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에서도 힘 잃은 ‘갈팡질팡’ 트위터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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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CEO교체와 정체성 혼란이 가져온 트위터의 추락

직전 대선을 포함해 최근 선거 때마다 각광을 받아온 공론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SNS의 등장 이전 정치담론을 이끌었던 포털사이트 등이 쇠퇴한 자리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이 물려받았다. 특히 140자 이내로 짧으면서도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특정 후보 혹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리트윗(재전송)할 수 있는 트위터의 확산력은 정치인들에게 ‘호환이나 마마보다 무서운 존재’였다. 

 

장미 대선이 임박하고 SNS가 공론장과 정보 채널을 담당하는 건 지금도 유효하다. 다만 140자 채널인 트위터는 이전과 비교해볼 때 힘이 떨어졌다. 페이스북은 젊은 세대를 잡았고 카카오스토리와 밴드는 중장년층이 애용한다. 그 사이에서 트위터는 설 자리를 조금씩 잃어가는 모양새다. 그나마 충성심 강한 유명인의 트윗으로(트럼프 미국 대통령 같은) 연명하는 모양새다.

 

한때 페이스북과 더불어 2강으로 불리던 트위터는 어떻게 돼버린 것일까. 채널로서 존재감이 밀린 일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트위터의 영향력은 추락했다. 추락의 이유는 아무래도 트위터라는 서비스, 그 자체의 문제다. 그리고 여기에는 잦은 리더 교체가 준 부정적인 영향이 컸다.

 


 

10년간 5번 바뀐 트위터의 CEO

 

2015년 6월, 트위터의 CEO였던 딕 코스톨로가 “난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50대 초반의 CEO가 사퇴를 선언하자 9명의 멤버로 구성된 트위터 이사회의 얼굴은 굳어졌다. 2010년 10월부터 CEO를 맡았던 코스톨로는 5년째를 맞이하기 직전에 전선에서 물러섰다. 그럼 다음은 누구에게 맡겨야 할까. 모두가 궁금해하던 질문에 대한 답을 코스톨로가 했다. “임시 CEO로 잭이 돌아올 거다.”

 

‘잭’이라는 흔한 이름이지만 9명 이사의 머리에는 단 한 사람이 떠올랐을 거다. 트위터의 공동창업자였고 CEO도 맡았지만 8년 전 트위터를 떠났던 잭 도시였다. 트위터의 핵심 멤버였지만 기이한 행동으로 투자자의 분노를 사 쫓겨났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잭 도시였다. 트위터에서 쫓겨났지만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에 자리잡은 트위터 본사와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스퀘어’라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 작았던 스퀘어를 이미 50억달러의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으로 키워놓았다. 

 

잭 도시를 구원투수로 투입한 이 때는 트위터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던 때다. 그런 위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트위터의 CEO 교체는 꽤 잦은 편이다.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10년 정도인데, 트위터는 2006년 설립한 뒤 불과 10년 사이에 5명이 CEO 자리를 거쳐갔다. 그 중 절반가량을 코스톨로가 머물렀으니 나머지 5~6년 정도에 등장한 CEO만 4명인 셈이다. 

 

트위터는 매우 반짝인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세계적 기술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그 뒷면에는 이처럼 리더의 혼란스런 교체가 존재했다. 그나마 코스톨로 시절은 호황이었다. 그가 CEO로 있는 동안 트위터의 직원은 300여명에서 4000여명으로 늘었고, 제로 근처에서 움직이던 수익은 약 2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SNS의 활황기에 맞춰 양적 증가가 빛이라면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 건 어둠이었다. 월간 액티브 유저 숫자는 전 세계 기준 3억명을 유지했지만 더 이상 확장하지 못했다. 그 사이 주가는 2년 가까이 들쑥날쑥한 행보를 보이며 하락했다.

 

코스톨로도 그다지 아름다운 퇴장은 아니었다. 투자자들은 트위터의 실적 회복 계획을 계속 요구했다. 이전 CEO의 불명예 퇴임을 봐 온 코스톨로는 그런 투자자의 등쌀을 피해 물러났다. 도시가 재등장 한 건 스퀘어의 실적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서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감안하더라도 그가 만들어 낸 스퀘어는 트위터의 숫자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줄 증거처럼 여겨졌다. 

 

과거와 달리 소셜미디어 시장이 안정된 지금, 트위터가 그들만의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용자 이탈을 막기 위해 사용한 여러 조치들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시가 CEO로 부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 트위터는 자사 플랫폼 내에 존재하는 고유 콘텐츠를 별도 탭에 모아 보여주는 모멘트(Moments) 서비스를 공개했다. 모멘트는 기존 사용자가 재접속하는 데는 효과를 봤지만 신규 유입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는 사이 코스톨로 시절 60달러에 달했던 트위터의 주가는 현재 15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냉혹한 평가처럼 뉴스 매체로는 페이스북에 밀렸고, 10~20대에는 스냅챗이 북미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미지를 올릴 수 있는 SNS의 첫 손에는 트위터가 아닌 인스타그램이 꼽힌다. 


"트위터, 초점 없는 성장 중이다“

 

로이터는 트위터의 2016년 4분기 실적의 부진을 설명한 잭 도시 CEO의 해명을 “가짜 뉴스의 부류에 속한다”고 비판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용하는 트위터의 매출이 2013년 상장한 이후 가장 낮은 1% 증가에 그쳤다. 정치인과 언론, 기업, 투자자들이 대거 트럼프의 연속적인 트윗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말이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과 구글, 스냅챗 등에 광고 점유율을 뺏기고 서비스를 악용하는 사용자(트윗봇 같은)의 배제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나온 이번 실적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로이터는 ‘초점 없는 성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2015년 11월19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를 찾은 잭 도시 트위터 CEO ⓒ 연합뉴스


 

도시 CEO 역시 이런 문제를 잘 안다. 그는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내에서 내분이 계속되면서 리더십도, 플랫폼도, 전략도 안정되지 않은 채 흔들리며 온 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그의 분석대로 트위터의 정체성은 미디어인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지, 메시징 서비스인지 사내 직원조차 제대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상태로 여기까지 왔다. 그 해답을 내놓지 못한 채 10년의 시간이 흘러버리며 트위터는 침체했고 이제는 그 영향력마저 소멸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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