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커버넌트', 엔지니어-인간-AI로 이어지는 창조의 역학관계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5 11:40
  • 호수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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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이 탐험하는 ‘인류의 기원’이라는 우주, 《에이리언: 커버넌트》

 

“《에이리언》 이후 등장한 속편들은 훌륭했다. 그러나 그 어떤 작품도 1편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시리즈를 되살리기로 했다.” 1979년 1편을 만든 이후 시리즈에서 손을 뗐던 리들리 스콧 감독이 2012년 《프로메테우스》를 시작으로 ‘《에이리언》 프리퀄’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그는 자신의 호언장담대로 ‘의문의 알은 어떻게 생명체로 진화하고, 그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성실히 찾아가고 있다.

 

신작 《에이리언: 커버넌트》(《커버넌트》)는 리들리 스콧이 지휘하는 프리퀄 3부작 중 두 번째 영화다. 《프로메테우스》로부터 10년 뒤를 배경으로 하는 이 이야기에서는 전편에서 살아남은 인공지능 로봇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이 연결고리를 담당한다. 그는 새로운 개척 행성인 ‘오리가에-6’으로 가던 중, 의문의 신호를 받고 들른 다른 행성을 탐사하다 괴생명체들에게 공격당하던 대원들 앞에 극적으로 나타난다. 약속·서약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커버넌트’는 오리가에-6을 향해 지구를 떠난 우주선의 이름이다. 그러나 지금껏 선보였던 시리즈의 방향성이 암시하듯, 새로운 땅을 찾아 뿌리를 내리겠다는 인류의 약속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에이리언》은 뿌리, 《프로메테우스》는 연결고리

 

《에이리언》 시리즈의 출발점은 아주 단순한 아이디어였다. ‘우연한 기회에 인간의 몸에 기생한 외계 종자가 인간의 가슴을 뚫고 나와 무시무시한 괴물로 성장한다.’ 당시는 1977년 《스타워즈》의 대성공으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이 늘 제작 기피 대상 우선순위에 올라 있던 SF 장르로 서둘러 눈을 돌리던 때였다. 이는 무명 시나리오 작가 댄 오배넌의 아이디어가 채택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20세기 폭스가 이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제작을 밀어붙인 프로젝트는 리들리 스콧의 합류로 급물살을 탔다. 크리처 비주얼을 고민하던 그에게 초현실주의 화가 H R 기거의 기괴한 그림은 완벽한 해결책이었고, 기거가 창조한 ‘네크로놈’이라는 그림 속 괴물은 영화 속 에이리언의 형상이 됐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우주를 향한 무한한 환상을 선물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에이리언》 시리즈는 괴생명체를 통해 우주를 극한 공포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며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여전사 리플리(시고니 위버) 역시 《에이리언》 1편이 낳고 시리즈 대대로 지킨 유산이다. 남성의 몸을 뚫고 나오는 행위로 더욱 강인한 남성성을 대변하는 에이리언, 그리고 리플리를 위협했던 인공지능 로봇 애쉬(이안 홀름)는 리플리로 인해 최후를 맞는다. 리플리의 활약은 이후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사라 코너 등 여러 블록버스터 속 여성 주인공의 등장을 가능케 했다.

 

30년의 세월을 넘어 시작된 프리퀄 역시 마찬가지다. 우주 탐사, 임무 수행 중인 여성대원, 인간을 숙주로 삼는 괴생명체의 습격, 인공지능 로봇 등 극의 기본 뼈대를 구성하는 조건들은 예전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프로메테우스》부터 영화의 중심축은 에이리언이 아닌, 그들을 처음 만들어낸 거대한 존재인 엔지니어로 이동했다는 점을 새롭게 주목할 만하다. 《에이리언》 1편에서 그들은 시체의 형태로만 잠시 등장했다. 후에 리들리 스콧은 “모두가 에이리언을 주목할 뿐 아무도 엔지니어를 주목하지 않아 당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제 극의 중요한 방점은 창조에 찍힌다. 그러므로 《커버넌트》의 에이리언은 여전히 인간을 공격하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피조물로서의 의미가 조금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커버넌트》의 핵심은 엔지니어가 이 괴물을 ‘왜’ 만들었는지보다 ‘누가’ 이 피조물의 창조주이길 원하는가에 조금 더 깊숙이 닿아 있다. 여기에서 중점적 역할을 하는 인물이 데이빗, 그리고 이번 편에 새롭게 등장한 인공지능 로봇 월터(마이클 패스벤더, 그는 데이빗과 월터를 동시에 연기함)다. 극 중 월터는 인간의 감정까지 지나치게 닮은 로봇 데이빗에 부담을 느낀 인류가 수정 버전으로 만든 모델이다. 그에겐 인간의 정서가 없다.

 

 

리들리 스콧, 프리퀄 3편 제작 준비에 이미 돌입

 

그간 《에이리언》 시리즈는 인공지능 로봇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1편에서는 에이리언의 순수성을 숭배하는 로봇 애쉬에게 반전의 키를 줬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연출한 2편의 로봇 비숍에게는 인간성을 부여했다. 《프로메테우스》의 데이빗은 인간의 명령이 아닌, 스스로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고, 대부분의 해답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온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그는 인간들보다 자신이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프로메테우스》의 한 장면. 엘리자베스 쇼(누미 라파스) 박사가 데이빗에게 묻는다. “널 만든 웨이랜드(가이 피어스)가 사라지면 어떻게 되지?” 데이빗은 “자유로워지겠지요”라고 답한다. 쇼가 “그걸 원하냐”고 묻자 데이빗은 이렇게 답한다. “다들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지 않나요?” 리들리 스콧은 이미 《프로메테우스》에서 엔지니어가 괴생명체뿐 아니라 인류를 만든 창조주였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서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까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창조주를 찾아가 영생을 달라고 주문했던 오만한 인간 웨이랜드의 최후는 처참했다.

 

이후 리들리 스콧이 《커버넌트》에서부터 더욱 집중하는 것은 엔지니어-인간-인공지능 로봇으로 이어지는 창조주와 피조물의 흥미로운 역학관계다. 피조물은 언제나 창조주를 뛰어넘으려 하고, 창조주는 피조물을 만들기도 하지만 파괴하기도 한다. 인공지능 로봇 월터와 데이빗이 창조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 이번 편의 핵심이 모두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롭게 등장한 여주인공 대니얼스(캐서린 워터스턴)의 활약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이는 다음 편을 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리들리 스콧은 이미 《프로메테우스》 《커버넌트》를 잇는 프리퀄 3편의 제작 준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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