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정적인 도시경관을 역동적인 문화콘텐츠로 채워 넣다
  •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서울대 도시조경계획 연구실 연구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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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⑥ 춘천, 레고랜드․로맨틱 춘천 페스티벌 등 새로운 관광 유인 개발에 고심

춘천에는 낭만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낭만적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었던 대학시절에,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한 여행의 추억이 서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엠티 시즌이 되면 서울 청량리역에는 여행의 설렘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왁자지껄 모여들었다. 하루 혹은 이틀정도의 짧은 일탈을 뒤로 하고 녹초가 되어 서울로 돌아오던 길조차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비록 대학에 와서도 더 치열한 경쟁 속에 내던져지는 요즘이지만, 춘천은 여전히 청춘들의 단골 여행지다. 수도권에서 가까울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으로도 다녀올 수 있는, 볼거리 먹을거리 많은 도시 춘천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 될 듯하다.

 

하지만 춘천시는 고민이 많았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점점 다양하고 새로운 즐길거리를 원하고 있었다. 엠티 여행지로서의 명성은 높았지만, 주머니사정 뻔한 대학생들에게 계속 기댈 수만도 없다. 게다가 춘천의 명물이라는 닭갈비, 막국수는 전국 어디에서든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고, 드라마 ‘겨울연가’로 외국인관광객 몰이를 하는 것도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했다. 춘천시가 ‘문화콘텐츠의 도시’를 목표로 각종 문화인프라를 세우고 축제를 개최하는 등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춘천에서 개최되는 축제들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춘천 명동의 골목길 한쪽 벽면을 꾸며놓은 모습.

 

서울춘천고속도로 덕분에 이제는 서울에서 춘천까지 가는데 1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강촌IC를 빠져나오니 그 유명한 강촌 엠티촌이 모습을 드러낸다. 단체 손님을 맞기에 적절한 민박집과 음식점들이 즐비한 거리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옛날을 상기시키는 풍경이다. 강촌을 지나 조금을 더 달리니, 의암호(衣巖湖)와 중도(中島)를 사이에 두고 춘천시내와 마주보고 있는 춘천 도시첨단문화산업단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애니메이션 박물관, 토이로봇관 등 춘천시가 역점을 두고 있는 문화콘텐츠산업의 전초기지 같은 곳이다. 

 

 

도시첨단문화산업단지의 애니메이션 박물관 뒤편으로 돌아가니 의암호의 광활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곳에서 호반을 따라 차로 10분 정도 가면 마찬가지로 호숫가에 자리하고 있는 춘천인형극장과 인형극박물관이 나타난다. 얼마 전 막을 내린 겨울축제 ‘로맨틱 춘천 페스티벌’은 춘천의 도심을 지나는 공지천변의 한 공원에서 열렸다. 이곳은 공지천이 의암호로 흘러들어가는 지점이다. 소양강처녀상도 의암호 호숫가를 장식하는 데 가세했다. 도시와 호수, 그리고 여러 문화예술콘텐츠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형국이다.

 

'로맨틱 춘천 페스티벌'이 열렸던 의암공원은 춘천 도심을 통과하는 공지천과 의암호가 만나는 지점으로, 내천과 호수의 경관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춘천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얼굴의 ‘낭만’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나는 호수와 강으로 둘러싸여 고요하고 아늑한 도시풍경이 주는 정적인 낭만이다. ‘호반도시’라는 춘천의 속칭에서도 드러나듯이, 하늘과 맞닿은 푸른 회색빛의 호수는 춘천의 상징과도 같다. 날이 맑아 호수 위로 눈부신 햇빛이 쏟아지는 풍경이든, 혹은 물안개가 피어올라 자아내는 몽환적인 풍경이든, 바다를 면하고 있는 도시의 거칠고 역동적인 느낌과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런 고즈넉하고 내성적인 도시이미지가 예술인들에게 특별한 영감을 주는 것일까. 춘천이 가지고 있는 ‘낭만’의 또 다른 면모는 바로 문화예술작품들이 만들어내는 동화적 환상이다. 춘천은 문인들을 많이 배출했다. 가장 유명한 인걸은 아마도 소설가 김유정이 아닐까 한다. 그 밖에도 마임축제나 인형극제와 같이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문화예술이벤트들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어느 해인가 춘천마임축제장을 찾았을 때, 시내 한복판에서 아티스트들과 시민들이 한데 어울려 한바탕 난장을 벌이던 광경이 떠오른다. ‘춘천’이라고 하면 고요한 호숫가 그리고 닭갈비 정도만 떠올렸던 필자에게, 열기와 신명으로 가득 찼던 마임축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춘천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마임축제. 국내외 아티스트들과 시민들이 한데 모여 한바탕 난장을 펼친다. (출처: 대한민국 구석구석)

 

지금은 중도관광지가 있는 하중도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춘천 레고랜드가 3월부터 공사를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선사유적이 발견되면서 공사가 잠시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내년이면 의암호 가운데에 있는 중도에 대규모 테마파크가 들어서게 된다. 섬 안에 건설되는 레고랜드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춘천만의 독특한 장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춘천시내에서 동쪽 방향으로 조금 가다보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구봉산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이 좋아 이 주변으로 몇몇 카페들이 늘어서있는데, 그 중에서도 그리스 산토리니 섬을 모티브로 한 카페가 특히 눈에 띈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춘천과 전혀 상관없는 외국 지방의 건물을 흉내 낸 것이 영 못마땅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의외로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린다. 외국인관광객도 간간이 있었고 사진작가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린 학생들은 친구와 함께 서로 사진 찍어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곳도 가히 춘천의 명소라 일컫기에 손색이 없을 듯했다. 

 

구봉산전망대 주변의 한 유명 카페의 조형물. 춘천의 진산(鎭山)인 봉의산을 비롯한 춘천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물론 선사유적지를 활용한 테마파크를 기획해보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외국의 경관을 따라 하기보다는 춘천만의 상징물을 디자인했으면 더 의미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문화콘텐츠의 도시’라는 꿈을 꾸면서 변신을 게을리 하지 않는 춘천은, 대학시절의 소박한 추억만을 안고 이곳을 다시 찾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주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다만 다음번에는 춘천이 가지고 있는 좀 더 고유한 매력으로 승부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 제안해 본다.​ 

 

 

춘천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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