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프다고 골프 꼭 쉴 필요 없다
  •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0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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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 칼럼] 골프 치면서 고질적 허리통증 호전된 사례도 심심찮게 본다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었더니 허리디스크라고 하는데 골프를 쳐도 되나요?” 참 많이 듣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때그때 달라요”다. 똑같은 병이어도 증상이 다르고, 어떤 날은 골프를 치니까 허리가 개운해지는 경우도 있는 반면 또 어떤 날은 허리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의학적 관점에서 골프는 비대칭 운동이고 허리와 골반을 반대 방향으로 꼬아서 스윙을 하기 때문에 허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허리가 아픈 환자에게 골프 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다. 하지만 임상에서 보면 골프를 치면서 고질적인 허리통증이 호전됐다는 사람도 심심찮게 본다. 그러기에 MRI 상의 소견이나 단순한 병명만 가지고 골프를 치라 마라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골프를 쳐야 할지 말아야 할지의 결정은 다분히 본인의 증상에 달려 있다. 기본적으로 골프를 치는 중에 허리통증이 악화된다면 최소한 그날은 라운딩을 중단하는 것이 옳다. 골프 칠 때는 전혀 안 아팠는데 라운딩이 끝나고 나서 허리가 아파 며칠 고생을 한다면 허리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진단해보고 결정해야 한다.

 


허리가 아픈 원인을 세 가지로 나눠 보자면 첫째 허리나 골반 주위의 근육과 인대 문제, 둘째 허리디스크 문제, 마지막으로 척추관협착증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윙할 때 허리가 뜨끔하거나, 홀 컵에서 공을 꺼낼 때 허리 골반이 찌릿 한 증상은 허리 골반의 인대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의 나이가 60대 이상 장년층이라면 ‘후관절 증후군’ 등 척추관절의 퇴행성질환도 생각해 봐야 한다.

 

허리디스크는 허리통증보다는 다리가 당기거나 저리는 게 주된 증상이다. 이 증상은 스윙할 때보다 오히려 골프장 내 휴식 공간(그늘집)에 앉아 있을 때 심해지곤 한다. 한편으로 장년층 골퍼가 필드를 걸을 때 종아리가 터질 것 같은 통증으로 잠시 앉아서 쉬어가야 한다면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누르는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할 수 있다.

 

만약 허리통증이 심해서 걷기도 힘든 상태라면 주위에서 골프를 치라고 해도 어차피 못할 것이다. 문제는 골프를 칠 수는 있는데 골프를 치면 과연 내 증상이 악화될 것인지가 궁금한 것이다. 약속은 계속 잡히는데 골프를 강행해야 할지 미뤄야 할지 고민되기 때문이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증상이 심하지 않고 골프 칠 때 증상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무리하지 않고 치는 것은 허용된다. 이 정도면 골프를 한다고 해서 허리디스크가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허리를 숙여서 공을 잡거나 내리막에서 내려갈 때 복압이 증가해서 디스크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필드를 걸어 다니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골프를 쳐서 당장 더 심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카트를 많이 이용해서 걷는 거리를 줄인다면 골프를 즐겨도 무방하다. 다만 스윙을 너무 크게 지속하면 척추관절에 무리를 줘 향후 척추관협착증이 악화될 수 있으니 과격한 스윙은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오히려 골반과 허리의 인대가 삐끗한 경우 큰 병은 아니지만 골프를 치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능하면 쉬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다행히 다른 질환에 비해서 근육과 인대의 문제는 대부분 1~2주면 좋아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잘 쉬고 관리하면 다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골프는 양껏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나이 먹어서까지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격하게 스윙을 하거나 하루에 두 라운드를 뛴다면 멀쩡하던 허리도 문제가 생긴다. 내 몸이 허락하는 만큼 사용하는 것이 오랫동안 허리통증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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