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너도나도 ‘왕훙 모시기’에 혈안
  • 정윤형 시사저널e.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03 10:47
  • 호수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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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초청으로 한국 방문한 중국의 ‘파워블로거’ 왕훙들 밀착취재

중국 왕훙(網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제 기업들은 왕훙을 빼고는 마케팅을 논할 수 없게 됐다. 왕훙의 왕(網)은 인터넷이라는 뜻, 훙(紅)은 뜨거운 인기라는 뜻으로 왕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다수의 팔로워를 거느린 영향력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우리로 치면 ‘파워블로거’인 셈이다. 팔로워 수가 많다 보니 한국 기업들은 자사 제품 등을 홍보하기 위해 비행기표·숙박·여행경비를 모두 지불하며 ‘왕훙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왕훙을 초청해 메이크업쇼를 생중계했고, 신라면세점은 왕훙들만 모집해 면세점을 홍보하는 신라다카(新羅大咖·신라달인)를 기수제로 운영 중이다. 지난 2월20일 기업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왕훙들을 취재했다. 기자는 이들이 기업 초청으로 한국에 오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또 왕훙으로서의 삶은 어떤지 직접 들어봤다.

 

왕훙들은 우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업체가 준비한 제품 패널을 들고 사진을 찍는다. 사진은 SNS에 올려야 한다. 행사 생중계를 위해 개인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는 한 왕훙을 발견했다. 30만 명 웨이보 팔로워를 거느린 자오페이윈(趙飛雲·닉네임 dodolook). 작년 롯데의 초청으로 한국에 온 경험이 있다고 했다. 행사 전이지만 그는 일찌감치 생중계를 시작했다. 자오페이윈뿐만 아니라 다른 왕훙들도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휴대전화·카메라·삼각대·셀카봉 등을 꺼냈다. 이들이 기업의 초청을 받으면 하는 일은 비슷하다. 업체 홍보를 위한 사진을 찍어 본인 계정 SNS에 게시하거나 일정 중 일부분을 생중계해 팔로워들에게 보여준다. 주최 측이 이를 독려하기 위해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댓글과 ‘좋아요’ 수가 많은 순서) 왕훙에게 선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왕훙들이 2월20일 한국 기업 초청 마케팅 행사에 참석해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시사저널e 권태현


제품협찬·기업초청은 기본, 광고로 억대 수익

 

왕훙들은 제품 협찬도 많이 받는다. 각 기업들은 다양한 제품을 왕훙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이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SNS에 올려 달라고 부탁한다. 기자가 만나본 왕훙들은 제공받은 제품을 꼭 사용해 보고 솔직한 후기를 올린다고 말했다. 닉네임 ‘미키의 약속(米奇的諾言)’으로 활동하는 한 왕훙은 “업체가 제공한 멘트나 사진으로만 제품 후기를 올리면 팬들이 다 알 것”이라며 “제품을 다 써보고 상세한 후기를 올리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광고촬영·별풍선(생방송 도중 팬들이 보내주는 현금성 아이템) 등으로 돈을 벌기도 한다. 한 해 1000만 위안(약 16억원) 이상 버는 이도 있다. 2년 만에 20만 팔로워를 거느린 천류시(陳柳溪)는 “직장인들보다 많이 벌고 생활이 자유로워 좋다”라고 말했다.

 

왕훙을 활용한 마케팅 사례가 증가하자 중국에선 이를 관리하는 에이전시 수백 개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에이전시는 활동 일정을 잡아 왕훙에게 월 단위, 주 단위로 알려준다. 왕훙이 되고 싶어 활동을 시작한 사람에게는 생방송할 때 주의사항이나 몸매관리법 등을 알려준다. 에이전시는 또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왕훙을 활용해 기업을 홍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중국 왕훙 에이전시 관계자는 “휴대전화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왕훙)의 글을 보는 네티즌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왕훙 시장의 전망은 밝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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