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순실 게이트’ 이어 ‘최순득 게이트’ 터진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7.02.14 15:35
  • 호수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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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기관서 추적 중인 사채업자 ‘최 회장’ “‘최순득-장석칠 부부’의 자금관리인”

2013년 3월11일은 새 정부 출범 후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첫 국무회의가 열린 날이었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은 당연히 청와대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설명하던 박 대통령의 입에서 다소 의외의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개인투자자들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막대한 부당이익을 챙기는 각종 주가조작에 대해 상법 위반사항과 자금의 출처, 투자수익금의 출구, 투자경위 등을 철저히 밝혀서 제도화하고 투명화해야 할 것입니다.” 첫 국무회의라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강경 주문은 의외였다. 당시 시장에는 ‘정치테마주로 홍역을 치른 박 대통령의 선제적 대응’ ‘서민경제 보호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조치’ 등 다양한 해석이 난무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달 뒤인 4월18일, 정부는 검찰 내에 검찰·금융위·금감원·예금보험공사·한국거래소 인력으로 구성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발족시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로부터 4년 뒤인 2017년 2월,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 일가(최순득-장석칠 부부)의 돈이 주가조작 행위에 사용되었다는 의혹이 또 하나의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이다. 현재 ‘최순실 국정 농단 게이트’의 수사를 특검팀에 넘긴 검찰은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소위 ‘최씨 일가 주가조작 게이트’ 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최순득 게이트’로 옮겨갈 것이라는 얘기다. 취임 무렵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엄벌을 주문했던 박 대통령의 체면 또한 구겨지게 생겼다.

 

©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시사저널 포토

 

수사단, 명동 ‘큰손’ 수사에서 사실 확인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사정당국은 현재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친언니인 최순득씨와 최순득씨의 남편 장석칠씨가 막대한 비자금을 굴려왔으며, 자금 중 일부가 주식시장으로 흘러가 투기자금으로 사용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수사는 현재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이 ‘최순득-장석칠 발(發) 코스닥 게이트’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해 말로 추정된다.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술렁거리던 당시, 최씨와 남편 장씨가 코스닥 시장의 ‘큰손’으로 활동했다는 소문이 증권가에 퍼지면서 검찰은 내사에 들어갔다. 당시 주요 포털에 최순실 게이트의 연관 검색어로 ‘주가 조작’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4년 전 당시 피해자와 가해자는 지금과는 정반대였다. 최씨의 남편 장씨는 2008년 코스닥 상장사 ‘제이에스’에 5억원가량을 투자했는데, 이 회사는 2010년 상장 폐지됐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는 박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 발언으로 주가조작 세력 엄단을 주문하고 검찰 내 합수단이 꾸려진 배경은 피해를 입은 최씨 일가가 대통령에게 주가조작 세력을 엄벌에 처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역전됐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를 놓고 보면, 최씨 일가가 주가조작 세력의 자금줄이었으며, 이들의 돈은 시장을 교란하는 ‘블랙머니’로 활용됐다.

 

관련 내용이 알려진 것은 검찰이 ‘엔터주(株) 대부’로 불리는 원영식 더블유홀딩컴퍼니 회장을 홈캐스트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하면서부터다. 검찰은 원씨가 2014년 셋톱박스 개발제조사인 홈캐스트 주식을 산 뒤 회사 경영진과 공모해 주가를 조작했으며 이를 통해 30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지난 1월26일 주범인 원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원씨는 사전에 이를 눈치 채고 현재 도주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주목하는 인물은 원씨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사채업자 최아무개씨다. 최씨는 2월2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은 채 종적을 감췄다. 증권가에는 명동 사채시장에서 ‘최 회장’으로 불리는 최씨가 사실상 ‘최순득-장석칠씨’의 자금관리인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와 관련, 검찰은 “내사 단계에 있거나 수사 중에 있는 것과 관련해 누가 어떤 상태에 있다는 등의 부분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3년 11월29일 대전시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I사의 시연을 보고 있다. 대표인 김아무개씨(가운데)가 구속된 이후 이 회사도 ‘최순실 게이트’ 의혹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원씨 수사를 개별 기업의 비리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올 들어 명동 사채시장에서 큰손으로 불리는 인물들이 줄줄이 검찰수사를 받거나 구속되는 것은 그냥 흘려버릴 사안이 아니다. 한 제2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검찰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어 명동 사채시장이 잔뜩 긴장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큰손 김아무개씨가 구속된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김씨는 2014년까지 코스닥 상장사 Q사의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Q사는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으며, 올해 초 주가가 52주 신저가로 급락했다. 지금도 주가는 바닥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월초,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한아무개씨도 장씨 자금과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초 코스닥 상장사 S사를 인수한 한씨는 관계사인 D사를 통해 차세대 위성인터넷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을 밝혔고,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여해 8조원대 국제사업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관련 사실은 허위로 판명 났다. 검찰은 허위·과장성 보도 및 공시 등을 통해 주가를 띄운 뒤 주식을 팔아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최근 한씨를 구속했으며, 또 다른 주가조작 전문가와 유아무개씨 및 박아무개씨도 함께 구속했다. 유씨는 2010년 자신이 대표로 있는 코스닥 기업을 이용해 회사자금 150억원을 가장 납입하고 수십억원의 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공범 박씨는 지난해 탤런트 K씨의 남편인 이아무개씨와 관계된 보타바이오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원 회장과 더불어 엔터주의 큰손으로 불리는 김아무개 부회장이 지난달 말 구속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봐야 한다”면서 “최근 검찰에 구속된 선수(주가조작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최 회장’을 통해 ‘최순득-장석칠’ 돈을 썼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정윤회씨가 홈캐스트 최대주주인 황우석 박사와 친분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씨도 주식시장 교란세력과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정윤회씨와 동생 민회씨 이름도 거론돼

 

 

최순득씨의 남편 장석칠씨가 주식시장에 이름을 드러낸 것은 2008년 제이에스 투자자로 참여하면서부터다. 2000년 한원마이크로웨이브라는 이름으로 코스닥에 상장된 이 회사는 이후 세인·제이에스로 사명을 바꿨지만, 경영권 분쟁 등 부침을 겪은 끝에 2010년 상장 폐지됐다. 현재는 제이에스큐라고 회사 이름을 또다시 바꿨다. 검찰은 이 회사에서 출발한 투기 자금이 코스닥 시장 곳곳으로 퍼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태민 일가의 불법 자금 중 건물·토지 등 부동산은 임선이씨(최순실씨 모친)와 최순득·순실 자매가, 현금 등 동산은 첫째 사위인 장석칠씨 주도로 운용됐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씨와 미래저축은행 회장 김찬경(구속)씨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 걸 보면, 장씨 돈이 제2금융권으로 흘러갔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때 부부였던 최순실-정윤회씨를 통해 자금이 흘러갔을 가능성도 현재로선 배제할 수 없다. 창조벤처 1호 기업으로 불리던 I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2013년 박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창조경제의 모델’로 지목해 화제를 모은 이 회사는 지난해 코스닥 기업인 또 다른 I사와 G사를 잇따라 인수했다. 하지만 회사 대표인 김아무개씨가 2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되면서 현재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해 있다. 김씨는 최근 내부 계열사를 통해 300억원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상태다. 검찰 조사 결과, 이 회사는 회사 내부에 자금이 없어 빚을 내고 재무적 투자자를 대거 끌어들였다. 무리한 인수의 결과는 상장 폐지로 이어졌다.

 

이 회사가 최순실 게이트 주가조작 회사로 주목받는 이유는 일정 기간 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의 동생 정민회씨가 부회장으로 근무한 이력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최씨 일가나 측근들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A사로 사명을 변경한 이 회사는 최대주주 지분도 경영컨설팅회사 D사에 매각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회사의 8.98%의 지분을 보유해 2대주주로 있는 K사다. K사의 대표는 윤아무개라는 이름의 재미교포다. 미국 시민권자인 윤 대표는 현재 원씨의 주가조작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홈캐스트의 지분 0.87%도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등기임원에도 올라가 있다. 윤씨가 홈캐스트에 투자한 시점은 원씨와 똑같은 2014년 5월. 사정당국도 이 대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제2금융권 관계자는 “윤씨와 원씨가 2015년에도 C사 주식을 사고파는 등 주식 거래를 종종 해 왔다”면서 “윤씨가 현재 김씨 회사와 홈캐스트 대주주로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I사 대표인 김씨가 정윤회씨와 황우석 박사(홈캐스트 최대주주 대표)와도 친분이 깊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최순실가(家) 비자금’의 뿌리와 관련해 다양한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시장의 선제적 반응도 주목받는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2월3일 이들과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받는 종목들은 하나같이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 갔다. 이에 코스닥시장본부는 관련 기업에 ‘현저한 가격 변동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이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대답했다. 

 

2016년 11월26일 최순득씨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남편 장석칠씨의 보호를 받으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5년간 2조원 번 주가조작 세력, ‘조합’으로 변신 중
 
그동안 주가조작 세력들이 주가조작 방법으로 많이 사용한 것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다. 이 방식은 구주(舊株) 가치를 줄이되 새로 들어간 자금은 기존 주주가 아닌 법인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별문제가 없다.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무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년간 거래가 금지되기 때문에 ‘먹튀’ 논란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주식을 파는 구주 주주와 신규 투자자 사이에 ‘이면계약’을 맺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보호예수가 풀리는 시점에 대량으로 매도 물량이 나오면 개미투자자는 손해를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구주 주주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주식을 매도했기 때문에 손해를 줄일 수 있으며, 신규 투자자도 이면 계약으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문제는 관련 사실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양측 간 이면계약 사실을 찾아내야 한다. 그나마 조사 기법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주가조작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시세조종 및 부정거래 등 부당이득은 총 2조14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1000억원 이상의 초대형 특이사건을 제외한 부당이득은 2013년 1547억원에서 2016년 2167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불법행위는 코스닥시장에서 많이 나타난다. 실제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최대주주가 변경된 상장사는 총 233개사였으며, 이 가운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가 바뀐 상장사는 26개사였다.
 
최근에 와서는 조합 형태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 해당 기업을 인수·합병하면 해당 기업의 사업 방향과 투자 의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반면, 조합은 구성원이 베일에 가려 있어 이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검찰이 2014년부터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꾸려 대대적으로 수사에 나서면서 조합을 통한 투기자금의 음성화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계기업으로 내몰린 상당수의 코스닥 기업들이 조합 형태의 불법자금에 인수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로서는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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