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최순실 쓰나미’에 휩쓸려버렸다”
  • 강원 춘천=이민우 기자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7.01.23 14:47
  • 호수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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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문순 강원지사, “예산 깎이고 후원 줄어 국민적 지원 절실”

최문순 강원지사의 자의 반 타의 반 별명은 ‘문순씨’다. 과거 국회의원 시절부터 두 차례 도지사를 지내는 동안에도 여전히 그렇게 불리길 바란다. 지위 고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람을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겠다는 의지였다. 대여섯 살 꼬맹이가 “문순씨”라고 불러도 소탈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였다. 1월18일 강원도청에서 기자와 만난 최 지사는 정치가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뒤에도 역시나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행정가로서 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그는 최근 가장 큰 숙제에 직면해 있다. 입술이 바짝 마를 정도지만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바로 강원도의 미래가 걸린 평창동계올림픽(평창올림픽) 때문이다. 최 지사는 평창올림픽 준비 현황과 관련해 “최순실 사태 때문에 모든 게 흔들리고 있다”고 정리했다. 인터뷰 내내 ‘최순실’ 이름을 10차례 이상 언급할 정도였다. 단순히 비리 의혹 때문이 아니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중앙정부가 흔들리면서 대화 파트너가 사라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업들도 후원을 주저하고 있었다. 최 지사는 “올림픽 하나 제대로 못 치르는 나라를 만들 수는 없지 않냐”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서라도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절실함이 묻어 있었다.

 

최문순 강원지사 © 시사저널 최준필

평창올림픽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

 

경기장과 진입도로 건설, 운영 준비, 경관 개선 등 기본적인 토대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상황대로 이어진다면 기본은 할 수 있는 올림픽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올림픽 같은 ‘메가 이벤트’는 기본만 해 갖고는 안 된다.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과 강원도를 각인시켜야 하고, 국민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또 관광으로 연결돼야 경제적 의미가 있다.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엔 역부족이다. 하부 토대는 튼튼하게 준비하고 있는데 상부 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상부 구조가 흔들린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최순실 사태 때문에 중앙정부가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평창올림픽을 총괄하고 지휘·조정하는 주무부서가 문화체육관광부다. 하지만 문체부가 최순실 사태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바뀌고 나더니 조윤선 장관까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그 밑에 실·국장급 인사들은 수차례 바뀌고 있다. 사실상 일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림픽 분위기가 조성되고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최순실이라는 쓰나미에 쓸려 다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인가.

 

평창올림픽 이후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잇따라 개최된다. 당연히 한·중·일 3국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예산으로 3조 엔(32조원)가량을 확보했다. 2022년 베이징 같은 경우 벌써 올림픽 분위기로 가고 있다. 올림픽 상징탑 앞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등 정치·경제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평창올림픽을 위해 투입된 예산은 14조원에 불과하다. 14조원 가운데 11조원은 철도·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이다. 그나마도 올림픽 때문에 새롭게 까는 게 아니라 기존 계획에 있던 사업의 완공 시점을 앞당겼을 뿐이다. 올림픽과 상관없는 동서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 예산에 민자사업(제2영동고속도로) 예산까지 포함돼 있다. 나머지 3조원 가운데 2조원을 강원도에서 투자하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 1조원가량 지원하는 데 불과했다. 너무 화가 나서 국회를 몇 차례나 찾아가 자료를 만들고 설득까지 했다.

 

 

국회에선 어느 정도 반영해 주지 않았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2016년 연말에 터졌다. 예산 심사 도중이었다. 때문에 관련 예산이 와르르 깎여버렸다. 예를 들면 올림픽 기간 중에 한국 음식을 알리려고 마련했던 K푸드 사업 예산이 깎였다. 한창 언론에서 다뤄진 K스포츠와 유사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급하게 강원도 앞글자인 ‘G푸드’로 사업 명칭을 바꾸기까지 했다. 급하게 국회를 찾아가 12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216억원만 반영됐다. 나머진 올해 추경을 해서라도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강원도는 조금 찌그러진 상태라도 어떻게든 사업을 해 나가고 있는데 조직위원회가 문제다. 기업의 협찬·후원으로 운영하는데 4000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순실 관련 의혹이 불거지니까 올림픽 후원이 최순실 후원으로 비칠까봐 돈을 못 내고 있다.

 

 

연말에 정부에서 9372억원을 새롭게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예산은 편성돼 있는 상황이다. 기존에 계획됐던 다른 부처 예산까지 전부 묶어서 새롭게 9372억원을 투자하는 것처럼 발표하더라. 책임자로선 정말 난감했다.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 행정의 문제, 예산의 문제, 메가 이벤트 진행의 문제 등이 다 드러나고 있다. 올림픽 하나도 제대로 못 치르는 나라. 자칫 이런 오명을 쓸 수 있다. 중앙정부와 업무 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차관들은 신경을 못 쓰고 있고, 발령을 받은 실·국장급 인사들은 내용을 모르더라. 대화할 사람이 없다.

 

 

막대한 예산을 써놓고 시설이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후 시설 활용 방안을 해결해야 할 주무부서가 문체부다. 주로 김종 전 차관이 맡아서 했었다. 강원도와 시·군, 체육회, 한체대 관계자들이 모여 이걸 풀어가는 중에 다 잡혀 들어갔다. 논의가 진행되다 중단된 이후 다시 시작도 못하고 있다. 일부 시설은 기업체에서 맡아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면밀히 검토해서 결정할 사람이 없다.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닌데 유지비용을 최소로 줄이는 문제, 공공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한국에서 동계 스포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진 않다. 때문에 관심도 줄어드는 것 같다.

 

국민의 관심을 끌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올림픽과 함께 문화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최대 규모의 문화·예술 공연이 준비돼 있다. 다양한 공연과 미술전시, 동해 바다에서 불꽃경연대회도 펼치려 한다. 이를 통해 기존 동계올림픽과 차별성을 강화하고 한국을 세계에 알리려 한다.

 

 

성공적 개최를 위해 시급히 해결할 점은 무엇인가.

 

올림픽은 강원도만의 행사가 아니다. 강원도는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국가 이미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전 국민적 관심과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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