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인사에도 최순실씨 개입했다…관련 인사 소환 '초읽기'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7.02.0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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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 조사 과정서 본부장 승진 외압 정황 포착

하나은행은 2015년 12월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25만유로(3억2000만원)를 대출해줬다. 최씨 모녀가 공동 명의로 보유한 강원도 평창 땅을 담보로 잡았다. 

 

당시 하나은행은 정씨에게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했고, 정씨는 이 은행의 독일 법인에서 0.98%의 저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300만원의 보증서 수수료(1%)를 감안해도 정씨가 낼 이자는 연 240여 만원에 불과했다. 야당은 “무역회사에 발급하는 보증서가 정씨에게 발급된 것은 지나친 편의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검찰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나은행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은행 관계자는 “외화 보증신용장은 기업과 개인 모두가 발급할 수 있는 일반적인 거래”라며 “보증신용장을 발급받은 하나은행 고객 6975명 가운데 개인 고객이 11.5%”나 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 시사저널 고성준

특검 조사서 최순실씨 연루 의혹 사실로 드러나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말 하나은행을 상대로 종합검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정씨의 대출 문제를 살펴봤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대출 금리가 현지에서 일반적인 수준이며, 보증신용장 발급 역시 외환거래 규정에 따라 한국은행에 신고를 마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생인 정씨가 일반 은행 고객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뒷말이 나왔다. 논란이 계속되자 정씨도 최근 문제의 대출금을 모두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씨와 하나은행의 커넥션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하나은행의 독일법인장이었던 이아무개씨가 최순실씨 모녀의 가족회사 비덱스포츠에 직원을 소개했다는 증언이 이후 추가로 불거졌다. 최순실씨의 개인 회사인 비덱에서 통역․총무 일을 본 박아무개씨를 소개해준 사람이 이아무개 독일법인장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전 법인장은 정씨의 대출을 담당했던 인사다. 최근 귀국 후 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해 1월 귀국 후 삼성타운 지점장으로 승진했고, 한 달 만인 2월에는 임원급인 글로벌 담당 2본부장으로 발탁됐다. 그런 그가 특혜 대출에 이어, 독일 현지 직원 채용에도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뒷말이 적지 않았다.   

 

이때도 하나은행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은행 관계자는 “이 본부장에 확인한 결과 박씨는 전혀 모른 사람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순실씨와 은행을 묶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 “최순실이 승진 도와준 것으로 안다” 진술

 

박영수 특검 ⓒ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최근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 과정에서 이 진술이 뒤집어졌다. 특검은 이 본부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순실이 승진을 도와준 것으로 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의 이름은 특검이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도 등장한다. 특검은 그 동안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이 본부장의 이름이 발견된 점에 주목했다. 최씨의 부탁을 받은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통해 승진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 본부장이 그 동안의 입장을 번복하고 최씨와의 관계나 최씨가 승진에 관여한 사실 등을 실토한 것이다.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특검 수사가 이 본부장을 넘어 하나은행이나 하나금융지주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의 승진 배경에 박 대통령이 개입한 사실을 확인할 경우 현재 특검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특검은 이 본부장의 승진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인사들을 조만간 소환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이나 최씨가 승진 인사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알고 있는지가 조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안 전 수석은 당시 박 대통령의 의사를 정찬우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에게 전달했다. 정 전 부위원장은 다시 하나은행 고위 인사에게 이 내용을 전달한 정황을 특검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최근 전 전 부위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마쳤다. 

 

특히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등의 전산 시스템을 통합하면서 사실상 합병을 마무리한 상태다. 3분기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450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953억원) 대비 76.6% 증가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2012년 1분기 이후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등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씨와 관련된 의혹이 불거졌고, 경영진까지 특검에 소환될 위기에 처하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와도 인연이 깊다. 이 본부장은 10여 년 전 옛 외환은행 소속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근무할 당시 유 대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유 대사는 삼성전기 유럽본부장이었다. 이 본부장이 유 대사를 최씨에게 소개시켜주면서 유 대사 역시 미얀마 대사에 취임할 수 있었다. 

 

 

합병 마무리 시점서 외압 정황 나와 주목

 

유 대사는 2월1일 오전 특검에 출두하면서 취재진에게 “최씨가 저를 면접해서 대사로 추천했다는 기사를 봤다. 사람을 잘못 봤다”고 말했다. 자신이 대사가 된 것은 최씨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특검 조사에서 유 대사는 “최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최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고 진술했다. 반나절 만에 말이 바뀐 것이다. 특검팀은 유 대사가 최씨와 고영태씨 등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최씨에게 “잘 도와드리겠다”고 말한 사실도 파악했다. 때문에 향후 특검 조사 과정에서 이들의 난맥상이 추가로 드러날지도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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