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권오준 포스코 회장 ‘비선실세’의 경영농단 의혹
  • 송응철·박준용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7.01.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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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40년 지기 유씨, 계열사 이권·인사 ‘쥐락펴락’... 포스코 측"사실 아니다"

포스코판 ‘최순실 게이트’ 조짐이 일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비선실세’로 통하는 유 아무개씨가 계열사 이권과 인사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유씨는 권 회장의 서울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동창·동문으로 지난 40여년간 인연을 맺어온 인물로 알려졌다. 현재 유씨는 직업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포스코 계열사 임원들은 유씨를 ‘회장님’으로 호칭하며, 그의 민원을 처리하는 데 힘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유씨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통화녹음에는 이런 내용들이 자세히 담겨 있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그 배경이 권 회장과의 관계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조원 ‘벨리즈 프로젝트’ 성사 위해 청탁 정황

 

시사저널이 확보한 자료들을 종합하면, 유씨의 가장 큰 규모의 이권 개입 사례는 ‘벨리즈 프로젝트’다. 벨리즈는 멕시코 남단에 위치한 인구 35만여 명의 소규모 국가다. 이곳에 2조원을 투입해 복합레저단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사업부지 1213만㎡를 담보로 300만 달러(한화 약 35억원)를 투입해 인허가 및 토지분양을 위한 인프라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사업의 첫걸음이다. 이후 빌라·콘도·호텔 등을 분양한 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일으켜 전체 부지를 개발하는 수순을 밟는다. 분양이 침체될 경우 콘도 빌라의 토지분할 분양을 통해 원금 및 개발이익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건설 내부에서는 ‘벨리즈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포스코건설 실무담당자도 투자를 주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유 회장은 올해 1월 초 포스코 컨트롤타워인 가치경영센터 고위임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시기가 늦어지면 벨리즈 정부가 사업을 무산시킬 수 있으니, 포스코건설에서 600억원대 PF대출에 대한 투자 협의를 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유씨는 먼저 투자 협의를 맺고, 투자 심의는 추후로 미루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벨리즈 프로젝트는 투자 심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율하이엘더샵센트럴시티 개발사업도 유 회장이 관여하고 있는 대규모 사업 가운데 하나다. 8000억원을 투입해 경남 김해시 율하지구에 4600세대를 건립하는 이 사업은 2015년 4월부터 추진돼 왔다. 그러나 반년이 넘도록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었다. 기대 수익에 비해 사업 규모가 크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2015년 11월 포스코건설이 시공사에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유씨가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 시사저널 이종현·최준필

포스코건설의 경우 사업을 따온 이에게 총 공사비용 가운데 10%의 사업권을 부여한다. 이로 인해 유씨는 800억원가량을 자신이 지정하는 업체가 수주할 수 있는 권한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후 사업은 지연됐다. 그러자 유씨는 2016년 12월 포스코건설 고위임원(E&C 부문)에게 연락을 했다. 그는 김해시가 곧 사업승인을 내줄 것임을 암시하며 포스코건설의 적극적인 사업 추진을 부탁했다. 이에 포스코건설 고위임원은 이미 상황보고 지시를 했으니 담당 책임자의 접촉이 있을 것이라고 회신했다. 현재 율하이엘 사업은 승인이 난 상태로, 포스코건설 대표와 시행사 대표가 만남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또 포스코 계열사가 발주한 44억원 규모의 사업을 특정업체가 수주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 업체의 대표가 유 회장에게 문자를 보내 ‘입찰이 곧 시작된다’며 도움을 요청하자, 유 회장은 이미 담당자에게 얘기를 해놨다고 답변했다. 그의 청탁이 통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업체는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유씨는 특정업체들이 포스코P&S로부터 철강제품을 출고받거나, 포스코건설로부터 선급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모두 해당 계열사 임원들에게 청탁을 하는 식이었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자료에는 문자메시지와 일부 통화 녹음 내용만 포함돼 있다. 그마저도 비교적 최근의 기록들이다. 통상 중요한 청탁은 대면 내지는 전화를 통해 전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이권 개입이 있었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유씨가 그동안 포스코 임원들과 지속적이고 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가능성에는 더욱 무게가 실린다. 실제 유씨 휴대폰의 문자메시지 내용과 일정표를 분석한 결과, 포스코 임원 십수 명과 빈번한 식사와 술자리를 가져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임원들과는 함께 골프를 치러 다닌 정황도 상당수 발견됐다. 

 

이런 가운데 ‘사고’가 벌어진 적도 있다. 2015년 계열사 고위실무자들을 모아놓고 권 회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자신을 ‘밀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 일로 포스코 감사팀에 투서가 들어간 것이다. 당시 감사팀은 권 회장의 입장을 청취한 뒤 ‘고등학교와 대학을 같이 나왔지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는 입장을 문제를 제기한 직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입장을 전달한 뒤에도 유씨는 권 회장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는 ‘벨리즈 프로젝트’와 관련된 청탁도 포함돼 있었다. 

 

일각에선 유씨가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배경을 ‘인사권’에 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유씨가 포스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인사를 청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씨가 소개한 인물은 현재 해당 계열사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유씨는 이 아무개씨, 최 아무개씨, 강 아무개씨 등 계열사 복수의 임원들로부터 연임청탁을 받았으며, 이는 실제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의 한 측근이 포스코 관계자와 나눈 대회가 담긴 녹취록에도 ‘포스코에서 인사가 나기 전에 유씨가 먼저 안다’, ‘유씨가 누가 일을 잘하더라는 식으로 인사 청탁을 한다’ 등의 내용이 있다. 

 

 

유씨, 감사실서 문제된 이후에도 회장에게 사업 청탁...포스코 측 "권 회장, 임기 중 유씨 만난 적 없다"

 

이렇다 보니, 포스코 임원들은 유씨를 알아서 모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는 유씨가 권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간부로부터 ‘정보 보고’를 받아온 정황도 있다. 지난해 12월 ‘회장님 연임의사 표명하셨다’ ‘(연임 관련) 사외이사들이 심사방법에 대해 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등 권 회장의 일정을 실시간으로 유씨에게 전달한 것이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녹취록에도 유씨가 ‘포스코 간부들이 자신에게 실시간 보고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시사저널은 유씨의 포스코 이권 개입 의혹을 묻기 위해 권오준 회장에게 수차례 문자․전화를 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포스코 측은 "권 회장은 회장 선임 이후 유씨를 만난 적이 없다. 벨리즈 프로젝트는 유씨가 추진한 사업이 아니며, 공사를 따온 이에게 일부 사업권을 부여한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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