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6인이 말하는 비정규직 대책
  • 이민우·유지만 기자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7.02.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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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6인 정책질의…문재인 “비정규직 특별법 제정” 유승민 “비정규직 총량제 도입”

시사저널은 3주에 걸쳐 ‘비정규직을 없애자’ 기획 시리즈를 연재했다. 기획 기사를 연재하면서 각 대선주자들로부터 상세한 대책을 듣기 위해 정책질의서를 보냈다. 이 가운데 문재인·안희정·이재명·유승민·남경필·심상정 등 각 당 대선주자들이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된 답변을 내놓았다.

 

조기 대선이 가시권에 들면서 대선주자들의 공약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비정규직 해법을 놓고 소위 ‘역대급’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기존 선거철에 제시된 공약의 한계에서 벗어나 ‘누가 더 센 공약을 내놓느냐’ 경쟁하는 듯하다.

 

역대 대선이나 총선에서 진보정당을 제외한 주요 정당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차별 축소 등에 방점을 찍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정규직 노동자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거나 사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야권에선 공공부문에서 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는 얘기가 간혹 나왔다. 물론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보수로 분류되는 바른정당 후보들조차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등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이 대책들은 노동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것들이다. 2006년 비정규직 보호법 처리 당시 노동계와 진보정당이 요구했지만 여야(당시 열린우리당․한나라당)의 반대로 명문화되지 못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문재인, 비정규직 고민의 흔적을 담다

 

ⓒ 시사저널 박은숙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시사저널의 정책 질의에 대해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을 제정해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부분은 ‘동일노동’이라는 표현이 ‘동일가치노동’으로 바뀐 부분이다. 그간 차별 금지를 위해 각종 법제화가 이뤄졌지만 업무의 일부를 다르게 구성해 법망을 피해가는 꼼수가 만연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할 경우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 전 대표의 주요 공약은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 제정을 비롯해 △상시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부문 정규직화 우선 추진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비정규직 노사협상 참여 등이다.

 

문 전 대표는 “비정규직은 한 번 빠지면 혼자 힘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이 됐다”며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확대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MB(이명박)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은 비정규직법의 보호규정을 푸는 비정규직 확대정책이었다”며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을 높이겠다며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를 늘렸지만 오히려 나쁜 일자리만 양산했다”고 평가했다.

 

문 전 대표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비정규직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의 노동유연성은 충분한 수준으로, 비정규직 문제 원인을 정규직 과보호에서 찾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희정, 제 자리를 지켰더니 가장 오른쪽에

 

ⓒ 시사저널 이종현

비정규직 대책만 놓고 보면 안희정 충남지사(더불어민주당)는 다른 대선주자들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시장 유연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 속에서 무작정 비정규직 축소만을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비정규직이라도 임금차별 없이, 공정한 대우와 사회적 보호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안 지사는 대선주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비정규직 규모 축소에 대해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동일노동가치-동일임금의 원칙을 관철시키는 것”이라며 “고용 불안과 임금 차별 모두 큰 문제지만 임금 차별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임금이 보다 높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선 공감을 표했다. 안 지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절된 노동자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임금격차와 고용안정 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 심각한 임금의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며 “공정한 시장질서 조성에 특별히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노동자 출신답게 ‘노동계 모법답안’

 

ⓒ 시사저널 이종현

이재명 성남시장(더불어민주당)의 정책질의 답변서는 노동계의 입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사실상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대책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장은 “비정규직을 축소하면 가계의 구매력이 늘고 생산이 증가해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비정규직을 축소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의 주요 대책은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그는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상시·지속적 업무와 생명안전 업무는 정규직 고용 원칙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엄격 규제 △300인 이상 대기업의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차별 시정을 위해선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임금을 적용하고 노동조합에도 차별시정 신청 자격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간접고용 노동자와 원청 사업주의 교섭을 보장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시장은 “정규직 문제는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주요한 문제로, 만연한 저임금과 극심한 임금·소득 불평등의 핵심 원인”이라며 “비정규직 확대라는 방식으로 (노동시장) 유연화가 이뤄질 경우 생산축소 악순환은 물론 사회적 갈등 고조로 사회적 비용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역대 정부의 대책에 대해선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법(파견법,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안)이 개정된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해당 기조를 이어받아 그대로 비정규직을 양산해왔다”며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유승민, ‘보수후보’가 내놓은 가장 강력한 대책

 

ⓒ 시사저널 이종현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비정규직 대책은 역대 가장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명확한 보수 후보”라고 자처한 그에게 가장 친(親)노동적인 대책이 나온 셈이다. 유 의원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며 “임금부담을 줄이려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금융권 등 비교적 경제적 여력이 있는 기업에 대해선 기간제 근로자 채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확인될 경우 정규직으로 간주한 뒤 ‘징벌적 배상’이라는 처방까지 내놨다.

 

유 의원의 비정규직 대책 가운데 눈에 띄는 항목은 ‘비정규직 사용 총량제’다. 업종이나 기업 규모 등을 기준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있는 상한선을 설정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는 “대기업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중소영세기업 근로자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4대 사회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그는 비정규직의 사각지대로 불리는 ‘간접고용’ 문제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유 의원은 “간접고용 뒤에 숨어서 변칙적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행태를 규율하겠다”며 “파견·용역·특수고용직 등 간접고용 형태도 비정규직 총량에 포함시켜 소위 ‘풍선효과’를 방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간접고용시 원청사업주를 ‘공동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서, 원청사업주와 외주근로자간 근로조건 협의가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남경필, ‘개혁적 보수’다운 중강도 대책

 

ⓒ 시사저널 박은숙

남경필 경기지사(바른정당)는 ‘개혁적 보수’답게 재계와 노동계 요구 사이의 중간 지점을 택했다. 남 지사는 “비정규직을 완전히 없앤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사이에 있는 무기계약직(준규직)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과의 차별을 해소하고 무기계약직 확대를 통해 고용 불안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게 남 지사의 처방전이다.

 

남 지사는 “4차 산업혁명과 노동시장의 변화 등으로 인해 초단기계약, 특수형태근로, 시간제근로 등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있음에 따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보다는 임금 등 근로조건의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정규직에 대한 보호는 일정 부분 완화함으로써 기업 부담을 감소시키고 그에 상응하도록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도록 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를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 지사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 방안으로 △기간제 사용에 대한 기업 부담금 징수 △업종별·규모별로 기간제 근로자 비율의 상한선 설정 △불공정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인사 및 보상시스템 구축 지원 △노사합의를 통한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허용 △무기계약 일자리(준규직) 확대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남 지사는 “역대 정부에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했지만 근본적인 노동시장 개혁은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며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고 정규직 고용 관행을 확산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상정, ‘노동정책 원조’답게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줄 것”

 

ⓒ 시사저널 박은숙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노동정책 원조’답게 실현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다른 대선주자들의 비정규직 대책이 빠르게 ‘좌클릭’하면서 차별성이 줄자 실천 가능성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심 대표는 “절반의 노동자가 반값인생과 이등국민으로 전락했다”며 “친(親)노동정부 수립을 통해 국정의 제1과제로 삼고,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적폐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발”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심 대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해소는 동시에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정규직 고용 비율을 80%로 확대해 고용을 안정시키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 차별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고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도입하겠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원샷 정규직 전환’ △불법파견 엄단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심 대표는 다른 대선주자들을 향해 “친재벌 정책으로 보수정권 10년은 비정규직 문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고, 과거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비정규직 보호법 역시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조항을 수용하지 않아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며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반성적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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