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두 번째 올림픽 개최 앞둔 평창
  •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서울대 도시조경계획 연구실 연구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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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④ 강원 평창
평창, 그 중에서도 대관령은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매력을 자랑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재촉하는 곳이다. 먼저 겨울철 대표 레포츠인 스키문화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곳이라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1975년에 개장한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의 용평리조트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현대식 시설을 갖춘 스키장이었다. 
 
용평리조트에서 발왕산 정상까지 연결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니 강원도의 웅장한 산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스키장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언제나 감동과 설렘을 안겨주지만, 평창의 그것은 조금 특별하다. 아마도 발왕산을 포함해서 백석산, 황병산 등 고도 1,000미터 이상의 명산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고산지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용평리조트 발왕산 정상에서 보이는 평창의 고산지대 풍경 ⓒ 김지나 제공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진 ‘스키점프센터’는 이제 대관령면의 명물이 되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스키점프대의 높이와 경사가 아찔하다. 필자가 방문했던 날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스키점프대 출입구가 있는 정상까지 운행하는 모노레일을 탈 수 없었다. 대신 자동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스키점프타워의 전망대에서는 대관령면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이곳에 서서 점프대의 활주로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키점프 선수들이 느낄 긴장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경기장 시설을 보고 나서 전혀 관심도 없던 경기종목을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경기장 자체가 가지는 아우라가 경기대회의 홍보효과까지 내고 있는 셈이었다.
 
평창엔 스키점프대 말고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 평창의 또 다른 명소인 대관령양떼목장은 1988년에 만들어졌다. 지금처럼 목장을 관광이나 체험의 장소로 생각하는 사람이 흔치 않았던 시절이다. 2004년부터는 실내악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대관령음악제가 매년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음악페스티벌의 선두주자 격인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2004년에 시작되었으니, 대관령음악제의 역사와 깊이를 짐작할 수 있을 테다. 무더웠던 어느 여름날, 서울을 벗어나 고산지대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듣는 음악제의 선율은 평소에 클래식음악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필자에게도 특별한 피서가 되었던 추억이 있다. 
 
평창 대관령면의 알펜시아리조트 일대 전경.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열리는 뮤직텐트가 보인다. ⓒ 김지나 제공
2009년 6월에 개장한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 평창올림픽 때 스키점프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 김지나 제공
이렇듯 우리나라에 새로운 관광, 여가문화를 소개해왔던 평창은 올림픽 개최도시라는 이름까지 얻기에 이르렀다. 올림픽은 도시의 이름을 알리는 가장 스펙터클한 수단이다. 올림픽은 국가가 아닌 도시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기 때문이다.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인 도쿄,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베이징보다 홍보가 안 되어 있다고 걱정들이 많다. 한 나라의 수도로서 이미 유명한 도시들과 비교되는 게 무슨 대수인가. 올림픽 개막일부터 17일간 대한민국 산간지방의 한 소도시인 평창의 이름이 전 세계 곳곳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불리어질 것이다.
 
 
올림픽 파급효과 사후 활용계획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그뿐이다. 올림픽 개최가 성장의 지표가 되고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던 건 이미 옛날이야기이다. 친환경적으로 운영되고 경기장의 사후 활용계획이 철저한 올림픽이 박수 받는 시대가 되었다. 
 
그에 반해 평창은 올림픽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경기장 건설로 파괴된 자연환경의 복원이나 개별경기장 활용방안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환경올림픽을 지향하겠다’, ‘한류관광객을 유치하겠다’라는 막연한 선언만 있을 뿐이다. 이제는 올림픽이 끝난 이후의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데 남은 역량을 몽땅 쏟아 부어도 시간이 모자라다.
 
이달 초에 찾은 평창 대관령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1년 후 올림픽에서 전 세계 선수들이 활약할 경기장 시설들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관령면의 중심인 횡계로터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만들어지고 있는 올림픽플라자 역시 공사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올림픽플라자는 올림픽의 개회식과 폐회식이 열릴, 명실공히 평창올림픽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올림픽 유산으로서, 대관령의 또 하나 명소가 될 잠재력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송천이 흐르는 대관령면 내의 모습. 올림픽 준비를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 김지나 제공
필자는 늘 자동차를 이용해 대관령을 방문했었다. 그래서인지 대관령면 내를 걸어 다녀 본 기억이 별로 없다. 하지만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다보면 장소들을 ‘점’으로만 경험하게 된다. 빠른 이동 속도가 중간에 지나쳐 오는 풍경에는 관심을 기울이기 힘들게 만드는 탓이다. 이번에 가서 보니, 대관령면은 발길이 이끄는 대로 천천히 산책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였다. 횡계시외버스터미널에서부터 걸어서 15분 정도면 횡계로터리를 지나 올림픽플라자까지 다다를 수 있다. 대관령면 일대를 흐르는 송천을 따라 조금 돌아가도 괜찮은 거리다. 
 

올림픽플라자는 자동차를 타고 가다 잠깐 ‘찍고 가는’ 점이 아닌, 대관령면 거리에서 만나는 지역의 다양한 얼굴 중에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 ‘여기서 올림픽이 개최되었었다’라는 사실을 단순히 기록하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일상적으로 활용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올림픽 유산이지만 ‘올림픽’이라는 단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올림픽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맞아 평창의 문화자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계기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빚더미만 남겼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주민들이 직접 가꾸고 지혜롭게 운영하면서 지역의 자부심으로 남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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