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불법 동원 의혹 일파만파, 안철수 검증 시작됐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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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경선 동원 의혹으로 선관위 조사 중…“4.12 재‧보궐 시험대 될 것”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따라잡으며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경쟁은 지금부터다. 안 후보에 대한 공격이 본격화되는 이번 주가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동원 경선’ 논란이 험난한 검증 과정의 첫 관문이 됐다. 안 후보는 정당 사상 최초로 사전 선거인단 모집 없이 신분증을 지참하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국민의당 경선에 관해서 “​현장 투표라는 헌정 사상 첫 역사를 써가고 있는 우리 당과 당직자들이 자랑스럽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국민의당 경선, 도박이 대박이 됐다”고 자평했다. 

 

경선 흥행 성공에 힘입은 안 후보는 지난 4월4일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당선되며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이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톡톡히 누렸다. 그 사이 대선 레이스에서 2~3위를 차지하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안 후보가 이들 표를 상당부분 흡수했다. 여기에 갈 곳 잃은 보수층들까지 끌어안으면서 단숨에 문 후보를 위협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흥행 성공을 자랑했던 경선이 발목을 잡았다.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가 3월25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당 19대 대선후보 선출 광주·전남·제주 권역 완전국민경선 합동연설회 연단에 서서 정견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차떼기’ 의혹 이어 대학생 동원 의혹까지 

 

3월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후보 광주·전남지역 경선. 이날 대학생 200여 명이 45인승 버스 7대에 나눠 타고 경선에 참여했다. 이들은 전북 익산에 위치한 원광대 학생들이었다. 원광대는 경선 현장에서 무려 100㎞ 떨어져 있어 강제 동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광주시 선거관리위원회는 4월10일 버스를 누가 대절했고, 경비는 누가 냈는지 등 강제 동원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일부 대학생들은 강제 동원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강제 동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민의당 국장급 당직자 A씨는 3월25일 광주·전남 지역 경선에서 경선인단 130여명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하고, 17명의 운전자에게 수당 136만원과 차량임차료 85만원 등 221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3월28일 열린 부산·울산·경남지역 경선에서도 선거인 9명에게 모두 33만원 상당의 교통편의와 음식물을 제공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에 고발됐다.

 

‘새정치’를 대표 이미지로 내세웠던 안 후보에게 치명상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바른정당은 즉각 성명을 내고 “입만 열면 ‘새정치’, ‘정당개혁’을 주장하며 구태정치를 비판하던 안철수 후보가 왜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했는지 묻고 싶다”며 “앞에서는 새정치를 외치며 뒤에서 불법동원 선거운동이 벌어지는 것도 막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새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은 “새정치와 미래정치를 말하는 국민의당이 고작 생각해 낸 것이 불법 동원이었다니 참으로 구태의연하다”​면서 “​호남의 장자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툼을 벌이다 보니 상대방보다 머릿수 하나라도 더 많아 보이게 하려고 불법 동원이라는 악수를 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민의당은 즉각 조치에 나섰다. 국민의당 광주시당은 “A씨는 지난해 10월 국민의당에 입당해 무급직인 비상근 직능국장에 위촉된 인물로, 많은 이들이 당내 경선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공명심으로 그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동원에 연루된 비상근 당직자 A씨에 대해 당원권 정지 또는 출당 등의 강력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대학생 동원 논란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서 불법행위가 있다면 엄벌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철수 책임론’은 그치지 않고 있다. 정의당은 “국민의당은 당초 불법경선 의혹이 불거졌을 때 당직자 개인의 과욕에 의해 벌인 일이라고 ‘꼬리 자르기’를 했다. 수십 년 전에나 볼 수 있었던 악질적인 구태정치를 답습한 것”이라면서 “해당 경선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누구도 아닌 안철수 후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국민의당이 불법 동원 혐의를 받고 있는 당직자를 출당 조치한 것은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안철수 후보와 박지원 대표가 직접 국민에게 내용을 소상히 밝히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안 후보의 지지율 추이를 판가름할 중대한 한 주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민의당 동원 경선 논란을 시작으로 안 후보의 딸 재산 공개 거부 문제, 안 후보와 부인의 1+1 교수 임용 의혹 등 험난한 검증 과정이 안 후보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安, 잘해서 지지율 상승하는 것 아니다”

 

그 중에서도 보수표가 안 후보에게 안착할지 여부는 당락을 가르는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안철수 후보가 잘했기 때문에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보수층들은 역대 대선에서 지지하는 명확한 후보가 있었다. 그러나 19대 대선에서는 처음으로 표를 몰아줄 후보를 못 찾고 있다”면서 “안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보수층이 실제 투표에서도 안 후보를 찍을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내일 열릴 4.12 재‧보궐선거 또한 안 후보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12 재·보궐선거는 전국 9개 시·도에서 국회의원 1명, 기초단체장 3명, 광역의원 7명, 기초의원 18명을 선출한다. 이 중 전북에서는 완주군의원, 전남에서는 해남 도의원과 여수, 순천 시의원 선거가 열린다. 5.9 대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을 살펴 볼 수 있는 풍향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당이 처음부터 ‘호남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40석밖에 안 되는 안철수 후보가 뭘 할 수 있겠냐’고 공격하고 있다”면서 “이런 면에서 4.12 재보궐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국민의당이 ‘지역당’​ 혹은 ​ ‘​소수당’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는데 호남에서도 이기지 못하면 (안 후보에게) 치명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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