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으로 인해 내 전 재산 다 잃었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0 15:30
  • 호수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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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협박’ 혐의로 태광산업에 고소당한 이호진 전 회장 외사촌동생의 항변

 

시사저널은 앞서 태광산업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외사촌동생 이아무개씨를 경찰에 고소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2017년 4월24일자 1436호 ‘태광그룹은 왜 이호진 전 회장 사촌을 고소했나’ 참조). 이씨가 태광그룹과 이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음해를 벌여왔고, 이를 빌미로 자신의 회사를 인수해 달라고 협박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이씨가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태광산업의 시설 투자 요구에 수십억원을 투입한 직후 일방적인 퇴출 통보를 받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의도적으로 자신의 회사를 고사(枯死)시켰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태광, 내 회사 퇴출시키려 의도적 고가정책”

 

이씨는 이호진 전 회장의 모친 고(故) 이선애 여사(전 태광산업 상무)의 남동생인 고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의 아들이다. 이 전 회장과는 외사촌지간이다. 한때 청와대 행정관(별정직)으로도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는 과거 태광산업에 8년 동안 근무하면서 수소 사업에 주목해 왔다. 태광산업 울산공장에서 프로판으로부터 프로필렌을 제조하는 과정에 부산물로 수소가 발생하는데, 그 판매율이 70%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영업활동을 통해 판매율을 끌어올리면 자신과 태광이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왼쪽) © 시사저널 포토


이씨는 2011년 고모 고 이선애 여사를 만나 이런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이후 I사를 설립해 태광산업에서 발생하는 수소의 중개사업권을 획득했다. 계약일로부터 10년 동안 수소를 공급받아 소매업체에 판매한다는 조건이었다. 사업을 진행하던 중 2012년 11월 태광산업으로부터 시설투자 요청이 들어왔다. 울산공장과 지하 배관망으로 연결된 수소처리공장을 건립해 달라는 것이었다. 막대한 투자비용이 예상됐지만, 이씨는 제안에 동의했다. 향후 더욱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시설투자에 자신과 집안의 전 재산이 투입됐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상속재산에 부친인 이기택 전 총재가 보유한 부동산 등을 담보로 은행권 대출도 받았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렇게 마련한 67억원을 투입, 2014년 3월 설비를 완공시켰다. 이씨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I사와의 거래를 통해 상당한 실익을 거뒀다고 한다. 74.6%이던 수소 판매율이 93.3%까지 증가하면서 수소 관련 매출도 29억원가량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설이 완공된 지 불과 6개월여만인 2014년 10월 태광산업은 협력업체들에 대한 경영진단에 돌입했다. 대상은 울산공장의 전체 협력업체였다. 그 결과, 태광산업 협력업체 30여 곳이 퇴출을 통보받았다. 여기엔 I사도 포함돼 있었다. 이씨는 태광산업 측으로부터 구두로 퇴출을 통보받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태광산업이 I사 거래처에 접촉해 직거래를 제안한 사실도 파악하게 됐다. 당장 시설에 투자한 비용을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씨가 일방적인 퇴출 통보에 반발하자 태광산업은 I사와의 거래를 계속 이어갔다.

 

그러나 이후 태광산업이 I사를 퇴출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가정책을 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2014년 말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수소 가격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수소를 취급하는 업체들은 앞다퉈 공급가를 낮췄다. D사는 ㎥당 수소가를 2014년 250원에서 2015년 210원으로, 또 다른 경쟁사 H사도 300원에서 160원으로 낮췄다. 태광산업도 같은 기간 286원에서 266원으로 일부 공급가를 낮추기는 했다. 그러나 여전히 D사에 비해 26.6%, H사와 비교해서는 66.2%나 높은 가격이었다.

 

 

태광 “상당한 미수금으로 가격 조정 불가능”

 

이로 인해 I사는 거래를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가 됐다. 사실상 사업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이씨는 말한다. 그렇다고 다른 업체로부터 수소를 매입할 수도 없었다. 수소의 경우 배관망 등 시설을 통해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태광산업을 상대로 공급가를 시장가격에 맞춰 합리화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태광산업은 2015년 4월 최종적으로 가격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한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경영진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I사에 퇴출을 통보한 시점에 이미 상당 규모의 미수금이 남아 있던 상태여서 가격 협상에 응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I사의 경영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됐다고 이씨는 말한다. 2013년 204억원, 2014년 185억원이던 매출은 2015년 50억원, 지난해 8억원으로 줄었다. 이후 사업 지속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지난해 9월 태광산업은 I사 측에 계약 파기를 통보하고, I사가 기존에 거래해 오던 업체들과 직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I사는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이 일로 이씨는 모든 재산을 탕진함은 물론, 수십억원대의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다고 했다.

 

이후 이씨는 태광산업으로부터 경찰 고소를 당했다. 그가 태광그룹은 물론 이호진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음해를 확산시켰고, 이를 빌미로 I사를 고가에 매입하도록 공갈·협박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이씨는 시민단체 등을 찾아 자신이 당한 부당한 처사에 대해 의논한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태광산업의 주장대로 노동조합이나 국회의원 등을 접촉해 음해성 제보를 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공갈·협박 건과 관련해서도 태광 측에서 먼저 만남을 요청해 와 만났고, 자신이 제시한 인수가 역시 2015년 기업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번 갈등이 이호진 전 회장과의 불화 때문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경영진단을 통한 협력업체 퇴출이 이 전 회장을 중심으로 한 체제 전환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선애 여사는 그동안 퇴직 직원들이 설립한 업체를 협력사로 선정하는 등 ‘내 사람 챙기기’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진단을 통해 퇴출된 업체 가운데는 I사를 포함, 이 여사가 관리하던 업체들이 상당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여사의 관리 아래 있던 업체들을 청산하기 위해 경영진단을 실시했다는 것이 이씨의 견해다. 경영진단이 이뤄진 시점이 회삿돈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선애 여사가 고도치매와 노환 등으로 건강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때와 맞물린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이와 관련해 태광그룹 관계자는 “오너가(家)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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