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표심이 대선 변수로 부상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8 19:46
  • 호수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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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선거 유권자 수 30만 명 최대 규모…한인 밀집 美 LA 지역 투표 결과 주목

 

5·9 장미대선의 재외선거인투표가 4월30일 마무리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재외선거 유권자 수는 30만 명 가까이 되면서 이번 대선에도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6일간 진행된 투표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재외선거 결과가 이번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선 “역대 치열한 대선은 50만~100만 표 정도의 격차가 났다. 이번 대선도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박빙의 선거전이 예상되기 때문에 30만 재외국민들의 투표 결과가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재외투표는 한국 시각 4월25일 오전 5시 뉴질랜드 대사관과 오클랜드 분관을 시작으로 전 세계 116개국 204개 투표소에서 30일까지 실시됐다. 재외 유권자 수는 국외부재자 24만7336명, 재외선거인 4만7297명 등 총 29만4633명으로, 전체 추정 재외 선거권자인 197만여 명의 14.9%에 해당한다.

 

특히 이번 재외 유권자 수는 2012년 총선에서 재외선거가 시작된 뒤로 최대 규모의 선거인단이다. 지난 제18대 대통령선거의 명부등재자 수 22만2389명에 비해 32.5%포인트,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의 15만4217명에 비해 91.1%포인트 각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번 선거의 재외투표 신청기간이 21일에 불과한 등 과거에 비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신청 열기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엔 91일간 재외선거인단 신청을 받았다.

 

4월25일 오전(현지 시각) 미국 LA 총영사관에서 19대 대통령선거의 재외국민 투표가 진행됐다. © 연합뉴스

지난해 총선보다 91%포인트 증가

 

재외 유권자 수는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6만8244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4만3912명), 일본(3만8009명) 순이다. 공관별로는 일본대사관이 1만5807명으로 1위였고, 뉴욕총영사관(1만3716명), LA총영사관(1만3631명) 순으로 많았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9만7218명으로 가장 많고, 경기 7만4400명, 부산 1만8272명 순이며, 세종특별자치시가 1213명으로 가장 적었다. 구·시·군별로는 강남구가 8908명으로 가장 많고, 울릉군이 24명으로 가장 적다.

 

당초 이번 대선은 보궐선거니만큼 규정상 재외투표를 실시할 수 없었다. 선거환경이 각각 다른 120여 개국에 선거물품 및 장비를 보내려면 60일 안에 재외선거를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재외선거를 도입할 때에도 대통령의 궐위선거는 2018년 1월1일 이후 발생하는 선거부터 적용하기로 부칙규정을 명시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국면을 맞아 대통령 궐위선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데다 재외국민들의 참정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선관위가 재외선거 관리가 60일 안에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지난 3월 부칙 삭제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이번 대선에서도 재외선거가 가능해졌다.

 

역대 최다의 선거인단 신청이 있었던 만큼 이번 재외선거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엔 전체 22만2389명 중 15만8225명이 투표에 참여, 71.1% 투표율을 기록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18대 대선에 비해 짧은 신청기간에도 불구하고 재외투표 신청이 많았고 대선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만큼 투표율도 지난 대선보다는 높은 수준이 되지 않을까 본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80% 안팎의 투표율을 전망하고 있는 분위기다.

 

 

80% 안팎 높은 투표율 전망

 

재외선거의 바로미터로 해외에서 가장 많은 한인 유권자들이 거주하는 미주 지역의 선거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내 선거인 수는 2012년 18대 대선 당시(5만1794명)보다 31.8%나 늘어난 6만8244명이다. 특히 정치권은 한인들이 밀집해 있고 정치적 민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로스앤젤레스(LA) 지역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LA 지역은 선거인 수 1만242명 중 8156명이 투표해 79.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4월27일까지 이틀간 투표자 수는 1573명으로 18대 대선 당시 같은 기간 2373명보다 감소했지만, 추가로 설치된 오렌지카운티 한인회관, 샌디에이고 노인회관 투표소가 문을 연 28일부터 급격하게 투표율이 높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새벽부터 줄을 서서 투표를 하는 등 투표 열기 자체가 뜨거워 80% 넘는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역대 재외선거에선 민주당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재외선거에서 전체 6만3777표 중 2만3936표(37.8%)를 얻었고,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이 얻은 27.1%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당시 전체 정당투표에서 민주당을 제친 국민의당은 재외선거 정당투표에서는 13.4%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도 전체 선거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재외선거에서만큼은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전체 유효투표 15만7291표 가운데 8만9192표(56.7%)를 얻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6만7319표, 42.8%)를 13.9%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에 따라 이번 재외선거에서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우위에 서는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주 지역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이어진 헌정 초유의 사태를 두고 미국 내 한인들도 관망만 하진 않을 것이다. 특히 젊은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제대로 된 변화를 요구하는 경향이 많다”며 “역대 선명한 야당이 우세했던 투표 성향은 이번 장미대선에서도 더욱 짙어졌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프랑스 대선에서 거대 정당을 제치고 1위로 결선에 오른 중도 신당 ‘앙 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 등 세계적 추세가 기득권 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세계적 동향에 빠른 재외국민들도 역대 투표 성향과는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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