘지 않다.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에게 맞설 만한 거물 주자군이 뚜렷하지 않은 틈을 노린다. 이른바 ‘비(非)문재인 세력’을 하나로 묶어 대표주자가 되고자 한다. 높은 인지도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무게감은 다른 대선 주자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은 문재인-반기문의 각축전이 될 것인가. 지금 보면 그런 것처럼 보인다. 특히 문 전 대표의 경우 굳건한 위치를 확보한 듯이 보인다. 하지만 답은 ‘아직 두고 봐야 한다’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 정치에서 100일은 긴 시간이다. 각 당 경선 일정을 감안한다 해도 후보가 정해지기까지는 아직 60일 이상 남아 있다. 역시 긴 시간이다. 검증 과정이나 경선 과정에서, 아니면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겨 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이러한 불가측성은 두 사람이 보여주는 불안정성에서 온다. 문 전 대표에 대해서는 진작부터 위기관리 능력과 판단력, 확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른바 ‘호남 발언’이 상징적이다. 총선 전인 지난해 4월8일 광주를 방문한 문 전 대표는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둔다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에서 호남 참패에도 그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은 또 어떤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국제기구 수장을 지냈지만 10년 동안 국내를 떠나 있었다. 유능한 외교관이었지만 정치권에 몸담은 적은 없다. 정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낮다. 구름 위에서 살아왔기에 한국 사회의 각종 현안 문제에 대해 현실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자신의 세력이 없다.

 

이런 상황이 ‘50대 기수론’의 자양분이다. 앞으로 ‘50대 기수론’이 대두될 수 있는 이유는 이외에도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제외하면 현재 대선 주자는 거개가 세대적으로 50대다. 김부겸·남경필·안철수·안희정·유승민·이재명 등이다. 1960년대에 태어났기에 산업화의 수혜를 받았지만 대학생 시절 직간접으로 민주화 흐름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이들은 문화적으로도 선배 세대와 다르다.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도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을 추구한다.

 

 

50대 주자, 이념 얽매이지 않고 실용 추구

 

이재명 성남시장은 탄핵 국면에서 선명한 메시지를 선보이며 치고 올라갔다. 대중의 감수성을 읽고, 쉬운 말로 발 빠르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그의 장점이다.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지지도가 다시 한 번 반등할 수 있느냐가 향후 그의 도약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1월12일 김동철 비대위원장, 주승용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선(先)자강, 후(後)연대’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리베이트 의혹 사건’에 연루된 박선숙·김수민 의원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두 가지 사건을 통해 안 전 대표는 다시 전진할 수 있는 토대는 구축했다. 그러나 본인이 주장하는 ‘자강론’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지지도가 10%대 중반 정도까지는 올라가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연대론’이 불거질 것이다. 안 전 대표에게도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다. 대선 출마를 결심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취약점으로 지목되는 대중성 확보와 세력 구축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남경필 경기지사가 1월9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동 공약을 발표한 것도 주목되는 행보이다. 두 사람은 “국회와 청와대, 대법원과 대검 등을 세종시로 완전하게 이전하는 것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 입법, 사법, 행정이 한곳에서 유기적으로 일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둔해질 대로 둔해진 서울의 군살을 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와 청와대 등의 세종시 이전을 주장한 것도 주목됐지만 더 놀라운 것은 야당 소속인 안희정 지사와 최근까지 여당 소속(지금은 바른정당 소속)이었던 남경필 지사가 뜻을 모아 기자회견까지 했다는 점이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새로운 협치(協治)의 정치 문화가 싹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특히 안희정 지사는 최근 잇달아 독자적인 메시지를 내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1월13일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사드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임 정부가 국가 간 협상한 걸 뒤집는 건 쉽지 않습니다. 정치인이 어느 입장에 가담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지도자는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용기 있게 걸어가야 합니다.” 사드 배치 문제는 차기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문 전 대표와는 다른 입장이다. 안 지사의 입장은 진보 진영 일부에서 비판도 하고 있지만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판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문 전 대표와 본격적인 차별화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지사는 결정적인 국면에서 뒤집겠다며 보이지 않게 물밑 조직 작업도 상당한 정도로 진행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