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사채업계 ‘큰손’ 결탁해 시세조종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7.02.15 15:37
  • 호수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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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득 게이트’ 단초 떠오른 ‘황우석 테마주’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의 전말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한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회사는 ‘홈캐스트’.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디지털 지상파방송수신기 및 디지털 케이블방송수신기를 제조하는 디지털 셋톱박스 전문 업체다. 이 회사는 ‘황우석 테마주’로도 분류된다. 황우석 박사의 회사인 에이치바이온이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에이치바이온은 앞서 2014년 홈캐스트의 26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이 회사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검찰은 앞서 최순득씨와 그녀의 남편 장석칠씨의 자금이 사채시장을 통해 투기자금으로 흘러들어간 의혹에 대해 내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홈캐스트의 주가조작 혐의를 인지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친언니와 형부다. 이번 홈캐스트로 향한 검찰의 칼끝이 향후 ‘최순득-장석칠 코스닥 게이트’로 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최근 원영식 더블유홀딩컴퍼니 대표(사진)의 홈캐스트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주가 끌어올린 뒤 매각 30억대 부당이득

 

검찰은 이번 사건의 중심에 증권가에서 ‘큰손’으로 통하던 원영식 더블유홀딩컴퍼니 대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원 대표와 그의 부인 및 아들은 2014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홈캐스트의 주식 123만2759주를 확보했다. 이후 1년의 보호예수 기간을 거친 2015년 5월21일부터 6월15일까지 원 대표 일가는 보유 주식 63만1208주(3.19%)를 매각했다. 매각가는 5510원에서 1만4200원 사이였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취득한 주식이 한 주에 290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매각가는 두 배 이상인 셈이다.

 

이를 통해 원 대표 일가는 35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누린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원 대표가 주식을 처분하기 전 주가조작 일당들이 주가조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런 정황을 포착하고 1월26일 원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러나 원 대표가 이를 눈치 채고 잠적하면서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원 대표는 현재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검찰수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원 대표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명동의 유명 사채업자 최아무개씨와 주가조작 과정에서 실무를 총괄한 김아무개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2월2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은 채 종적을 감춘 상태다. 다만 검찰은 홈캐스트 대표인 신아무개 사장과 전략기획본부장 김아무개 전무를 구속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원 대표와의 공모 경위와 주가조작의 구체적 과정을 확인하는 한편, 원 대표 등 핵심 피의자들의 행방에 대해서도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홈캐스트 주가는 이후 급속도로 하락했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홈캐스트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었다. 먼저 황우석 박사가 국내외에서 줄기세포 관련 특허 또는 등록을 마치면서 연구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 주된 내용은 질병관리본부에서 황 박사가 신청한 줄기세포주(Sooam-hES-1)를 공식 등록했다거나, 미국 특허상표청에 황 박사가 2004년 만든 ‘1번 인간 배아줄기세포(NT-1)’에서 유래한 신경전구세포에 대한 특허 권리를 등록했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홈캐스트는 줄기세포 화장품 사업 진출을 위해 에이치바이온 미국법인에 10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홈캐스트가 에이치바이온과 함께 본격적으로 바이오 사업에 나선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11월 중순쯤 홈캐스트의 주가는 3만원대까지 치솟았고, 시가총액은 1조원대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2월8일 현재 홈캐스트의 시가총액은 3000억원대 초반까지 낮아진 상태다. 3개월 만에 시가총액이 7000억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홈캐스트 “정상적 경영활동 하고 있다”

 

홈캐스트는 이후 신 사장과 김 전무의 구속 수사 사실을 공시했다. 그러면서 “본 혐의와 관련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실은 없다”며 “현재 각자대표이사 체제로서, 권영철 홈캐스트 대표를 중심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주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하락세이던 홈캐스트 주가는 어느 정도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홈캐스트 관계자는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일부 투자자의 문제일 뿐 기업 가치나 재무구조와는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원영식 더블유홀딩컴퍼니 대표는 누구?

주로 엔터테인먼트업체에 투자하던 증권가 ‘미다스의 손’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의 피의자로 전락한 원영식 더블유홀딩컴퍼니 대표는 증권가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던 인물이다. 주로 엔터테인먼트업체에 투자하며 손대는 종목마다 ‘대박 신화’를 써내려 왔기 때문이다. 원 대표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06년 무렵이다. 그는 당시 코스닥 상장사이던 반포텍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렸다. 스타엠엔터테인먼트(현 웰메이드예당)는 반포텍과 주식교환으로 코스닥 시장에 우회 상장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이후 원 대표는 연예인 관련주에 투자하거나 비상장 연예기획사를 상장하는 데 주로 관여했다. 그는 특히 풍부한 자금력에 기초한 공격적 투자방식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원 대표는 대형 기획사 가운데 하나인 YG엔터테인먼트 상장에 관여했으며, 키이스트·JYP·제이튠·아이오케이·YG플러스·초록뱀 등의 종목에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업체를 중심으로 투자를 하다 보니, 원 대표는 연예계 주요 인사들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원 대표는 사업과 별개로 대한장애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도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원 대표가 이번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되면서 더블유홀딩컴퍼니는 물론, 그가 그동안 투자한 회사들의 주가도 흔들리고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대다수 종목들은 원 대표가 이미 주식 매각을 마쳐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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