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올림픽 하나 제대로 못 치르는 나라 될라
  • 이민우 기자·김형민 아시아경제 문화스포츠부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23 12:03
  • 호수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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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D-1년 평창동계올림픽, 최순실 게이트發 삼중고에 ‘휘청’

평창동계올림픽(평창올림픽)이 1년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사실은 기회이자 위기이다. 다시 한 번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기회임과 동시에 준비·운영 부실 문제로 망신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은 한때 반 토막이 날 뻔했다. 2014년 12월7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국 한국과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국 일본이 일부 경기 장소를 서로 바꿔 열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IOC는 봅슬레이·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을 일본의 나가노(長野)에서 하는 방안을 검토하려고 했다. 건설비와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고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의 공사 속도가 미진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부랴부랴 공사를 서두르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일단 위기를 넘겼다. IOC는 2015년 3월 올림픽을 분산 개최하지 않기로 공식 발표했다. 2016년 10월 경기장을 찾은 구닐리 린드베리 IOC 조정위원장은 “매우 만족스럽다.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의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왔다. 정국을 소용돌이 속에 빠뜨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한 것이다. 평창올림픽은 최순실 측이 수천억원대의 개·폐막식장 등 경기장 시설공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전·현직 장·차관이 피의자로 소환되는 등 올림픽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올림픽 특수를 통해 홍보 효과를 누리려던 기업들조차 괜한 의심을 받을까 지갑을 굳게 닫아버렸다. 이대로 가다간 “올림픽 하나도 제대로 못 치르는 나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제공·연합뉴스

올림픽 하드웨어는 갖췄지만…

 

평창올림픽에는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0여 개국이 참가한다. 각국 선수단과 IOC 패밀리, 각국 올림픽위원회(NOC), 국제 스포츠 관계자, 보도진 등 대회와 직접 관련한 방문객만 5만여 명에 이른다. 평창올림픽을 치르기 위해선 기본 요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성공적 개최 여부와 무관하게 올림픽을 열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필수 조건들이다. 경기장과 교통, 숙박 등의 시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개최 1년을 앞둔 시점에서 시설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월16일 현재 전체 경기장 공정률은 95.15%에 이른다. 쇼트트랙과 피겨 경기가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는 지난해 12월14일 준공돼 테스트 이벤트를 마쳤다. 다만 설계 변경 등으로 공사가 지연된 올림픽 플라자(개·폐회식장)의 공정률은 38.5%에 머물렀다.

 

신설 경기장과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경기장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숙제로 떠올랐다. 스피드스케이팅·쇼트트랙·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경기가 치러지는 강릉 아이스아레나는 극찬을 받고 있다. 이미 국제빙상연맹 쇼트트랙 월드컵대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한국 남자 피겨 국가대표 차준환씨는 “경기장 빙질이 좋다. 만족할 만한 훈련과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기존 시설을 보수한 경기장들은 일부 문제가 개선되지 않거나 크게 변화가 없다는 평가다. 

 

1월17일 현재 올림픽 플라자(왼쪽)의 공정률은 38.5%다. 올림픽 선수촌 공사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 시사저널 이민우

정부 역할 부재에 후원조차 메말라

 

각국 선수들과 관광객을 수송할 교통 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경기장 진입도로의 공정률은 60%(2016년 12월말 기준)로, 올해 말까지 준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 평창과 수도권을 연결해 줄 주요 교통수단은 철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원주와 강릉 간 120.7km 철도 건설사업을 비롯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연결철도 건설사업(6.4km), 수색과 서원주 간 기존선 고속화사업(108.4km) 등 평창동계올림픽 수송지원 사업들이 올해 11월 완공될 예정이다. 강영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평창 진부역 공사현장을 방문해 “사업비 조기집행에도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드라이브를 걸기도 했다. IOC와 NOC, 국제경기연맹(IF), 미디어 등을 위한 숙박 역시 2만1000여 실을 확보해 지난해 6월 IOC의 승인을 마쳤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태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평창올림픽까지 영향을 미쳤다. 최순실 측의 이권개입을 막으려 했던 조양호 전 조직위원장은 지난해 5월 해임됐다. 이때문에 조직위는 특별감사를 받아야 했다. 후임을 맡은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전임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사퇴했는지도 당시에는 몰랐다”며 “지난 몇 달간 계속 같은 내용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시설공사 등의 계약을 모두 살펴봤지만 (최순실 측의) 비리가 개입된 잘못된 계약은 없었다. 얼마나 어렵게 유치한 올림픽인데 의혹과 음모만 갖고 매도당하는 게 안타깝다”며 “올림픽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성공개최에 전력을 다해야 할 시기”라고 읍소하다시피 했다.

 

조직위는 기업 후원금 모금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총 예산 2조8000억원 가운데 기업 후원은 38%(9400억원)에 이를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조직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모금액은 8410억원에 머물고 있다. 운영비 2조8000억원 가운데 4000여억원의 재원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공기업과 금융기관의 후원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주거래은행을 맡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어 최근에야 입찰을 시작했을 정도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부정적인 이슈가 커져서 꼭 필요한 지원마저 줄고 흥행 저하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체부가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평창올림픽 관련 업무에 손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도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투입된 예산 규모(SOC 제외)는 3조90억원이다. 국비 1조335억원과 지방비 1조9755억원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정부가 지원한 예산의 98.7%(1조202억원)는 경기장이나 도로 공사 등에 투입됐다. 올림픽 분위기 조성을 위한 홍보 예산은 그동안 133억원이 집행되는 데 불과했다. 정부는 뒤늦게 “2017년 평창올림픽 관련 예산으로 총 9372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지만 기존 사업들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기존에 계획됐던 다른 부처 예산까지 전부 묶어서 새롭게 9372억원을 투자하는 것처럼 발표했다”며 “행정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KTX 진부역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터널 공사 현장(왼쪽)과 쇼트트랙·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릴 강릉 아이스아레나 © 시사저널 이민우

강원도민 43% “성공개최 어려울 것”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민적 무관심이다. 평창올림픽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이자 국내 2번째로 개최하는 올림픽이다. 개최지를 확정하기까지 2전3기의 피나는 노력이 들어갔고, 개최권을 가져온 뒤에도 막대한 예산 투입과 환경 파괴 등의 논란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민 대부분은 지구촌 행사를 치르게 된 데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대규모 국제행사가 ‘돈 먹는 하마’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설물을 만들어 놓고 흉물스럽게 방치하는 모습을 수차례 목격했다.

 

여기에다 최순실 일가의 손이 평창올림픽 곳곳에 뻗쳤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평창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하던 조직위도 부패의 온상이라는 누명을 쓰고 있다.

 

당장 개최 지역인 강원도 평창군과 강릉시 주민들의 반응이 차갑다. 세계적 행사를 앞둔 지역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고요하기만 하다. 강원도민일보가 2016년 12월29일부터 30일까지 강원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원도민 43.4%는 ‘성공적인 대회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원도민 39.5%는 ‘성공개최를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재수 강원도청 동계올림픽본부장은 “홍보를 하지만 시국이 혼란스러우니 국민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며 “이러다가는 세월호 사건으로 무관심 속에 치러졌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처럼 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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