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제왕적 대통령제는 나라를 바꿀 수 없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3 14:44
  • 호수 14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제3지대’ 후보로 대권 도전하는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대선부터 꾸준히 ‘잠룡’으로 평가받아왔다. 서울대학교 총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그의 이력은 자연스레 대권 주자의 이미지를 갖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고 재벌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란 화두에 몰두했다. “정치는 깨끗하지 못하니 하지 말라”는 은사 스코필드 박사의 유지(遺志)를 받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정치권에 발을 내디뎠다. 이번에는 “몸과 마음을 바칠” 각오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시사저널은 3월30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동반성장연구소에서 정운찬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출마하게 된 이유로 “나라가 큰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로는 나라를 바꿀 수 없다”며 “공동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가치를 공유하는 모든 사람들과 연대할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 시사저널 우태윤

 

대선 출마 선언했는데, 왜 결심했나.

 

그동안 정치와는 일정한 선을 그어왔다. 국무총리를 한 터라 정치와 완전히 분리되긴 어렵지만 정당 가입이나 선출직 출마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를 키워주신 스코필드(한국명 석호필) 박사가 중학교 2학년 때 ‘정치는 별로 깨끗한 것이 못 되니 가지 마라. 그러나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수수방관하면 무책임한 것이다. 몸과 마음을 바치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출마를 선언했던 1월19일 출판기념회에서 ‘몸과 마음으로’란 표현을 썼다.

 

6년 전부터 동반성장 캠페인을 열심히 했다. 일정한 성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더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사회적 파탄에 이를 것 같아 걱정된다. 작년에 이런 고민을 했더니 주변에서 ‘정치를 해야지 혼자서 캠페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정치를 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맞고 나서는 부패청산과 정치개혁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한 몸 바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정치에 나서게 됐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2007년 대선, 2012년 대선 때 출마설이 계속 나왔다. 당시에는 정치에 목적이 없었던 건가.

 

그 당시에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못했다. 또 은사나 선배들이 정치에 나가라고 얘기했지만, 내가 정치에 소질이 있냐는 의구심이 있었다.

 

 

‘동반성장’은 재벌개혁 이슈로 연결된다. 재벌개혁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먼저 룰을 지켜야 한다. 수출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에 하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아주 많다. 서면주문 대신 구두주문, 어음결제, 기술탈취는 대단한 수준이다. 법이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다. 공정위라든지 법원에서 해결해 주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단가 후려치기’다. 그것을 막아야 한다. 이런 룰을 지켜야 한다. 불공정거래행위를 막아야 한다. 이미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 이를 정상화하려면 한국의 현실과 연관 지어 생각해야 한다.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풀어야 한다. 결국에는 동반성장밖에는 답이 없다. 과거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해 대기업에 흘러간 돈과 앞으로 흘러들어갈 돈이 자연스럽게 중소기업에 흘러가게 해야 한다. 불공정거래행위를 없애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 더 평평하게 만드는 것이 재벌개혁이다.

 

 

“재벌의 불공정거래행위 없애야 한다”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인가.

 

한다고 했으니 완주할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무소속으로도 출마한다. 더 좋은 방법은 제3지대에서 한 사람을 뽑아서 정당들의 경선에서 뽑힌 사람들과 다시 경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안 되면 혼자라도 나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경선에서 당선된 사람들과 연대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등과의 연대를 얘기하는 것인가.

 

맞다. 연대의 방식 또는 순서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유승민 후보나 홍준표 후보, 안철수 전 대표하고 우리 중에 뽑은 단일후보가 경선하거나 모든 후보를 아울러 원 포인트 경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불리할 것 같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유승민 후보 측과 연대하고, 이기면 안철수 전 대표와 하는 방안이 좋을 것 같다. 국정 농단 세력으로 비판받는 자유한국당도 반성한다면 연대할 수도 있지 않겠나. 방법은 여러 가지다.

 

 

평소 ‘공동정부’에 대해 강조를 많이 했다.

 

현재 사회가 불안하다. 욕구는 다양하고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개헌을 못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다시 사회가 불안해질 것이다. 그래서 공동정부가 필요하다. 대통령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팀을 만들어야 한다. 공동정부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종후보를 정하되, 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나라를 함께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는 곧 내각제로 가는 준비 과정이다. 난 내각제가 가장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나라를 움직일 수 없다. 의원내각제를 하면 제왕적 대통령제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깊은데 내각제가 가능하겠나.

 

사실 국회가 힘이 없다. 예산안 짜도 정부에서 다 바꾼다. 세속적 특혜가 있겠지만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다. 불신을 언제 회복하겠나. 일단 힘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한 명씩 따지면 우수한 사람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장면 정권을 보라고 하는데, 1년도 못 돼 군인들이 장악했을 때라 지금과 같지 않다. 세계에서 대통령중심제를 제대로 하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는데, 미국도 대통령중심제가 위기에 빠져 있다. 우리 국민들의 최근 촛불집회 봤을 때 정치적 성숙도가 높다. 내각제에 찬성할 것 같다.

 

 

3월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겸 대선출정식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왼쪽에서 세번째)이 김덕룡·정의화 등 참여인사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최근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과 홍석현 전 회장을 만났다. 무슨 얘기를 나눴나.

 

많은 얘기는 안 했다. 주로 나라 걱정을 했다. 난 반문(反문재인)이나 비문(非문재인) 얘기를 그만해야 한다고 했다. 나도 이해가 안 되는데 국민들이 설득되겠나. 자꾸 ‘반문, 비문’ 얘기하면 문재인 전 대표가 영웅이 된 것 같지 않나. 같은 가치 추구하는 사람들이 그룹을 만들고 또 다른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그들끼리 경쟁해서 대통령 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싶다. 비문, 반문 전선은 의미가 없다.

 

 

비슷하거나 동일한 가치란 무엇을 의미하나.

 

김종인 전 위원장의 경제민주화나 내가 주장하는 동반성장은 취지가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사람들이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 잘 모르지 않나. 동반성장은 사회 작동원리이므로 경제민주화와 비슷하게 볼 것이다. 홍석현 전 회장은 중앙일보와 JTBC를 끼고 있는 점에서 대단하다. 한 그룹 내에 보수적 언론과 진보적 언론이 있다는 것은 균형 감각이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세 사람 모두 일정 부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권력을 나누자고 말한다면 반대도 심할 것이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권력분산이 좋을 것 같다. 총장 때도 각 교수들에게 담당 업무를 맡겼다. 조찬을 따로 하지도 않았다. 보직교수들끼리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회의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대통령에 적합하다. 권력은 분산해야 한다. 무슨 재주로 대통령이 다 하겠는가. 한국이 세계 10대 국가라고 하는데 그 정도 규모는 혼자서 꾸려나가지 못한다. 공동정부를 만들면 대한민국이 잘살 것이고, 의원내각제로 갈 수 있다고 본다. 안철수 전 대표도 잘 설득해 볼 생각이다.

 

 

“공동정부 만들어 권력 분산해야 한다”

 

안철수 전 대표 측은 본인 중심으로 뭉치라고 하는 것 같은데.

 

안 전 대표 중심의 대선으로 결정된다면 나머지는 적극적으로 선거운동 해 줘야 하지 않겠나. 민주당에서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이 싸워서 문재인이 되면 나머지 둘이 당을 위해 같이 싸울 것이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경쟁했으면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온 힘을 다해 도와야 한다.

 

 

만약 자유한국당 주자와도 연대한다면, 국민들이 적폐 대상과 손잡는 것은 권력을 잡으려는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국정 농단 핵심세력은 빼야 한다. 자유한국당 구성원들을 어찌할 것인가가 문제인 것 같다. 거기서도 한편으로는 핵심 친박만 빼고 다 나올 수도 있지 않겠나.

 

 

흔히 ‘비문연대’ ‘반문연대’를 얘기한다. 문재인 전 대표는 어떤 후보라고 생각하나.

 

난 문 전 대표를 싫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측은 패권적이다. 이 복잡한 사회를 바꾸는 데 민주당이 모든 일을 하겠다고 얘기한다. 현실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한 당이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공동정부를 통해 같이 해결하자고 얘기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구도로 봤을 때, ‘문재인 대 비문연대’ 구도로 가면 승산이 있다고 보나.

 

있다. 문재인 47%, 나머지 53% 정도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대 대선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