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맞는 대선 후보는 ○○○입니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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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대통령’ ‘후보 선택 도우미’ 등 온라인 ‘맞춤 후보 매칭 서비스’ 인기

 

“누굴 뽑을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안성은씨(29)는 5월9일 대선 투표에서 A후보를 찍을 생각이었다. 이유는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A후보를 많이 선택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맞춤 후보 매칭 서비스’를 이용한 후 안씨의 결심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생각지 못한 B후보가 ‘가장 잘 맞는 후보’로 선택됐고 A후보는 하위 순위로 나온 것이다. 안씨는 “표심(票心)을 결정하지 못했거나 별다른 고민 없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던 유권자에겐 해당 결과가 상당한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실패한 정권 이후 치러지는 조기대선인 만큼 유권자들 사이에선 보다 확실히 후보 면면을 살핀 후 선택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을 방증하듯 최근 표심 결정을 도울 다양한 서비스들이 온라인 상에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서비스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투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20~30대 유권자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4월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대선후보들이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는 지난 3월 말 출시해 한 달 만에 누적 이용 50만 명을 돌파한 맞춤 후보 매칭 서비스 ‘누드대통령’이다. 사드배치·개헌 등 공통분야부터 경제·노동·복지 등에 대한 분야별 질문, 관심 공약에 대한 질문까지 3단계를 모두 마치면 이내 자신과 가장 잘 맞는 대통령의 얼굴과 매칭률이 공개된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결과를 SNS에 공유하며 “투표 전 참고하기 좋다” “몰랐던 내 성향을 발견했다” 등의 다양한 리뷰를 남기고 있다.

 

이 같은 서비스를 처음 제공한 곳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다. 2004년 17대 총선 때 시작해 7번째로 실시된 경실련 ‘후보 선택 도우미’는 각 후보들의 답변을 받은 20개 문항으로 진행되며, 이용자는 찬성·반대·기타 중 하나의 답변을 선택하게 된다. 문항의 수나 내용 면에서 앞선 누드대통령보다 구체성은 떨어지지만 선택하기 쉽고 이용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그 밖에 주요 사안에 대한 후보들의 발언을 무작위로 추출해 보여준 후 가장 호감 가는 발언을 선택하는 ‘대선후보 블라인드 테스트’도 눈길을 끈다. 정제된 공약이 아닌 다양한 자리에서 후보들이 직접 언급한 발언이 보기로 주어진다는 점이 여느 테스트와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경실련 후보선택도우미 캡쳐

2030 ‘공약 열공’ 돕는 사이트도 눈길

 

후보마다 연일 쏟아내는 발언과 공약들로 머리 아픈 유권자들을 위한 참고 사이트도 여럿 개설됐다. 대부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 384개 시민단체들이 함께 만든 ‘2017대선주권자행동’은 4월20일 검찰·국정원 개혁 등 주요 의제 20개에 따른 후보별 공약을 정리한 ‘2017대선오디션’ 코너를 신설했다. 이용자들이 각 후보 공약의 타당성을 따진 후 찬성·반대표를 던질 수 있으며 찬반 수는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4월24일 현재 심상정 정의당 후보 공약에 대한 찬성표가 가장 많으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공약이 가장 적은 표를 얻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쏟아내는 가짜뉴스 속 ‘진짜’를 판별하기 위해 16곳의 언론사와 손잡고 ‘팩크 체크 서비스’를 내놓았다. 논란이 된 후보들의 발언에 대해 팩트 체킹을 진행한 언론사 기사들을 모아놓은 방식이다. 평가 기준에 따라 진실·거짓을 분류하고 언론사마다 입장이 갈리거나 판단이 어려운 사안은 ‘논쟁 중’, 혹은 ‘판단유보’로 표기한다. 다수 언론사가 함께한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팩크 체크 전 과정을 함께 취재하는 외국과 달리 언론사 간의 협업이 없어 단순 ‘모아보기’에 불과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누드대통령(출처_누드대통령페북)

대선 판에서도 ‘인공지능’이 대세

 

이번 대선에선 특정 사이트에 미리 준비된 정보만 얻는 것을 넘어 유권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형 정보를 보다 능동적으로 얻을 수도 있게 됐다. 포털 사이트·SNS에 쏟아지는 대선 정보를 학습한 인공지능을 통해 가능해진 일이다. 

 

4월17일 카카오톡을 통해 정식으로 출시된 대선봇 ‘로즈’는 ‘가장 인공지능다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즈와의 채팅창을 만들어 그 안에 궁금한 질문을 적어 올리면 곧장 로즈의 답변이 따라온다. 그 사이 걸리는 시간은 0.5초 미만이다. ‘문재인 일정’, ‘안철수 일자리공약’, ‘유승민 로고송’, ‘오늘 지지율’ 등 하나하나 포털에 검색해 이리저리 옮겨 다닐 일 없이 채팅창 안에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출시와 동시에 해당 서비스를 사용했다는 김영환씨(31)는 “포털 사이트는 원치 않는 대선 정보까지 홍수처럼 쏟아져 종종 피로감을 준다”며 “로즈는 그때그때 필요한 사항을 묻고 바로 답을 얻을 수 있어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즈는 해당 날짜 기준 매일 후보별 SNS 검색량을 그래프화해 보여주는가 하면, 수집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당선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한다. 나아가 4월13일과 19일 열린 대선후보 TV토론회 이후엔 각 후보자가 사용한 어휘의 빈도와 복잡도를 분석해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어휘 사용 수준을 나누기도 했다. 로즈에 따르면, 토론회에서 가장 많은 질의응답을 받은 문재인 후보는 두 차례 TV토론 중 ‘동반성장’, ‘촛불민심’ 등의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으며 전체적인 어휘 수준은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톡 대선봇 로즈


이처럼 날로 똑똑해지는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그 위력을 검증해보이기도 했다. 미국 내 실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와 달리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모그IA(MogIA)’만이 대선 초반부터 트럼프 당선을 정확히 예측했다. 각 후보 진영과 전문가들이 여론조사 못지않게 포털·SNS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함께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갑작스런 조기 대선으로 한때 후보 검증에 소홀한 ‘졸속 대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불식시킬 만큼 다양한 선거 도우미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든든한 참고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여기에 IT(정보기술) 발전으로 정보의 정확도는 이전 선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진 상태다. 따라서 이제 더 이상 ‘누굴 뽑을지 몰라서’, ‘정보가 없어서’라는 이유는 ‘핑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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