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광그룹은 왜 이호진 전 회장 사촌을 고소했나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6 14:15
  • 호수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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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이 전 회장 외사촌동생 이씨, 집요하게 음해 활동 펼쳐”

 

태광그룹이 이호진 전 회장의 외사촌동생 이아무개씨를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씨는 이 전 회장의 모친 고(故) 이선애씨(전 태광산업 상무)의 남동생인 고(故)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의 아들로, 한때 청와대 행정관으로도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이권을 위해 태광그룹과 이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음해를 벌여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체 태광가(家)에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고·공갈미수·명예훼손, 세 차례 경찰 고소

 

경찰에 접수된 고소장 등에 따르면, 이씨는 태광산업 협력업체이던 I사의 실소유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이씨는 고모인 이선애씨의 지시라며 2011년부터 태광산업 울산공장에서 프로판으로부터 프로필렌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수소의 중개사업권을 획득했다. 후처리공정을 통해 과산화수소로 가공한 뒤 시중에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이씨 측과 태광산업은 정상적인 거래를 이어갔다. 문제는 수소의 시세가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기존에 체결한 계약서상 공급가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씨는 태광산업 측에 2014년 초 수소의 공급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이씨는 경영난에 빠진 I사를 태광이 직접 인수해 줄 것을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인수가는 200억원이었다. 당초 태광산업 측은 인수를 검토하면서 I사에 대한 가치평가를 진행했다. 그러나 당시 평가금액은 최대 6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게다가 I사가 당시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상황이어서 200억원의 인수가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자칫 배임 등 법적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로 인해 양측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2015년 4월 무렵부터 태광그룹과 오너 일가를 둘러싼 갖은 부정적인 정보들이 시민단체들과 정치권·언론·인터넷 등에 나돌기 시작했다.

 

태광산업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외사촌동생인 이아무개씨를 무고와 명예훼손,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 시사저널 포토


우선 그룹 계열사들이 이호진 전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총수 일가 지분율 100%인 ‘티시스’가 보유한 골프장 ‘휘슬링락CC’가 타깃이었다. 여기에 소속된 캐디들이 비수기에 담근 김치를 그룹 계열사들이 시중가격보다 고가에 구매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총수 일가 회사 지원을 위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전 회장의 부인 신유나씨(51%)와 장녀 이현나씨(49%)가 지분 100%를 보유한 주류업체 ‘메르뱅’도 도마에 올랐다. 계열사들에 판촉·감사용 선물로 와인을 판매하며 손쉽게 매출을 올려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 전 회장의 병보석 특혜설도 나돌았다. 모친의 49제에 참석한 사진을 유포하면서 병보석 중인 이 전 회장의 건강 상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또 이 전 회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남산과 강남 일대 고급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거나, 태광그룹 임원들과 골프라운드를 즐겼다는 등의 얘기도 회자됐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49제 참석은 법원의 허가를 받고 진행된 사안”이라며 “고급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든가, 골프라운드를 가졌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에는 이씨 측이 태광산업을 직접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2014년 10월 태광산업 울산공장에 그룹 경영진단팀을 투입, 전체 하청·협력업체를 상대로 벌인 감사를 문제 삼았다. 이 과정에서 거래내역과 안전점검·인력현황·은행계좌 추적 등 상법이 허락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감사가 진행됐고, 이는 영업방해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또 이를 통해 수많은 관계사들을 퇴출하거나, 거래단가를 하향조정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수사 결과, 지난해 10월 태광산업 측은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태광그룹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이씨가 배후에서 일련의 작업을 주도해 왔으며, 이를 증명할 정황과 증거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이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는 입장이다. 이씨가 일단 태광 오너 일가의 일원인 데다, 그와의 불화가 집안 분쟁으로 비춰질 경우 자칫 이 전 회장의 재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까닭에서였다. 이 전 회장은  경영비리 혐의로 구속됐다가 현재 병보석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결국 태광그룹 측이 이씨를 고소하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주요 일간지에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광고문이 두 차례에 걸쳐 게재되면서다.

 

 

오너 일가의 분쟁으로 확대될까 ‘전전긍긍’

 

당시 태광그룹 측은 광고비가 이씨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더 이상 묵과할 수만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같은 달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먼저 지난해 8월 태광산업을 고발한 것을 무고로, 또 I사를 인수해 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음해를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태광산업 임직원들에게 한 것을 공갈미수로 각각 고소했다. 또 시민단체의 공문 양식을 도용해 허위로 제작한 문건을 국회의원실에 제공한 것(사문서위조)과 일간지에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광고를 낸 것(명예훼손)도 문제 삼았다.

 

태광그룹 측은 지난해 12월 SNS와 인터넷 등을 통해 회사와 총수 일가에 대한 음해를 퍼뜨린 것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 다만 고소를 하면서 피의자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피의자가 익명으로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는 이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태광그룹 측은 올해 2월에도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음해성 자료가 담긴 이메일을 발송한 사실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까진 피의자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선 수사 과정에서 이씨가 피의자로 지목된 만큼, 이 역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광그룹 측은 이씨를 고소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 일이 자칫 오너 일가의 분쟁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씨를 고소한 것은 맞지만 내부 의사결정 기구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라며 “이 전 회장과 협의는 전혀 없었고 따로 보고를 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찰의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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