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의 부활-③] ‘팍스 닛포니카’ 꿈꾸는 일본
  • 이규석 일본 통신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02 17:52
  • 호수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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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국’ 벗어나 영향력 높이려는 일본 우익

 

“민족주의가 부활하고 있다”

‘국가 이익 우선주의’ 앞세워 세계 곳곳서 민족주의 발흥 

 

국경과 민족의 경계가 모호해져 가는 게 세계사 흐름이었다. 철학자 칼 마르크스는 민족 소멸을 예언하기도 했다. 실제 노동력을 팔아야 먹고사는 노동자 입장에선 국가도 민족도 중요치 않다. 자본이 있는 곳이면, 돈벌이가 되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이동한다. 한국 역시 다문화가정이 뿌리내린 지 오래다.

 

이처럼 무뎌져 가던 민족 개념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가 이익 우선주의’라는 외피를 두른 채 민족주의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 민족, 특정 국가에 한정된 게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자국 이익, 자국 자본과 노동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더 두드러져 보일 뿐이다. 보호무역과 반(反)인종·이민주의가 세계를 뒤덮고 있다. 동맹 관계도 깰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하지만 과거 역사에 비춰 민족주의가 자칫 파시즘과 제국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시사저널은 미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서 발흥하고 있는 민족주의 내지 국가주의 현상을 들여다봤다.  

2016년 10월 열린 일본 자위대 연례 열병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EPA 연합


김정남이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살해당하자 일본 매스컴은 연일 톱뉴스로 속보와 분석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일본이 이렇게 김정남 피살에 관심을 쏟는 것은 이 사건이 한반도 4강의 세력판도와 국제정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핵·미사일 등 무력 도발을 서슴지 않는 김정은의 ‘대안’으로 김정남을 이용하는 ‘플랜B’를 만지작거려 왔다. 하지만 이번 김정남 피살로 중국은 유력한 외교카드 하나를 상실한 셈이다. 대신 러시아가 오랜 세월 동유럽에서 생활한 김평일(김정일의 이복동생)을 내세워 ‘플랜B’를 가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반도 주변 4강 지도자들의 야심은 구한말 상황과 비슷해 보인다. 국내 정계에서 안보와 경제문제에 대한 이견이 끊이지 않는 것도 구한말 친미파, 친중파, 친러파, 친일파 등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싸웠던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미국 영향력 벗고 자위권 노리는 일본

 

일본 방위성은 남(南)수단 등 해외 파병 중인 자위대의 매일매일 활동상황이 기록된 ‘닛포(日報)’를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는 파견된 자위대의 PKO활동(유엔평화유지활동), 전투행위, 무력충돌 등이 자세하게 기록된다. 계속 축적되고 있는 이 ‘닛포’의 전자데이터는 자위대의 해외임무 수행 ‘가이드’로 활용되고, 앞으로 일본의 해외진출을 위한 중요 정보로도 이용될 수 있다.

 

2016년 3월 일본은 하위법인 안전보장관련법 시행으로 무기를 사용하는 자위대 해외활동을 늘려왔다. 하지만 상위법인 헌법의 제9조가 자위(自衛) 이외의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일본 민족주의 보수 정치인들에게 여전히 불만이기도 하다. 

 

일본 민족주의 부흥을 꾀하고 있는 아베 총리는 2021년 9월까지 임기연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임기 중에 반드시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복안을 짜고 있다. 일본의 보수 정치세력은 헌법을 개정할 때 아예 유럽식 입헌군주제를 도입하려는 낌새도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 헌법(평화헌법)은 맥아더 연합국 사령부의 지휘하에 만들어졌다. 따라서 제9조에 무력행사 금지라는 ‘족쇄조항’이 들어가 있고 제1조에서 일왕을 단순한 ‘상징 천황’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게 일본 민족주의 성향 보수우익의 불만이다.

 

그들의 결론은 정해져 있다. 헌법을 개정해 ‘패전국’ 멍에를 벗고, 아시아연합체 구상의 불을 다시 지펴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해 가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팍스 닛포니카(Pax-Nipponika)’다. 언젠가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빚’을 갚고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게 보수우익 민족주의자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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