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시즌2] 술 자주 마시면 대장암 위험 최대 5배 증가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7.03.09 10:30
  • 호수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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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장 “여유가 되면 대장내시경 검사는 40대부터 3년마다 받는 것이 유리”

김희철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장은 누구

 

198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98년과 2003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각각 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8~99년 영국 왕립암연구재단에 연구 전임의로 있었고 1999~2001년 서울중앙병원 일반외과 전임강사로 재직했다. 2001~07년 서울아산병원 외과에서 근무했고 2008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로 있다. 2011년부터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2013년 성균관대 의대 학생 담당 부학장을 역임했다. 대한외과학회, 유럽 대장항문학회, 미국 대장항문학회 회원이다.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세계 184개국 가운데 한국의 대장암 발병 인구가 10만당 45명으로 세계 1위(2012년 기준)를 기록했다. 최근 대장암 조기 진단이 늘어나면서 대장암 발병은 다소 수그러드는 추세다. 대장암 진단과 예방에는 대장내시경 검사가 탁월하다. 특히 대장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대장암으로 진행하는 용종(혹의 일종)을 발견하고 제거할 수 있다. 대장암 진행 속도는 느린 편이어서 50대 이상은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된다. 그러나 최근 젊은 층의 대장암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장암 전문가인 김희철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장은 40대부터 3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이롭다고 조언한다. 김 센터장은 환자 1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고 매주 목요일 환자와의 토크쇼를 진행하는 등 대장암 환자와의 접점을 늘리려는 의사다.

 

김희철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장 © 시사저널 최준필

대장내시경 검사를 50세부터 5년마다 받으라는 정부 지침을 따르면 대장암의 불안감을 떨칠 수 있는가.

 

정부 지침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므로 비용 대비 효용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적어도 50세 이상은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라는 지침이 나왔다. 이 지침만 따르면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100%라고 장담할 수 없다. 암은 개인에 따라 발생 시기가 다른 데다 예전 50~60대에 걸리던 대장암이 최근 30~40대에서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만 지금까지 대장암 수술을 받은 20대 환자가 500명이고 12살짜리 아이도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10~20대의 대장암은 드물기 때문에 국민에게 10~20대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라고 할 순 없다. 따라서 정부의 지침이 잘못된 게 아니다.

 

다만 여유가 된다면 40대부터 3년 주기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많은 환자를 접해 본 결과,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도 약 6%는 그 중간에 암이 생긴다. 의사가 잘못 검사했거나, 장 세척이 깔끔하지 않아 용종이 잘 보이지 않았거나, 꾸불꾸불한 장의 특성상 용종을 발견하지 못한 탓이다. 물론 가족 중에 대장암 환자가 있거나, 예전에 용종이 발견된 적이 있거나, 염증성 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 이른 나이부터 자주 검사해야 한다.

 

 

장 세척이 힘들어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방법은 없나.

 

장 세척의 고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약을 먹고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하고 약 자체의 맛도 좋지 않다. 나는 그런 환자에게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설득한다. 하루 정도 고생하지만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할 때 느끼는 성취감을 강조한다. 의학계에서는 기존 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대장을 깨끗이 비우는 기존 장 세척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준비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대장암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할 때는 언제인가.

 

뚜렷한 증상이 없어서 애매하지만 대장암으로 배변에 이상이 잘 생긴다. 평소 배변 습관이 달라지거나, 출혈이 생기거나, 배변 후에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이 들거나, 배가 뒤틀리는 증상 등 소화 장애와 관련된 어떤 증상이라면 한 번쯤 검사해 볼 것을 권한다. 한 환자는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된 상태로 병원을 찾아왔는데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물어보니 아프지 않아서 그냥 지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출혈이 생기면 치질로 알고, 변비가 생기면 소화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튼 이상 증상이 생기면 한 번쯤 검사하고 이상한 것이 없으면 다음부터는 검사하지 않고 정기적인 검사만 하면 된다.

 

 

대장암이 생긴 후 치질이 동반될 수 있는데, 나이가 들어 치질이 생겼다면 대장암을 의심해야 할까.

 

치질이 오래됐다고 해서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지만 암이 있으면 치질이 생길 수 있다. 치질 때문에 항문 출혈이 생기는데 이는 직장암 증상과 비슷하다. 같은 항문 출혈을 두고, 어떤 환자는 치질 때문이라고 쉽게 판단하고, 다른 사람은 암이라고 속단한다. 또 직장에 암이 생기면 그 부위에 압력이 높아지고 변비가 유발된다. 나이가 들어서 항문 출혈이나 변비가 계속되면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

 

 

반드시 대학병원으로 가야 하나.

 

대장내시경 검사는 암을 발견하기 전에 필요한 과정이다. 동네 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고 암이 생겼을 때 치료를 잘하는 병원을 찾는 게 순서다. 동네 병원에서도 대장내시경 검사가 가능하고 비용도 싸다. 대장암 조기 발견을 위해 동네 병원과 친해질 필요가 있다.

 

 

대변검사(분변잠혈검사)로는 대장암 확인이 어려운가.

 

분변잠혈검사가 양성으로 나왔다고 대장암으로 확진할 수 없다. 이 검사의 정확도는 30~40%도 안 된다. 아침 첫 대변에서 채변하는 등의 올바른 채변이 돼야 그나마 정확도가 올라간다. 따라서 일반인은 분변잠혈검사를 했다고 대장암 검사를 마친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반드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

 

ⓒ 시사저널 미술팀

신체 활동이 많은 사람은 대장암 발병 위험이 감소하는가.

 

그렇다. 적절하게 운동한 사람은 대장암 발병률이나 재발률이 낮다. 대장암은 비만, 음식, 생활습관, 스트레스 등으로 생기는데 운동이 이런 것들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운동은 뭐 하나 나쁜 게 없다. 당뇨, 고혈압, 정신 건강, 암에도 좋아서 운동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루에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일주일에 3~5일 운동하면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평소 대장암 예방을 위해 가장 추천하는 생활습관은 무엇인가.

 

최소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첫 번째다. 그다음은 운동과 식습관이다. 운동은 이미 말했으니 넘어가고, 식습관에 관해 설명하면 이렇다. 우선 동물성 지방 그러니까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등 붉은 살코기는 적게 먹는 게 좋다. 그렇다고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음식은 음식일 뿐이다. 지인들과 소시지나 고기를 먹는 자리에서는 맛있게 즐기면 된다. 다만, 자주 그리고 많이 먹지 않도록 노력하면 된다.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채소, 과일, 견과류 등이고 성분으로 말하자면 비타민D, 칼슘, 셀레늄이다. 이를 약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식품으로 먹을 때 효과적이다.

 

 

한국인의 육류 소비는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어서 오히려 술(알코올) 섭취가 한국인의 대장암 발병에 주요 요인으로 꼽히지 않나.

 

사실 요즘의 대장암에는 육류보다 술과 담배가 문제다. 술과 담배는 대장암과 분명한 관계가 있어서 음주와 흡연을 즐기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대장암 위험성이 2~5배 증가한다. 과거 대장암은 잘 먹어서 생기는 선진국병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동유럽 등 알코올 섭취가 많은 나라에서 대장암 발병이 높다. 음주와 흡연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 일으키는 암이 대장암이다.

 

 

술을 자주 마시는 것과 한 번에 많이 마시는 습관 중 어떤 것이 더 좋지 않은가.

 

한마디로 말하면 알코올의 지속적인 섭취가 더 나쁘다. 그렇다고 폭음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간에는 지방이 쫙 낀다. 이것이 해소되려면 2~3일 걸린다. 술을 매일 먹으면 간의 지방이 제거될 틈이 없다. 간도 망가지고 간 독성이 장점막을 자극해서 암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폭음도 나쁘지만 소주 1병씩 매일 먹는 것은 몸을 질근질근 망가뜨리는 것이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적게 마시지도 않는다. 흔히 삼겹살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데 이는 대장암 발병 측면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최근 새롭게 밝혀진 대장암 원인이 있는가.

 

요즘 들어 장내 세균총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세균 집단은 대장암뿐만 아니라 정신질환, 성격 등과 연관이 있다는 내용도 밝혀지고 있다. 장에는 좋은 세균과 나쁜 세균이 혼재하는데 좋은 세균의 번식을 촉진해 여러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예컨대 좋은 균이 많은 분변을 장에 주입하는 임상연구가 있다. 최근 프로바이오틱스나 프리바이오틱스와 같은 건강기능식품이 많아 나온 이유도 장내 세균총 때문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좋은 세균을 모아놓은 것이고 프리바이오틱스는 좋은 세균에 필요한 자양분이다. 이들을 적절하게 섭취하면 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요즘 추세가 그렇다는 얘기다.

 

 

대장암에 걸린 후 최고 의사와 병원을 찾는 사람에게 조언을 준다면.

 

암을 잘 치료하려면 적절한 의사와 병원을 만나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의사와 병원을 찾는 방법은 애매하다. 일반적으로는, 나이가 많아서 경험이 풍부한 의사,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의사, 학회에서 임원 자리에 있는 의사 등을 찾는 것 같다. 유명한 의사가 실력이 좋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의사가 실력이 있는 의사일 가능성은 크다. 병원은 ‘암케어 시스템’을 갖춘 곳을 찾아야 한다. 암 수술뿐만 아니라 항암·방사선 치료, 재발한 암 치료, 스트레스·통증 관리까지 할 수 있는 병원이 좋다. 수술한 환자가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위해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도 고통이다. 수년 또는 평생 관리받아야 하므로 접근성도 고려해야 한다. 집에서 먼 병원이라면 자주 방문하기가 불편한 게 사실이다. 종합해서 말하면 수술 잘하는 병원이라는 하나의 지표를 고려하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참고해서 병원을 선택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암에 걸리면 하루라도 빨리 수술받아야 이로운가.

 

암은 대체로 응급상황이 생기지 않는다. 암 판정은 어떻게 보면 큰 사고를 당한 것과 같다. 이는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도 집단 트라우마를 일으킨다. 이 충격을 벗어난 후 병을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암 진단을 받으면 대개 오진일 것이라는 의심 단계를 거쳐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며 분노를 느낀다. 그 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우울한 단계를 맞이하고 이 단계를 넘어서면 병을 생각하는 단계로 간다. 이 과정이 며칠 걸린다. 암 판정을 받고 2주일 이내에 수술 등 필요한 치료를 받으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외국과 달리 국내 병원의 암 치료 시기는 진단 후 한 달 이내여서 그렇게 늦지 않다.

 

 

국내 병원의 대장암 치료 수준은 어떤가.

 

치료만 놓고 보면 일본과 비슷하고 미국보다 좋다. 그렇다고 선진국 사람이 대장암 수술받으러 한국으로 오지 않는다. 미용 기능올림픽에서 한국이 우승하지만 세계적인 헤어 디자이너는 외국인이 대세다. 특정 기술만 좋아서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대장암 수술기술은 세계적이지만 신약 개발, 예방 지침 개발, 임상연구 주도 등에서 외국보다 뒤처지는 게 사실이다. 의사, 과학자, 정책 결정자들이 전향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점이다.

 

 

개복 수술과 로봇 수술 중 대장암 치료에 유리한 것은 무엇인가.

 

환자에게 여러 가지 선택 사항을 알려주면 대게 ‘당신의 부모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한마디로 적게 절개할수록 고통이 적고 회복도 빠르다. 개복 수술보다 적게 절개하는 복강경 수술이 최근 많이 행해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은 또 어떻게 다를까. 치료 효과에서는 비슷하거나 복강경 수술이 조금 더 좋기도 하다. 로봇 수술은 배변이나 성 기능 장애와 연관이 있는 직장암 치료에 장점이 있지만 환자가 500만원 정도를 추가 부담한다는 단점도 있다. 이 금액은 어떤 사람에게 몇 달 치 생활비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한 끼 식사비일 수도 있다. 젊은 사람에게는 성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로봇 수술을 선택할 수 있지만, 나이 많은 할머니라면 굳이 로봇 수술이 필요할까 싶다.

 

 

아스피린이 대장암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스피린이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는 오래전부터 나와서 많은 데이터가 축적됐다. 그 결과들을 종합하면, 저용량 아스피린을 꾸준히 복용할 때 용종 발생 빈도가 줄고 암의 재발도 감소한다. 문제는 예방적 차원에서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40대부터 아스피린을 먹는다면 30~40년을 복용하는 셈이다. 저용량이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할 때 안전한지는 명확한 답이 없는 상태다. 고혈압이나 뇌졸중을 예방할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장기적으로 먹어도 합병증이 많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가 하면, 일본에서는 장기적인 아스피린 복용이 뇌출혈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에게 암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먹으라고 권고할 수는 없다.

 

 

“암 진단 후 술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김희철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장은 매주 한 차례씩 환자들과 토크쇼를 진행한다. © 삼성서울병원

최아무개씨(76)는 2010년 집 근처 내과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그에게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그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와 C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를 받은 결과, 대장암으로 확진됐다. 암이 임파선까지 전이된 4기였다. 임파선 전이라는 것은 암세포가 폐나 간으로 전이된 것처럼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를 의미한다. 수술을 받은 후 암 재발을 막기 위해 3개월간 항암 치료도 받았다. 현재는 건강을 회복해서 6개월마다 병원에 들러 검사만 받고 있다.

 

최씨는 암 판정을 받기 전날까지 아무런 증상이나 통증이 없어서 대장암 4기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동네에서 ‘마라톤 할배’로 불릴 정도로 마라톤으로 건강을 챙겨왔던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곰곰이 자신의 생활습관을 되돌아보니 잦은 술자리가 마음에 걸렸다. 일과가 끝나면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그는 대장암 발병 이후 식습관을 바꿨다. 최씨는 “평소 육류를 즐겨 먹지 않았고 지금도 육류보다는 생선과 채소 위주로 식사하는 편”이라며 “매일 마시다시피 했던 술은 대장암 수술 후에는 입에도 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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