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연장 막을 친박 회심의 카드는?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7.02.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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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통과된 ‘국회선진화법’이 특검 연장 발목 잡아…국회의장 직권상정도 불투명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석자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과 특검 연장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특검도 스스로 활동 기간 연장을 요청하겠다는 의견을 밝혔고, 야당에서도 특검 활동 기간 연장에 대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바람과 현실은 명확히 달랐다. 국회가 특검법을 개정해 수사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탓에 수사 90일 만인 2월28일 특검 활동이 종료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야당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특검 활동 기간 연장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특검 활동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연장을 승인하던지, 국회에서 특검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은 “관련법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2월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특검팀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20일 동안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 아닌가”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49회 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황 권한대행 반대 불구 특검 기간 연장 목소리 높아

 

황 권한대행의 발언에 국회가 강하게 반발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1일까지 수용하지 않으면) 23일 본회의에서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2월6일에는 민주당 의원 63여명이 ‘특검 수사 기간을 최대 120일까지 보장하고, 수사대상을 특검법에 나열된 14개 이외로 확대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12년 5월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돼 시행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현행 국회법 체제에서 모든 안건은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국회 안건 심의의 첫 관문인 상임위에서는 관행적으로 표결 이전에 여야 간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특검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강력한 반대로 합의되지 못하고 있다.  

 

상임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할 경우 ‘안건 신속처리(패스트 트랙) 제도’도 가능하다. 그러나 상임위에서 본회의 부의까지 최장 330일(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60일)이 걸려 현재 특검 활동 기간을 연장하는데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안건을 바로 본회의로 넘어가기 위한 방법으로 ‘국회의장 직권상정’이 있다. 종전에는 국회의장이 어느 안건이나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그 요건이 강화됐다. 현재 국회법에 명시된 직권상정 요건은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들과 합의하는 경우 등 3가지다.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상임위나 법사위에서 여야 간 입장차로 법안의 발목이 잡힌다고 해도 구제할 방법이 없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정공백으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하기 때문에 직권 상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월20일 당론으로 ‘특검 연장 반대’를 채택했다. 그는 “지금이 국가비상사태이기 때문에 (추 대표는) 가능하다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직권상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2월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국회의장 직권상정안 놓고 여야 대표 ‘신경전’ 

 

정세균 국회의장도 최근 “각 당이 합의를 해오면 직권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2월19일 전북 전주시청에서 열린 특강에서 “특검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특검이 수사를 연장할 수 있도록 국회의장이 특검법을 직권 상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특검법 개정안을 폐기한 후 본회의에 재상정하는 방안도 있지만, 해당 상임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현 법사위원장은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이다. 권 위원장이 특검법 개정안을 폐기한 후 야당 의원 30명이 특검법을 재발의하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권 위원장 역시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야권 관계자는 “법사위의 경우 한 명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안건이 통과하는데 제동이 걸린다”고 말했다. 

 

결국 자유한국당이 공식적으로 특검 수사 기간 연장 반대를 선언한 현재 상황에서는 황 권한대행의 결단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특검이 최근 공식 수사 기간 종료를 8일 앞두고 황 권한대행에게 수사 기간 연장 여부를 빨리 결정해줄 것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2월20일 정례 브리핑에서 “황 권한대행으로부터 아직 수사 기간 연장 요청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면서 “가급적 빨리 답변해주시면 남은 수사 기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것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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