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 추징금에 갇힌 김우중式 ‘세계경영’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1 13:35
  • 호수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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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대우 임원들 “징벌적 성격의 손해배상” 반발 ‘추징금 미납’ 국민 시선 곱지 않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고령인 데다 몇 년 전 주장했던 정권 차원의 ‘기획 해체설’이 파장을 일으켜서인지 여전히 대외 활동에 부담을 느낀다는 후문이다. 매년 열리는 대우 창립 기념식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은 것도 여러 해가 지났다. 김 전 회장과 대우에는 그룹 해체가 국가 경제에 부담을 줬다는 사실이 ‘주홍글씨’처럼 붙어 있다. 김 전 회장은 워크아웃 발표 직후 ‘대우가족 여러분께’라는 장문의 편지를 통해 “자랑스러웠던 여정은 오늘에 이르러 국가 경제의 짐으로 남게 되었으며, 우리의 명예는 날개가 꺾이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검찰 조사에서 김 전 회장에게는 41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지시하고, 이를 통해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10조원의 불법 대출을 받도록 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그 결과, 김 전 회장은 2006년 5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10년과 추징금 21조4484억원, 벌금 1000만원을, 그해 11월 진행된 항소심에선 징역 8년6월에 추징금 17조9253억원,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사면·복권되면서 법적 문제는 마무리됐지만 추징금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05년 6월16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구속 수감됐다. © 사진 공동 취재단

‘범죄자금 징수 대상을 확대하자’는 분위기

 

추징금 납부는 김 전 회장에게만 적용된 사항이 아니다. 장병주 전 ㈜대우 사장(3조7127억원), 강병호 전 ㈜대우 사장(2조942억원), 고(故) 이상훈 전 ㈜대우 전무(23조359억원), 이동원 전 ㈜대우 영국법인장(21조2494억원), 김용길 전 ㈜대우 전무(1조7865억원), 성기동 전 ㈜대우 이사(21조2493억원) 등 전직 임원 6명 역시 추징금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조 단위의 추징금은 개인의 능력으로는 갚을 수준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대다수가 현재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추징금 부과 이후 민사소송이 줄을 이으면서 재취업도 쉽지 않다. 재취업에 성공한 일부 임원의 경우 급여의 절반을 국가가 가져간다.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가 뒤따르면서 1952년생인 이상훈 전 전무는 올해 초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때문에 파산을 이유로 들어 국가가 개인에게 징벌적 성격의 추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옳으냐는 논란도 있다. 한 전직 대우 임원은 “우리가 사적으로 이익을 취한 게 없는데도 징벌적 손해배상 차원에서 재산을 몰수·추징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 이에 관계자들은 2015~16년에 걸쳐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재심청구를 했지만 모두 기각 내지는 각하 처리됐다. 소송을 담당한 이석연 변호사(전 법제처장)는 “이들이 자금을 빼돌렸다고 주장하는 액수도 적수누계(積數累計) 방식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실제 금액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대 국회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추진했다. 이른바 ‘김우중 특별법’이다. 개정안은 범죄수익은닉금의 기준을 범죄 당사자 외에 친족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20대 국회에 와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범죄자금 징수 대상을 확대하자는 분위기는 확산되고 있다. 김우중 전 회장을 비롯해 대우 임직원들이 추징금의 1%도 내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권오기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기업 활동에 참여하고 해당 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 오너의 경영 실패 책임을 친족에게까지 묻도록 하는 방안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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