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까지 들먹인 보이스피싱, 계속되는 ‘검찰 사칭 사기’ 주의보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7.03.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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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검찰청 홈페이지 주소와 사건번호 제공…구금‧소환조사 받아야 한다고 압박도

최근 검찰 수사관을 사칭해 억대의 금액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가담자들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이차웅 판사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아무개씨와 이 아무개씨에게 각각 징역 2년 6월과 1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국세청이나 검찰청을 사칭한 사기가 등장한 것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국가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게이트’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한창일 때는 서울 강서구에서 특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까지 발생했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자신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조사하고 있는 특검이며, “청와대도 건드릴 수 없다”며 상대방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당은 “대포통장을 사용한 혐의로 당신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라며 사건번호와 가짜 검찰청 홈페이지 주소를 피해자 김 아무개씨에게 전달했다. 김씨가 조작된 홈페이지에서 사건번호를 조회한 결과 전화 내용과 조회 내용이 일치했다. 이들은 김씨에게 “현금의 일련번호를 확인해야 한다”며 돈을 찾아올 것을 요구했고, 현금을 건네주는 것을 망설이자 “청와대도 건드릴 수 없는 특검”이라 운운했다는 것이다. 피해 금액은 1898만원이었다. 

 


10년이 지나도 검찰 사칭 아직도 기승

 

30대 직장인 안소희씨도 최근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 안씨는 “평소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사람들을 보고 왜 알면서도 당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직접 겪어보니 이해를 하겠더라”고 말했다. 안씨는 보이스피싱 일당이 알려준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들어있는 사건 내역을 조회하고 난 뒤부터 자신이 ‘홀린 듯’ 움직였다고 말했다. 

 

사건 내역을 조회하자 ‘자신의 명의로 대포통장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개인명의 도용 피해자라는 것을 본인 스스로 해명을 해야 하며, 본인 명의의 계좌에 대해 모든 부당한 거래 내역을 조회해 투명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안씨는 “사건의 조사나 집행 내용을 제3자에게 전했을 경우 모든 재산자료를 동결 처리한다는 내용에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협조를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되지만 48시간 구금조사를 받거나 소환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하나의 압박으로 작용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들이 시키는 대로 입금을 하기 위해 은행에 가 있었다. 김씨는 “대기를 하는 동안 은행 컴퓨터를 통해 다시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하자 아까와 같은 홈페이지가 뜨지 않았다”며 “평소에 의심도 많고, 보이스피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일이 되니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인 정보 전화로 묻지 않는다”며 안심시켜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은 대부분 비슷한 진행 상황을 거친다. 먼저 “범죄에 연루됐으니 금융 정보를 검찰청 사이트에 입력하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 통화를 하는 동안에는 구체적인 계좌번호와 보안카드 번호, 개인 정보 등을 묻지 않는다. 주거래 계좌가 있는 은행과 예치 금액 정도를 물어볼 뿐이다. 오히려 “자신들은 수사 기관이기 때문에 개인 정보를 전화 통화로 절대 묻지 않는다”는 언급을 하기도 한다. 

 

또 자신들이 만든 ‘가짜’ 검찰청 홈페이지 주소를 제공한다. 이 홈페이지에 접속해 이들이 알려준 사건번호를 입력하면 보이스피싱 일당이 얘기한 것과 같은 사건 진행 상황이 뜬다. 가짜 검찰청 사이트로 눈속임을 하는 것이다. 이들이 알려준 주소로 접속하지 않고 검찰청을 직접 검색해서 들어갈 경우는 사건 조회가 되지 않는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한 20대 남성은 “사건번호를 조회해보라고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는데 http://www.spo-pdg.com이더라. 대검찰청 홈페이지랑 똑같이 만들어 놨다”며 “원래 대검찰청 웹사이트 주소가 http://www.spo.go.kr을 쓰는 것을 알고 있어서 사기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의 홈페이지 주소는 go.kr이나 or.kr로 끝난다. com이나 net으로 끝나는 경우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건 목록을 본 피해자들은 검찰임을 확신하고 보이스피싱 일당들의 말을 믿게 된다. 이 때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검사를 사칭해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피해자에게 직접 입력하게 한다. 이 금융정보를 활용해 몰래 돈을 빼내고, ‘총책’의 대포통장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취업준비생이나 20~30대 직장인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늘었다. 보이스피싱 금융피해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20대 여성은 “통화를 하면서 현재 위치가 카페라고 하자, 검사라는 사람이 국가기관 업무 도중 사용한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해준다고 하면서 영수증을 챙기라고 조언하기도 했다”며 “사람을 쉽게 믿은 것 같다. 직접 역 앞 초등학교에서 돈을 건네줬다. 4~5시간동안 계속 끌려 다녔는데 왜 그랬는지 저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조선족들이 범행에 참여해 말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지금은 범행에 젊은 한국인들이 가담하게 되면서 그마저도 어려워졌다. 올해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덜미가 잡힌 보이스피싱 일당은 한국인들로, 2013년 7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중국 칭다오에 있는 사무실에서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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