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윤선 지시 의혹, 어버이연합 ‘反세월호 집회’ 리스트
  • 조해수·조유빈·안성모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7.01.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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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입수 ‘어버이연합 집회 회계 장부’…8개월간 39회 세월호 반대 집회 개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보수단체를 동원해 ‘관제데모’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조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를 동원해 친정부 집회를 열도록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는 시사저널이 지난해 4월 ‘어버이연합 게이트’ 단독 보도를 통해 제기한 “청와대가 보수집회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팀은 조 장관이 2014년 6월 정무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후 보수단체를 활용해 세월호 반대 집회를 주도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특검팀은 어버이연합이 조 장관의 지시를 받고 2014년 10월24일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 앞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반대하는 시위를 개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조 장관은 보수단체의 관제데모에 사용된 구호까지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월17일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에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은 ‘어버이연합 집회 회계장부(2014년 4월~11월)’를 단독 입수해 세월호 반대 집회에 일당 2만원을 받는 탈북자 알바가 1200명 이상 동원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2016년 4월11일 “[단독] 어버이연합, 세월호 반대 집회에 알바 1200명 동원 확인”). 이들에게 지급된 돈은 2500만원 이상이었고, 한 집회에 최대 200여명을 고용하기도 했다.

 

 

‘8개월에 102회 관제데모, 3800명 알바 동원’

 

어버이연합은 이 기간 동안 39회의 세월호 반대 집회를 가지면서 1259명의 탈북자 알바를 동원했다. 같은 기간 어버이연합이 참여한 집회는 총 102회, 고용된 탈북자는 3809명, 지급된 알바비용은 7618만원에 이른다. 세월호 반대 집회가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는데,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반대 집회를 얼마나 중대하게 여겼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이 파악한 ‘다이빙벨’ 반대 시위에는 11명의 탈북자 알바가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5월부터 시작된 어버이연합의 세월호 반대 집회는 날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폭력성 역시 짙어졌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7월에는 세월호 반대 집회가 9건으로 늘어났고 9월에는 15건으로 증가했다. 집회 분위기 역시 ‘치킨 몰래먹기 퍼포먼스’ ‘단식 릴레이를 비꼬는 단식 퍼포먼스’ ‘세월호 선동세력을 지옥으로’ ‘세월호 유족들은 광화문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 달라’ 등으로 과격해졌다.

 

ⓒ 시사저널 미술팀


어버이연합은 세월호 반대 집회 외에도 박근혜 정권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에 대해서는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어버이연합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산케이(産經)신문 등에 대한 규탄 집회와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지지 집회 및 KBS 왜곡 보도 규탄 집회에 탈북자 알바를 대거 투입했다. 어버이연합은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이석기 전 의원 규탄 집회 및 통합진보당 해산 촉구 집회에 350명의 탈북자 알바를 동원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서울시청 청사와 박원순 당시 후보 캠프 등지에서 이른바 ‘농약 급식’과 관련한 박원순 규탄 집회를 가졌는데 여기에도 167명의 탈북자 알바가 투입됐다.

 

KBS 앞에서 벌어진 문창극 총리 후보자 왜곡 보도 규탄 집회에는 246명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관련 기사를 게재한 산케이 신문에 대한 집회에는 103명이 고용됐다. 심지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에 대한 규탄 집회도 수차례 열렸다. 2014년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親朴) 후보와 당권 경쟁을 벌이고 있던 김 전 대표를 ‘구태 정치꾼’이라고 비난하면서 인형을 만들어 화형식을 하기도 했다. 이는 권력을 견제해야 할 시민단체인 어버이연합이 박근혜 정권의 홍위병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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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알바’에서 ‘청와대 지시’ 의혹까지 

 

관제데모 지시 몸통으로 김기춘 前 비서실장 지목

 

어버이연합이 청와대와 한 몸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사저널의 추가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어버이연합 측은 “청와대 행정관이 집회 지시를 내렸다”면서 “집회 지시를 안 들으면 예산 지원을 다 자르라고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예산 등 자금 지원을 빌미로 보수단체에 관제데모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어버이연합 측이 지목한 청와대 행정관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허현준 행정관이었다. 시사저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보수단체에 집회 지시를 내리는 것은 행정관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윗선이 개입돼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허 행정관의 직속상관은 정관주 국민소통비서관이었고, 최고 책임자는 현재 문체부 장관을 맡고 있는 조윤선 정무수석이었다. 최초 의혹 제기가 있은 지 1년여가 흐른 현재 정관주 전 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지내면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고, 조윤선 장관은 관제 데모 지시의 윗선으로 특검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그러나 조 장관 역시 관제 데모를 지시한 최고 윗선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 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보수단체 관제데모를 직접 지시한 정황이 자세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김 전 수석이 2014년 11월26일자에 남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내용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보조금 지급 시 단체 성향에 따라 광고도 그와 같이”라고 밝히며 시민단체에 지급되는 국가 보조금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줬다. 이 외에도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상황을 면밀히 보고 받으며, 보수단체를 활용해 반(反)정부적인 단체나 인물에 대한 고소․고발을 지시한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조윤선 장관을 만난 적도 없다. 모든 것이 사실무근이다”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처럼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검 사무실로 항의 집회를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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