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관심사 미세먼지 대책엔 ‘깜깜이’ 대선주자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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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전문가들 “미세먼지 공약의 구체성∙실현가능성 부족” 지적

4월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리는 집회가 열렸다. 범시민미세먼지대책촉구위원회(미대촉)는 “‘중국발’ 미세먼지 해결 대책을 마련하고 국내 환경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대촉은 4만명의 회원이 가입한 네이버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민 모임이다. 미대촉은 미세먼지 정책 요구안을 발표하면서 대선주자들을 향해서도 “더 늦기 전에 미세먼지 문제를 국가 중대 사안으로 생각해달라”고 촉구했다. 

 

미세먼지로 인해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지금, 정부의 ‘미세먼지 예보’도 신뢰를 잃었다. 국내 예보를 믿지 못하겠다며 외국 기관의 대기 분석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거나, 기계를 사다가 미세먼지 농도를 직접 측정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날 정도다. 결국 국민들은 직접 미세먼지 해결 대책 촉구 집회까지 열어 자구책을 모색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세먼지 농도 '나쁨' 단계를 보인 3월25일 오전의 서울 테헤란로 © 연합뉴스


 

조기 대선 이후 구성될 차기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선후보들의 미세먼지에 대한 공약과 대응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미대촉 커뮤니티에도 “유력한 후보들이 미세먼지 관련해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서 걱정”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부 ‘미세먼지 예보’ 이미 신뢰 잃어

 

미세먼지와 관련된 대책에 가장 적극적인 대선주자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안희정 충남도지사였다. 안 지사는 전력 수급 체계와 연계해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중심으로 발전소를 분산시켜 지역별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등 구체적인 대안을 발표했다. 경선에서 함께 탈락한 이재명 성남시장도 ‘미세먼지 9대 공약’으로 보육시설과 학교 관련 구체적 대책을 다루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문재인 후보 역시 현재 미세먼지 대책을 고민 중이다. ‘더문캠’의 한 관계자는 “국민 참여 정책 제안을 받은 결과 미세먼지 정책 요구가 가장 많았다”며 “현재 정책본부 차원에서 미세먼지 관련 정책을 실무적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후보도 3월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는 아이들의 권리”라며 “현재 미세먼지 환경 기준을 최소한 선진국 수준 이상, 최대한으로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수준까지 강화하고 한∙중∙일 환경 협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도권 미세먼지의 약 3분의 1이 충남 당진 화력발전소에서 나온다는 통계를 들어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설계 수명이 다한 낡은 발전소는 가동을 중단시키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미세먼지 공약의 구체성∙실현가능성 있어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친환경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미세먼지 배출을 고려한 전력요금을 책정하는 것 등을 방안으로 내놓았다. 그는 최근 한중 협력 체계를 마련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더했다. 안 후보는 4월5일 “중국∙화력발전소∙자동차∙생활먼지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라며 “화력발전소를 줄이고 노후 디젤 차량의 폐차를 지원해 주고 중국에서 오는 건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이나 구체적인 협력 체계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느끼는 미세먼지의 피해수준과 대선주자들이 인지하는 미세먼지 해결 의지의 격차가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환경 운동가는 “미세먼지가 국민건강과 직결돼 있지만 현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미세먼지를 시급한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며 “대선후보들도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나서야 대책을 추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약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역시 석탄 사용을 줄이고 환경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입장만을 내놓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미세먼지와 관련한 정책을 아직 내놓지 않았지만 캠프 차원에서 관련 공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후보는 4월6일 충청권 선대위 발대식 이후 가진 기자회견 말미에 “화력발전소 문제가 있지만 중국 발 미세먼지도 문제다. 이제 중국에 책임을 따져야 할 때가 왔다”며 “다음 정부에서는 미세 먼지와 사드 문제도 함께 협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에 대한 구체적 대응 방법 보여야”

 

미세먼지 대책 집회에 참여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선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다. 심 후보는 자신의 핵심 공약인 ‘탈핵’공약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소 내 미세먼지·초미세먼지를 50%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세먼지 대책 집회에서 발언을 통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한중일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고 ‘동아시아 환경협력 사무국’을 신설해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며 “다음 대통령은 중국 대기오염 물질에 대해 책임 여부를 확실히 물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대촉 커뮤니티 내의 일부 사람들은 “미세먼지의 최대 원인인 중국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실질적 행동과 제재가 가해지지 않으면 (중국은)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중국이 어떤 전술로 자기네들의 이익을 지키고 한국에 피해를 주고 있는지를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네티즌은 “대선주자들이 미세 먼지에 대한 고민을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며 “기준 강화가 되고 협약을 맺는 것은 미세먼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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