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미래 책임지는 사내 벤처 ‘튠잇’의 비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03.30 10:46
  • 호수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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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아이오닉’으로 이동 과정 즐길 수 있는 자동차 만든다”

 

10년, 20년 뒤 우리는 어떤 이동수단을 이용하게 될까.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이미 지금도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사회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자연스레 자동차업체에 기대되는 모빌리티의 영역과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업체들도 수많은 기술을 도입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는 여전한 상황이다. 미래 모빌리티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빌리티의 미래, 사내 벤처가 한 축 담당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프로젝트 아이오닉(Project IONIQ)’에 착수한 것도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다.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 연구에 집중, 다가올 모빌리티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슬로건으로는 ‘이동의 자유로움(Mobility Freedom)’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필요할 때 쉽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유 △일상과 차 안에서의 생활에 경계가 없는 자유 △이동 과정의 불편함과 사고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한정된 에너지원과 환경오염으로부터의 자유 등 4대 핵심 연구 영역을 제시했다.

 

3월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현대자동차 사내 벤처팀인 ‘튠잇(TuneIT)’ 연구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현대차는 ‘프로젝트 아이오닉’을 ‘오픈 플랫폼’ 방식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집단 지성을 활용해 미래 예측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과 산학(産學) 협력을 통한 미래 모빌리티 변화 예측 및 시나리오 연구를 하고 있다. 또 국내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및 IT(정보기술)기업 등 이종(異種) 산업과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의 사내 벤처는 이런 프로젝트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다. 현대차는 벤처붐이 한창이던 2000년부터 사내 벤처 지원을 위한 ‘현대 벤처플라자’를 운영하고 있다. 사내에서 다양한 혁신 아이디어를 공모 받아, 채택될 경우 그에 대한 지원을 하는 기구다. 그동안 많은 사내 벤처들이 생겨났고, 이들 중 일부는 분사해 별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들은 때론 대기업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틈새시장 개척자, 때론 수입에 의존하던 자동차 부품을 국산화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튠잇 “IT 기술로 내 차를 튜닝한다”

 

그런 사내 벤처 가운데서도 최근 눈길이 가는 팀이 있다. ‘튠잇(TuneIT)’이 바로 그곳이다. 송영욱 책임연구원을 비롯해 6인으로 구성된 튠잇은 ‘IT로 차량을 튜닝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4년 5월 발족했다. 그리고 3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3월부터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기업인 카셰어링업체 ‘제이카’에서 운용하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차량 22대에 차량용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시범 적용한 것이다. 이는 ‘프로젝트 아이오닉’ 4대 핵심 연구 영역 가운데 하나인 ‘일상과 차 안에서의 생활에 경계가 없는 자유’와 맥을 같이하는 기술이다.

 

이번에 적용된 기술은 모두 4가지다. 그중에서도 ‘노크노크 도어락’이 대표적이다. 셰어카를 예약한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보유한 채 운전석 차문을 두 차례 노크하면 차량 잠금이 해제되는 기능이다. 도어 안쪽에 장착된 마이크를 통해 음파의 강도와 패턴을 파악해 문을 열어주는 방식이 적용됐다. 기존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문을 열어야 했다. 통신환경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길게는 30초까지 차문이 열리기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노크노크 도어락’의 적용으로 이런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튠잇의 한 연구원이 현대차의 아이오닉 차량에 적용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세이프 도어락’도 비슷한 맥락의 기능이다. 기존에는 이용자가 차량을 세워놓고 볼일을 보기 위해선 앱을 통해 차문을 잠그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세이프 도어락’은 차량 이용자의 스마트폰이 차량에서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질 때 자동으로 차문이 잠기게 하는 기능이다. 볼일을 마치고 다시 주행에 나서려면, ‘노크노크 도어락’ 기능을 이용해 손쉽게 잠금 해제가 가능하다.

 

‘스마트 메모리 시스템’도 셰어카를 자주 이용하는 이들이 반길 만한 기능이다. 셰어카 특성상 항상 앞서 이미 누군가 이용한 차량을 탈 수밖에 없다. 주행하기 위해선 자신의 체형에 맞춰 좌석과 사이드미러 등을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 메모리 시스템’은 이용자의 스마트폰을 인식해 기존에 운전자가 저장해 놓은 위치로 좌석과 사이드미러를 자동 변경한다. 이외에 지역 터널 통과 시 자동으로 차량 윈도가 닫히고 열리는 ‘액티브 터널 모드’도 적용됐다. 튠잇은 향후 제이카 이용자들의 피드백에 따라 기존의 기술을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일단 적용된 기술은 4가지다. 앞으로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필요에 따라 어렵지 않게 새로운 기술을 추가할 수 있어서다. 한 예로, ‘휴식’을 비롯한 특정 모드를 설정하는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졸음쉼터 등에서 차량 내에서 잠을 잘 경우,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이전에 ‘휴식모드’로 저장해 놓은 좌석 포지션과 오디오 볼륨, 온도 등 최적의 수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단번에 운전모드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레벨에 따라 일정하게 유지되던 차량 내 냉·난방기 출력을 실·내외 온도를 감별해 자동으로 조절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신호를 차량에 전달해 주는 ‘게이트웨이’만 설치하면 어느 차량에도 이런 기술들을 활용할 수 있다. 기존에 출시된 양산차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튠잇은 분사를 염두에 두고 사업성과 성장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송영욱 책임연구원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차량에 적용하면서, 이전에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차량의 제어권이 소비자에게 넘어오게 됐다”며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이동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모빌리티가 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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