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에 협조해야 대학 총장 되나”
  • 구민주 기자 (mjooo@sisapress.com)
  • 승인 2017.02.13 10:25
  • 호수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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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서 국공립대학 총장 임명 거부 및 지연 13건… “총장 임명에 청와대 입김 작용”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끊임없이 되뇌었다.”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통대) 교수는 총장 취임식이 열리기로 한 당일인 2014년 9월29일 오전, 교육부로부터 갑자기 임명 거부 공문을 받았다. 부총장 등 조직발표를 마치고 총장실로 자리를 옮기려던 차였다. 청천벽력 같은 통보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거부 사유를 끝내 말해 주지 않았다. 이후 교육부에서 “정치적 성향이 강해 총장으로서 자질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떨어뜨렸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류 교수는 2월8일 기자와 만나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수긍할 수 있는 탈락 사유를 분명히 알려준다면 깔끔하게 인정하고 물러날 것”이라며 “그렇다 할 사유가 없으니 알려주지 못하는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8개 국공립대 총장 1순위 후보자들이 1월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총장 임용 과정에서 비선실세의 개입 여부를 밝혀 달라며 특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 연합뉴스

국공립대학 총장 임명 과정에 각종 구설

 

류 교수는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1월 1심에선 승소했지만, 그해 8월 열린 2심에서 법원은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국립대학은 교육부의 ‘영조물’(공공시설물)이므로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류 교수는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대학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바로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러나 재판은 아무 이유 없이 연기돼 현재 1년6개월째 깜깜무소식이다. 대법원 내규상 재판이 1년 이상 연기되면 그 사유를 당사자에게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 그러나 지금껏 류 교수는 법원으로부터 어떤 얘기도 듣지 못했다. 재판을 촉구하는 동료 교수들과 학생들이 제출한 탄원서만 꾸준히 법원에 접수돼 쌓이고 있다. 탄원서를 낸 학생들은 “우리는 3년째 총장 없는 졸업식을 치러야 할 상황”이라며 대법원의 빠른 판단을 요구했다.

 

류 교수의 총장 임명 거부 사유를 짐작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다. 2016년 11월, 한 언론보도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인 고(故) 이상달씨의 5주기 추모식 사진이 실렸다. 류 교수 측근은 이내 추모객들 사이에 서 있는 조남철 전 방통대 총장을 발견했다. 학교는 발칵 뒤집혔다.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씨는 방통대 일본학과 출신으로, 2012년 조 전 총장이 만든 교내 커뮤니티인 ‘리더스클럽’ 회원으로 수년간 어울려 온 사이였다. 이후 이들이 김씨가 운영하는 골프장에 수차례 함께 드나들었다는 골프장 직원의 목격담도 나왔다. 방통대 관계자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국공립대학 중 우 전 수석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학교는 우리”라며 “조 전 총장이 평소 교내 반대파였던 류 교수를 밀어내는 데 자신의 황금 인맥을 활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방통대 사태에 앞서 2014년 7월, 교육부로부터 임명 거부 공문을 받은 김현규 공주대학교 교수도 총장 임명 과정에 검은손이 오갔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 측 A교수는 “2015년 말 인천에 조직된 한 지방 향우회에서 황우여 당시 교육부 장관에게 ‘총장 공석 상태인 공주대 문제를 빨리 해결하라’고 촉구한 적 있었다. 그때 황 장관이 ‘그건 청와대가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 밖에 기존의 룰을 깨고 1순위가 아닌 2순위 후보를 총장으로 임명한 경북대학교의 경우, 2순위였던 김상동 현 총장이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 미국 위스콘신대 동문인 것으로 알려져 의심을 사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해 10월 취임했지만 학교 내부 반발이 계속돼 올 1월에야 겨우 취임식을 치를 수 있었다. 1순위 후보였다가 탈락한 김사열 교수는 1월13일 부당한 권한을 행사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역시나 2순위 후보가 총장 자리에 오른 충남대학교의 경우, 오덕성 현 총장과 한아무개 당시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그리고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연결되는 한양대학교 출신 라인이 움직였을 거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처음 문제제기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월9일 전화통화에서 “특정 대학 출신 라인이 움직였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제보를 많이 받았다”면서 “오 총장이 선거 무렵 이들과 얼마나 접촉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관용차 운행일지 자료를 요청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2월1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서울지역대학에서 한 시민이 총장 임용제청을 위한 방송대인 범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교육은 백년지계 아닌 5년지계?”

 

논란이 되는 국공립대학 총장 임명 과정을 밝혀낼 확실한 방법은 바로 임명을 결정한 교육부 인사위원회 회의록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인사 과정에 공정성을 해치는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하며 해당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1월18일 특검에 정식으로 수사 요청을 한 방통대·공주대 등 국공립대학 7곳 총장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교육부 압수수색을 통한 물증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특검을 향해 쏟아지는 사안들 가운데 이 문제가 그대로 묻혀버릴까 우려하고 있다.

 

총장 후보자들은 단순히 가담자 처벌이나 총장직 회복을 넘어 이번 기회에 대학 총장 임명에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현규 공주대 교수는 “대학 총장을 임명하는 현재 방식이 오히려 비리와 권모술수를 더욱 부추긴다”고 말했다. 현재는 대학마다 총장 후보자들이 나오면 대학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윤리검증, 토론 등을 진행한다. 이후 대학 관계자 및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50여 명의 선거인단 투표를 거쳐 1~2순위가 결정된다. 이들을 교육부 인사위원회에 보내 마지막 검증을 받게 한 후 청와대의 최종 승인까지 얻으면 비로소 총장에 임명된다.

 

그러나 교육부 인사위원회가 대부분 차관을 비롯해 교육부 직원들로 구성돼 있어, 정부 눈치 보지 않고 후보를 검증하기 어려운 구조다. 사실상 청와대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영철 전국국공립대교수연합회 회장은 “공식적인 교육부 인사위원회가 있지만 결국 청와대 내 비공식적 인사위원회에 의해 임명 여부가 좌우돼 왔다”며 “총장을 선출하는 기준이 정권에 협조적이냐, 비협조적이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교육부-청와대 순(順)으로 오랜 기간 검증 과정을 거치다 보니 후보들의 로비나 청탁 경쟁이 자연히 늘어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이 과정에서 1순위를 이기기 위해 2순위 후보가 정부 핵심 인사에게 충성각서를 쓴 사례도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검증에 영향을 주기 위해 상대 후보에 대한 민감한 내용의 투서가 오가기도 한다. 그 안엔 주로 가족 문제, 여자관계 등 민감한 사생활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으며, 사실이 아닌 음해성 유언비어가 많다. 김 교수는 “대학 구성원이 직접 투표해 바로 선출하는 직선제나 혹은 정부에서 한 명을 임명하는 제도라면 지금보다 임명 과정 중 생기는 잡음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제도보다 이권을 좇아 교육계를 좌우하려 했던 현 정부의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현 정부 출범 후 3년간 국공립대학 총장 임명이 거부되거나 지연된 경우는 13건에 달한다. 김사열 경북대 교수는 이 문제를 국정 농단 사태의 시작점이라고 말하며, “자기 사람을 앉혀 그곳의 이권(예산)을 마음껏 주무르려는 수법을 대학에도 쓰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철 전국국공립대교수연합회 회장은 “1970년대 유신 시절, 박정희 대통령에게 가장 저항하고 반대했던 세력이 바로 대학생이었다”면서 “이를 기억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학이란, 그때처럼 자유권을 빼앗고 통제해야 하는 곳으로 인식될 것이다”고 말했다. 즉, 교육을 ‘백년지계(百年之計)’가 아니라 이권을 얻기 위한 도구인 ‘5년지계(五年之計)’로밖에 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교육계도 블랙리스트 존재하나

 

반(反)정부 문화계 인사들에게 불이익을 준 정황에 대해 모르쇠로 잡아떼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무너뜨린 건 문화계 블랙리스트였다.

 

명단의 실체를 본 후 여론은 이내 “문화계 못지않게 인사전횡이 심각했던 체육계, 교육계도 없으란 법 없다”며 의심에 불을 붙였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생전 다이어리에서 서울대 총장 임명에 청와대가 개입한 듯한 메모가 발견되면서 정부의 교육계 인사 개입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던 차였다. 여기에 2순위 후보에게 총장 자리를 빼앗긴 1순위 총장 후보 김사열 경북대학교 교수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교육계에도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청와대발(發) ‘블루리스트’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손에 잡히는 실체는 나오지 않았고 수사도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교육계의 경우, 문화계 블랙리스트처럼 리스트화돼 있진 않고, 인사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2월2일 장휘국 광주교육감이 자신의 SNS에 교육부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훈·포장 수여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교육부는 매년 2월과 8월 정년·명예 퇴임하는 교사들에게 재직 기간에 따라 각기 다른 훈·포장을 수여해 왔다. 그러나 2월말 퇴임하는 교사 가운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95명을 훈·포장 수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면서 다시금 교육계 블랙리스트 실체가 점점 구체화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훈·포장 제외 대상에 포함된 교사 2명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포상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2월9일, 교육부의 태도는 정치적 차별이라며 포상에서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충남 소재 대학의 A 교수는 “교육부야말로 가장 치밀한 부역 집단”이라면서 “그럼에도 혹 문체부처럼 블랙리스트 실체가 공개된다면, 철벽같은 교육부도 결국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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