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문재인’ 이변 없이 당선될까
  •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8 19:51
  • 호수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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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부터 역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1·2위 순위 바뀐 적 없어

 

선거운동의 기본 목적은 후보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모든 후보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지지율이 쉽게 움직이진 않았다. 순위를 끌어올리는 일도 흔치 않았다. 고3 수험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도 모든 학생들이 열심히 하기 때문에 등수가 잘 오르지 않는 현상과 비슷하다. 경쟁자들도 보유 자원을 총동원해 선거 캠페인을 하고 있기 때문에 투입 노력에 비해 성과는 더딘 것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의 캠페인이다.

 

실제로 역대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1위와 2위의 순서가 바뀐 경우는 없었다. 조사기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 순위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역대 대선 트래킹 조사를 해 온 한국갤럽 자료에 따르면 1987년 대선부터 지난 2012년 대선까지 6번 모두 1, 2위 순서는 마지막까지 유지됐다.

 

민주화 이후 첫 대선이었던 1987년 13대 대선에서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주요 4명이 경쟁했는데 노태우는 공식 선거운동 전부터 줄곧 1위를 이어갔다. 대선일 19일 전에는 36%, 14일 전엔 34%였으며 최종 득표율은 36.6%였다. 다만 2위와 3위 간 경쟁이 치열했는데 초반엔 김영삼이 우세한 흐름을 보였으나 최종 득표율에서는 김영삼 28%, 김대중 27%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 시사저널 미술팀

안철수에 대한 보수층 지지 이탈하는 상황

 

1992년 14대 대선에서도 1, 2위 주자 간 순서는 변하지 않았다. 김영삼은 김대중에게 선거기간 내내 미세하지만 우위를 지켰다. 최종 득표율에서 김영삼 42%, 김대중 33.8%로 양자 간 격차는 좀 더 커졌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도 공식 선거운동 즈음과 2주 전 조사결과 흐름이 그대로 최종 결과까지 이어졌다. 당시 김대중은 줄곧 이회창에 앞섰다. 선거일 26일 전인 11월22일엔 33%, 12일 전인 12월6일엔 32%였으며, 최종 득표율은 40.3%였다. 경쟁자였던 이회창은 막판 거세게 추격했지만 38.7%에 그치며 역전에는 실패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선 선거일 25일 전에 노무현과 정몽준의 후보 단일화가 있었다. 이후 단일후보 노무현의 지지율은 수직 상승해 단박에 열세가 우세로 전환됐다. 이후 최종 득표율에서 격차는 2.3%P 차이까지 좁혀지긴 했으나 계속해서 우위를 유지했다.

 

2007년 17대 대선의 경우, 1위 후보의 독주 현상이 있었다. 이명박은 선거일 24일 전이었던 11월25일 조사에서는 38%, 13일 전인 12월6일엔 44%로 올랐고, 최종 득표율은 48.7%였다. 당시 여당이었던 진보 진영의 지지기반은 현저히 약화됐던 상황이었고, 또 이른바 ‘묻지마! 경제’ 투표 분위기에서 이명박의 압도적 우세가 흔들리지 않았다.

 

당시 여당 후보였던 정동영은 득표율이 26.1%에 그쳤다. 당선인 이명박과의 격차가 무려 22.6%P였다. 다만 공식 선거운동 시작 즈음 14%에 그쳤던 정동영의 지지율이 선거일 13일 전엔 18%로 오르고 이후에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그래서 초반에는 이회창이 앞서 있었지만 최종 결과에선 이회창을 앞지르며 3위에서 2위로 순위를 올려놓았다.

 

가장 최근 대선이었던 2012년 18대에서는 박근혜와 문재인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지만 박근혜가 3~4%P의 우세를 유지했고 결국 선거운동 기간 내 순위 변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 시사저널 미술팀

안철수-홍준표 지지율 비슷해질 수도

 

이번 대선은 어떨까. 현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직전 다자 구도 가상대결에서 문재인과의 격차를 좁혀 팽팽한 접전을 예고했으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보수 후보들의 안보 이슈 쟁점화가 성공하면서 안 후보에게 몰려 있던 보수표의 분산 효과가 나타났다. 일부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등 보수 후보에게, 일부는 부동층으로 옮겨갔고, 안 후보의 지지율에 타격을 입혔다. 애초 문재인 견제 성격이 컸던 이른바 보수층의 안 후보에 대한 조건부 지지가 격차가 발생하면서 추가적 이탈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후보 간 순위변동이 없었던 과거 패턴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이다. 또한 2007년 대선에서 애초 3위에서 2위로 순위를 바꾼 정동영처럼 현재 홍 후보의 상승세도 비교적 뚜렷한 편이어서 안 후보가 하락 흐름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두 명의 지지율이 비슷한 수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보수층의 문 후보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상당히 강하다는 점, 반기문·황교안·​안희정·​안철수 등으로 지지후보를 ‘빛의 속도’로 바꿔온 데서 알 수 있듯 보수층의 전략적 표심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막판에도 작은 사건으로 문 후보 대항마가 하나로 정해지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과연 이번 대선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1, 2위 순위 변동은 없다는 이전 패턴을 재확인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경로를 만들 것인지, 확인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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