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선 여론조사 보도, 제대로 합시다
  •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10 13:47
  • 호수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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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로 대선 구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언론이 반 전 총장의 사퇴로 인한 여론의 변화를 보도하는 내용을 보면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나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여론보도를 우리도 되풀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첫째, 여론조사 시기다. 언론은 큰 사건이 터지면 그날 즉시 여론조사를 하고 보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옳은 방법이 아니다. 여론의 반응은 숙성기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개인들은 주변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언론을 통해서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을 들은 후에 자신의 입장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3~4일 정도가 지나야 여론변화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반 전 총장의 사퇴 결정이 전격적으로 발표돼 그를 지지하던 유권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몇몇 발 빠른 언론들은 하루 만에 지지변화가 어떤지를 조사해서 발표했다. 그런데 반 전 총장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대안의 대선후보를 순식간에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반 전 총장을 선택했던 이유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였다면 기존 정치인 중에 누군가를 택하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대선후보 지지변화는 일정시간이 지난 후에 안정되게 마련이다.

 

ⓒ 일러스트 신춘성

둘째, 표본오차를 무시한 여론조사 해석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선거 관련 보도는 반드시 조사 시기, 방법, 표본 수와 표본오차를 공표하도록 공직선거법에 규정돼 있다. 과학적 조사와 해석을 하라는 조치다. 응답자들을 통해서 전체 국민의 의사를 추정하는데 아무리 정확히 조사를 해도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1000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라면 3.1% 정도의 표본오차가 생긴다.

 

따라서 이 오차를 감안한다면 조사에서 3% 내외의 지지 격차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JTBC가 보도한 결과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각각 12.1%와 11.1%로 10%를 넘었고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각각 9.9%와 9.3%였다. 보도에서는 지지 순위를 매겼지만 표본오차 3.1%를 감안하면 이들 사이에 지지도 차이가 없다고 보도해야 옳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설문방식이 응답자로 하여금 지지 후보를 선택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대선 관련 여론조사 대부분이 응답자들에게 지지 후보가 누군지를 묻고, 만일 없다고 답하는 경우에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선호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다시 한 번 묻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러한 설문방식에 따르면 지지 후보 미결정 국민은 20% 정도다. 그러나 질문방식을 애초에 지지 후보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방식으로 바꾸면 40% 이상의 응답자들이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변한다. 어떤 방식이 더 타당한지 고민해 봐야 한다.

 

대선 지지도 보도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의 판세 정보를 제공한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지 판세는 반 전 총장의 사퇴에서 보는 바와 같이 후보들의 사퇴나 후보단일화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는 당선 가능성을 포함해서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정확하게 조사하고 해석하려 해도 부족하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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