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원의 섹슈얼리티] 여성 권력자에 몰려드는 젊은 미남자들
  •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byavis@naver.com ()
  • 승인 2017.02.21 10:10
  • 호수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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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사회, 남성 못지않게 강하고 능력 있는 여성들 많아져

기존 연재됐던 ‘나비의 섹슈얼리티’가 이번 호부터 필자를 교체해서 ‘배정원의 섹슈얼리티’로 새롭게 격주 연재됩니다. 필자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는 성(性) 전문가이자 보건학 박사, 애정생활코치로서 국내 여러 언론 매체에 성 칼럼을 써 오고 있습니다. 제주도 ‘건강과 성 박물관’ 초대관장을 지냈고, 현재 세종대 겸임교수·한국양성평등진흥원 초빙교수 등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가 섹스를 하는 이유는 수백 가지가 있지만, 권력과 지위, 그리고 부(富)를 가진 사람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훨씬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지위·돈, 그리고 미모는 모두 힘(power)이다. 결국 섹스는 힘을 따라다니는 셈이다. 특히 아름답고 매력 있는 젊은 여성과 높은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가진 나이 든 부호의 결합은 이제 그리 눈에 띄는 뉴스도 아니다.

 

© 일러스트 임성구

권력 가진 사람일수록 성욕도 더 높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성적(性的) 욕망을 채우기 쉬운 이유는 그만큼 자신감이 높고, 그 자신감이 성적 프러포즈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또 성공한 사람들은 다소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주 자신의 기준을 높여서 더욱 상승하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높은 지위에 오른 남성들은 남성호르몬의 대표 격인 테스토스테론과 세로토닌의 수치가 높다. 테스토스테론은 높은 지위를 지향하고, 뭔가를 성취하고자 하고, 성욕을 부추기는 남성성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으면 공격성과 모험성이 강하고, 성욕도 높아 이들이 섹스를 더 많이 추구할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이들 주변에는 여성들이 모인다. 1998년 클린턴 대통령을 유혹했던 르윈스키처럼 그 교제의 끝이 설령 결혼이라는 안정된 지위가 아니어도, 많은 여성들은 능력 있고 유명한 남성과 자고 싶어 한다.

 

성공한 남성들은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주변의 여성들을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가? 성공을 지향하는 남성들 몸속의 테스토스테론은 끊임없이 모험을 감행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사랑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인가. 우리는 권력을 가진 남성들이 성(性) 스캔들로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본다. 하지만 이제는 비단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엔 폐경기가 지나 에스트로겐보다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높아진 여성 권력자들의 출현도 많은데, 그녀들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일반적으로 여성과 남성이 이성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분명히 다르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이 남성은 ‘외모’이고, 여성은 ‘능력’이다. 필자가 교육의 현장에서 남성들에게 ‘이상형의 외모를 알려 달라’고 질문을 하면 ‘눈망울이 커다랗고 촉촉하며, 피부는 맑고 윤기가 나고, 입술은 빨간 여성’이라고 답한다. 흥미롭게도 이는 10대에서 70대의 남성들이 모두 똑같다. 여기에 숨은 속뜻은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되는 생식력이 좋은 예쁜 여성을 원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훤칠한 키와 수려한 외모를 이야기하지만, 돈 못 벌고 사회적 지위가 없는 남성은 아무리 잘생긴 사람이어도 여성들의 관심을 오래 끌지 못함을 이내 알 수 있다. 얼마 전 한 방송국에서 여성들도 남성의 외모를 본다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적이 있다. 한 남성에게 한 번은 허름한 셔츠와 헐렁한 청바지를 입혀 서 있게 하고, 또 한 번은 아주 말쑥한 정장을 입혀 내세운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정장을 입고 있는 남성에게 배가 넘는 호감을 표했고, 허름한 셔츠일 때보다 훨씬 매력적이며 지적일 것 같다고 대답했다. 물론 연봉도 훨씬 높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여성들의 호감의 대상은 남성의 외모가 아니라, 차림새에 대한 것이라고 해야 옳다. 얼굴 생김새보다는 좋은 옷과 말끔한 차림에서 그 남성에게 호감을 표시한 것이다. 특히 고급승용차를 가진 사람에게 여성들은 쉽게 마음을 연다. 더욱 재미있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성은 부자랑 섹스할 때 성만족도도 더 높아진다는 거다. 영국의 뉴캐슬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남성 파트너의 수입이 증가할수록 여성이 오르가즘을 느끼는 빈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능력 있는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닌, ‘삶의 즐거움’

 

그러나 사회는 변하고 있다. 이제는 남성 못지않게 강하고 능력 있는 여성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연상녀·연하남 커플도 늘어나고 있고, 심지어 그 나이 차가 10~20년은 물론, 그 이상 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의 가수 마돈나와 28세 어린 헤수스 루즈, 최근에 헤어지긴 했지만 데미 무어와 15세 차이 나는 에쉬튼 컬처가 그 좋은 예다. 현재 프랑스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은 자신의 고교 선생님이었던 25세 연상의 브리짓 트로뉴와 결혼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최근 한창 ‘게이트’ 주인공으로 매일같이 등장하는 한 60세 여성을 두고, 그 여성 권력자 주변의 젊은 남성들 이름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이 높아짐에 따라 자신감을 갖게 된 여성들의 매력에 젊은 남성들이 빠져들기 시작했거나, 또는 그 힘을 무시할 수 없는 데서 오는 현상과 다름 아니다. 이런 능력 있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돈을 벌어다 줄 남성이 아니라, 삶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줄 젊은 남성이다. 즉 연하남은 ‘성적 매력’을, 연상녀는 ‘어머니’와 같은 포용력과 푸근함, 그리고 경제력을 서로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성숙한 여성들은 젊은 남성을 안내하고 지켜줄 수 있다는 지혜로운 정신적 지주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젊은 남성들이 이들에게 빠져든다. 실제로 소년들이 남성이 될 때 자기보다 나이 든 여성에게 동정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럽의 나이 든 부유한 여성들은 젊은 남성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튀니지·모로코·잠비아 등을 찾기도 한다.

 

문제는 나이 든 남성과 젊은 여성 커플에 비해 나이 든 여성과 젊은 남성 커플의 미래가 아직은 좀 더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특히 연하남이 연상녀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경우, 연하남은 자신의 능력이 위축됨을 느끼고, 또 기본적으로 남자의 성은 ‘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결국 성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 연하남이 노골적으로 경제적인 목적으로 연상녀를 찾을 때, 그것은 ‘착취’가 되기도 하고 결국 관계의 불균형을 초래해 길게 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남자들의 그루밍(외모 가꾸기)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사회가 계속 변한다면 강력하고 부유한 여성에 기대어 그녀와 사랑을 나누며 일생을 편안하게 살고 싶어 하는 젊은 미남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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