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달은 KT 사내 성추행 논란에 황창규 회장 ‘전전긍긍’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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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여직원 A씨 고용부 등에 탄원서…해당 간부 경찰 맞고소


KT에서 또 다시 사내 성추행 논란이 발생해 주목되고 있다. KT의 한 간부가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한 것도 모자라 “이거 성추행이야, 성추행”이라며 대놓고 조롱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피해를 당한 여직원은 현재 심각한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인해 수면 장애 등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 여직원은 “회사 내 ‘성희롱고충처리위원회’에 신고했지만, 가해자에게 면죄부만 줬다”며 “고용노동부나, 여성인권단체 등을 통해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알리고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맞서고 있다. 그는 “​성희롱을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가해자로 몰리는 심정이 너무 아프다”​며 “​명예를 회복하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여직원을 경찰에 고소했다”​고 해명했다. 

도대체 KT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계바늘은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간다. KT경기지원부장 A씨는 3월29일 오후 KT동의정부 경기지원 11팀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화장실에 다녀오던 여직원 B씨의 뒤쪽에 서서 팔을 벌리고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는 몸을 비비대는 제스처를 취했다. A부장은 “와 봐봐라. 성추행한다. 성추행”이라고 조롱 섞인 말을 하며 B씨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줬다는 게 피해 여성 측의 주장이다. 


성추행 가해자와 피해자 진술 180도 달라 주목

B씨는 2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직원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뒤쪽에 바짝 다가서 몸을 비비는 동작을 하고 조롱을 했다. 심지어 여자 화장실 앞까지 따라와 ‘빨리 나오라’고 고성을 질렀다”며 “수치심과 모욕감으로 한 동안 수면장애까지 겪었다”고 호소했다. 

ⓒ 시사저널 포토


B씨가 A부장의 발언과 행동을 문제 삼겠다고 하자 가해자인 A부장은 다음날인 30일 B씨를 찾아와 잘못을 사과했다. B씨가 제보한 녹취파일에서도 A부장은 “어제 화장실 앞에서 소리를 지른 부분은 정중히 사과드린다”면서 “성추행 관련해 저도 모르게 격한 발언을 나온 것도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B씨는 최근 KT 내 ‘성희롱고충처리위원회’에 성추행 신고를 했고, 고충처리위원회에서는 조사에 들어갔다. 고충처리위원회는 6일 KT동의정부 회의실에서 B씨를 불러 조사했고, 18일에는 KT광화문 EAST에서 B씨와 참고인 C과장을 함께 불러 심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KT에서는 피해 여직원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KT는 18일 A부장의 주장을 받아 들여 이 같은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음’이라고 심의결과를 B에게 통보해 내부 직원 봐주기 논란이 예상된다. 성추행 문제를 사과한 A부장이 녹취록이 있음에도 면죄부를 줬기 때문이다. “한 심의의원의 경우 ‘왜 저항을 하지 않았느냐’는 반복된 질문을 하며 심의가 아닌 심문을 하는 듯했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B씨는 25일 고용노동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르면 다음 주 말 담당자가 배정될 것으로 보여 조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사건이 접수되면 10일 이내에 담당자가 배정되도록 돼있다”며 “늦어도 다음주 말이면 담당자가 배정돼 조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날 A부장은 B씨를 형사 고소한 상태다.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였다. 현재 의정부경찰서에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A부장은 “​성희롱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팀장과 차장도 고충처리위원회에서 이렇게 증언해 사실무근이라고 판단한 것”​이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장실에 따라간 적도 없다. B씨가 의도적으로 면담을 회피해 복도에서 지적한 것이 전부”라​며 “​두 팔을 벌려 B씨를 막은 것도 팀장과의 충돌을 막기 위함이었다. 과거 전례가 있어 '성추행 한다고 하겠지'라고 말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사내 성(性) 문제로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KT 계열사인 KT하이텔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상품 기획을 맡고 있는 간부급 인사 C씨가 술자리에 동석했던 여직원 D씨의 신체 부위를 더듬고 강제 추행하려 한 것이다. 이 간부는 심지어 B씨를 강제로 모텔에 끌고 갔다. 


황창규 회장 신윤리경영 원칙과 배치돼 논란

B씨가 그 자리에서 빠져나오며 겨우 위기를 모면했지만, 자칫하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사내 성범죄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한 정황이 포착했다. KT하이텔은 사건 발생 후 A씨에게 사직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 이상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A씨는 회사 측에 “성폭행이 아니라 성희롱 사건”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씨는 타 홈쇼핑업체로 이직해 현재까지 홈쇼핑 MD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뒷말이 나왔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황창규 회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황 회장은 2014년 모든 KT 임직원의 행동방식인 ‘신윤리경영 원칙’을 제정했고, 전 임직원들은 실천 서약을 했다. 5대 윤리경영 행동원칙은 △고객 최우선 △준법경영 △기본 충실 △주인의식 △사회적 책임 등이다. 

황창규 회장이 3월31일 ‘2017 그룹경영전략 데이’에 참석하여 그룹사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 KT 홍보자료

황 회장은 당시 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비장한 각오와 혁신의 자세를 가져야 할 때”라며 “말만 하고 책임지지 않거나, 기획만 한고 실행은 나몰라라 하거나, 관행이라며 어영부영 넘어가는 행동은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련의 사건은 황 회장의 신윤리경영 원칙과 반대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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