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 휘말린 ‘박삼구호’…그룹 재건 ‘비상등’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4 11:17
  • 호수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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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우 중국 기업으로 금호타이어 넘어갈 수도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위해 순항하던 ‘박삼구호’가 때 아닌 난기류에 휘말렸다. 금호타이어를 되찾는 과정에서 그룹 측과 채권단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은 2006년과 2008년 각각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집어삼키며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계 순위는 8위까지 치솟았다. 무리한 M&A(인수․합병)는 박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빚을 내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한 탓에 그룹의 자금난이 가중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찾아왔다. 금호그룹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되팔아야 했다. 2009년에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과 핵심 계열사인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2010년에는 그룹의 모태 회사인 금호고속마저 IBK펀드에 매각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금호타이어만 되찾으면 그룹 재건 퍼즐 완성

 

박 회장은 2010년 사재 출연을 조건으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우선매수 청구권을 인정받았다. 2015년 5월 그룹의 모태 회사인 금호고속을 3년 만에 되찾았고, 그해 말에는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은 주력 계열사인 금호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1%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가 다시 에어부산과 금호터미널 등 나머지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라며 “금호산업 인수로 박 회장은 그룹 재건을 위한 ‘9부 능선’을 넘게 됐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그룹 재건을 위한 마지막 ‘포석’이었다. 금호타이어만 되찾아오면 박 회장은 그룹 재건 퍼즐을 사실상 완성하게 된다. 2014년 말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졸업한 만큼 걸림돌은 크게 없었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42.01%를 되찾아오면 되는 것이다. 

 

현재 금호타이어 인수전은 ‘박삼구 회장’ vs 중국 업체인 ‘더블스타’로 좁혀진 상황이다. 박 회장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채권단 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컨소시엄 불허’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채권단이 컨소시엄 불허 입장을 고집할 경우 중국 업체로 금호타이어가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쌍용차가 중국 업체에 매각됐다가 ‘먹튀 논란’을 빚은 것을 이들은 가장 우려하고 있다. 급기야 금호타이어 문제가 호남 지역 대선주자들의 이슈로 떠올랐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잇달아 금호타이어 공장을 방문했다. 박 회장 역시 “컨소시엄을 불허하면 소송으로 맞서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채권단이 한 발 물러났다. 채권단은 3월28일 박삼구 회장의 요구를 조건부 수용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현실성 있는 컨소시엄 구성 방안을 채권단에 제시한다면 이를 받아들일지 다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박 회장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박 회장 측은 “채권단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는 28일 입장자료를 내고 “산업은행의 이율배반적인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채권단의 결정은 불허나 다름없다.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의 허용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는 컨소시엄에 참여할 전략적투자자(SI) 모집이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인수 과정서 채권단과 갈등 격화

 

하지만 산은은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4월13일)까지 컨소시엄 방안을 제출하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악의 경우 금호타이어가 중국에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노조의 반응도 박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금호타이어 노조는 고용 보장이 불투명한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에게 재인수되는 것 역시 마뜩찮게 생각한다. 금호타이어를 포함한 그룹의 경영난에 대한 책임이 궁극적으로 박 회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조만간 산업은행에 이런 내용을 정리한 입장을 산은 측에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박 회장 취임 후 무리한 M&A만 진행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그룹이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며 “노조에서는 현재 경영 능력과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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