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문재인 대통령, 사정 기관을 사정하다
  • 김지영 기자 (you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5 13:19
  • 호수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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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신호탄에 불과…“경찰·국정원·국세청도 손본다” 문재인 대통령 책과 인터뷰 통해 들여다본 ‘사정기관 개혁 청사진’

“청와대에 혁명군이 들어왔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근무한 정부부처 파견 공무원이 5월12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 공무원은 이날까지 청와대에 근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를 임명한 5월11일 다음 날의 청와대 내부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혁명군 100명이 청와대에 들어온 것 같다. 들어와서 새롭게 (청와대 직원을) 세팅하고 있다. 혁명군은 세월호 노란 리본을 표찰로 달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청와대와 정부부처 모두 술렁술렁하다. ‘정권교체’로 인한 ‘인적 교체’ 작업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풍경이다. 또 재현되는 모습이 있다. 바로 고강도 사정(司正) 한파다. 이전 정권과 재벌 등의 비리 의혹을 사정기관들이 새로운 정권에 충성 경쟁하듯 파헤쳤다. 총사령부는 청와대, 야전사령부는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들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첫’ 사정 대상이 바뀌었다. 이전 정권과 재벌이 아니다. 바로 사정기관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에 대한 고강도 개혁 의지를 이미 오래전부터 피력해 왔다. 실제 청와대에 입성하자마자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개혁 성향으로 비(非)검찰 출신인 조국 민정수석에게 검찰 개혁 지휘봉을 맡겼다.

 

© 뉴시스

 

‘검사와의 대화’에 감정 앙금 남아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2003년, 2005년), 시민사회수석(2004년), 비서실장(2007년) 등을 거치면서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에 깊이 관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검찰과 국세청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 당시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까지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보고 있다. 한마디로 사정기관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해 왔다는 것이다.

 

사정기관에 대한 사정은 검찰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과 국정원, 국세청 등 유력 사정기관이 그 타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정기관 사정 정국’이 도래한 것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일단락 짓겠다는 마지노선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심중에 품었던 ‘사정기관 개혁 청사진’은 무엇일까. 이는 문 대통령이 그동안 했던 말과 썼던 글에서 짐작할 수 있다. 그가 했던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자서전 등 저서들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 밑그림’을 들여다보기 위해 시계를 참여정부 시절로 되돌려본다.

 

참여정부 초기인 2003년 3월6일 법무부는 고검장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검찰은 인사에 불만을 갖고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비(非)검찰 출신이었던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 대한 거부감도 작용했다. 검사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노무현 대통령은 그해 3월9일 평검사들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전국에 TV로 생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에겐 아직도 당시 ‘검사와의 대화’에 대한 ‘감정적 앙금’이 짙게 남아 있다. 2011년 6월 출간된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 나오는 대목이다.

 

“(검사와의 대화) 행사가 시작됐는데 이건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젊은 검사들은 끊임없이 인사 문제만 되풀이해 따지고 물었다. 인사 불만 외에, 검찰 개혁을 준비해 와 말한 검사는 없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입맛이 씁쓸했다. 선배 법조인(문 대통령)으로서 젊은 검사들이 그렇게 바보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때 대통령과 우리는 검찰 개혁의 출발선을, 검찰의 정치적 중립으로 봤다. 즉 ‘정치검찰’로부터 벗어나는 게 개혁의 핵심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자마자 그들은 순식간에 과거로 되돌아가 버렸다. 검찰을 장악하려 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 주려 애썼던 노 대통령이 바로 그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3월9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전국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서울지검 허상구 검사의 질문을 메모하고 있다. © 연합뉴스

 

文 “검찰, 거만하고 기득권적인 사고”

 

문 대통령의 분노와 원망은 자서전이 나온 지 5년이 지나서도 가시지 않았다. 지난 1월 발간된 그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검사와의 대화는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성에서 비롯됐다. 노 대통령은 사회의 공정성을 바로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검사들의 책임과 청렴함이 소중하다고 판단했고 그들을 존중하는 기본적인 사고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걸 받아들이는 세력들이 고졸 출신 변호사였던 대통령에게 ‘학번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식으로 거만했다. 기득권적 사고를 버리지 않았던 거다.” 문 대통령은 ‘거만’과 ‘기득권적 사고’란 표현을 썼다. 문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시선이 어떤지 함축한 표현이다.

 

2011년 11월 출간된 문재인·김인회 공저인 《검찰을 생각한다》에선 검사와의 대화에 대해 “완전히 대한민국 검사들의 수준만 국민들에게 보여준 꼴이 됐다. 검찰의 문제점, 검사들의 수준, 검찰 개혁의 핵심 등 검찰의 본질이 정확히 드러났다. 검찰의 막무가내식 저항이 검사와의 대화가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평했다. 또한 “참여정부가 미흡했던 점은 검찰 개혁에서 정치적 중립을 넘어서서 더 많은 개혁 과제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의 문민화, 과거사 정리 등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검찰을 포함한 법조계에 대한 불신은 강한 편이다.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선 “영혼 없는 관료라고 얘기하는데, 나는 관료나 공직자뿐 아니라 검찰이나 법조계 등 모든 분야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검사의 경우 처음 검사가 됐을 때는 정의를 구현하고 우리 사회 불의를 타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해야겠다, 그런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면 검사가 직업화된다. 일단 자신이 수사한 사건은 어쨌든 죄로 만들어야 한다. 판사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처음의 마음을 버린 사람들 때문에 국민들이 검찰과 법조계에 대해 불신이 큰 거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유전무죄 병폐를 낳는 전관예우에 관해선 소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전관예우를 막기 힘들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고위직 판사와 검사는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게 관행이자 문화”라면서 “우리나라도 그렇게 가야 한다는 반성이 있어서, 요새는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출신 가운데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대학에서 강의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정착되면 적어도 부장급 이상 판·검사 출신이라면 변호사 개업을 자제하는 어떤 룰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법적, 제도적으로 칸막이를 쳐버리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미국처럼 각 지방검찰청 단위의 검사장 직선제 실시를 주장한다. 이른바 검찰 분권화다. 이에 대해 과거 문 대통령은 “지방 분권이 확실히 되고 나서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방 분권화가 제대로 되면 검찰뿐 아니라 경찰 역시 분권화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 생각이다. 그는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훨씬 더 지방 분권화가 돼야 하고 동시에 경찰도 분권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10일 서울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文 후보 시절 “공수처, 한시기구”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검찰 개혁은 뭘까. 바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집중된 권한 때문에 ‘무소불위의 검찰’이 됐고 권력의 눈치를 보는 정치검찰이 등장했다. 현재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서 수사권은 경찰에게, 기소권은 검찰에게 분리 조정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개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못 박았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선 해결하지 못했다. 검·경 간 자율적인 조정으로 맡겨놨기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도 이를 반성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강하게 수사권 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수사권이 경찰에게 간 다음에도 경찰이 검찰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거라고 본다. 그게 완전히 제대로 되기 전까지는 고위공직자들이 수사를 받는 기구가 한시적으로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그 기구가 고위공직자뿐 아니라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까지 조사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수처다. 다만 문 대통령은 공수처를 ‘한시적 기구’라고 했다. 언젠가는 사라질 임시 조직이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두 번의 민정수석을 지냈다. 그 시절 아쉬움으로 남은 게 몇 가지 있었다는 소회를 밝힌 바 있다. 공수처 설치 불발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한 일이 여기에 포함된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의 운명》에서 “(공수처 설치는) 국민들의 지지 여론이 높고 (2002년 대선 때) 양대 후보(노무현·이회창)가 함께 제시했던 공약인데도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장애가 생겼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 때문이었다. 대통령 주변 측근과 친인척, 청와대 주변 권력형 비리 위험인물이 기본 대상이다. 그 외 고위공직자들도 모두 망라된다. 국회의원도 당연히 포함됐다. 국회에서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면서 “형평성 문제가 있지만 국회의원을 빼고서라도 추진했어야 할 법안이다. 법안 통과를 목표로 했다면 국회의원을 수사 대상에서 빼는 것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못내 아쉬워했다.

 

그렇다면 현 정부에선 공수처를 만들 수 있을까. 국회의원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정계 원로인 박찬종 변호사는 5월3일 본지와 만나 “공수처는 신설되기 힘들다. 당장 국회에서 법률이 통과되지 못할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공수처 수사 대상에 국회의원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그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겠나”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대선 과정에서 공수처 설치에 대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바른정당 의원들 가운데 반대하는 이가 적지 않다. 따라서 공수처가 설치된다 해도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사정 당국의 큰 축을 담당해 온 국가정보원을 향한 개혁 의지도 강하다. 국정원 개혁안의 밑그림은 국내 정보 기능을 없애는 것이다. 그 대신 대(對)북한, 해외 정보와 국가 안보, 테러, 산업비밀 외국 유출 감시 등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국정원 개혁에 대해 “국정원은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 정치 사찰에 악용됐던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대북한 및 해외, 안보와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최고의 전문기관, 이른바 한국형 CIA(미 중앙정보국)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인권유린의 빌미가 됐던 국정원의 수사 기능을 폐지하고 국가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대공수사를 담당하게 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11일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청와대 본관을 나와 차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며 조국 민정수석(왼쪽)과 얘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형 CIA·FBI 나오나

 

참여정부가 가장 역점을 뒀던 국정원 개혁은 탈(脫)정치와 탈권력화였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 정보활동 탈정치를 위해 국정원 직원의 관공서와 언론기관 상시출입도 아예 금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부터 다시 국정원 직원의 관공서와 언론기관 관리가 부활했다. 기관을 직접 출입하진 않았으나 외부에서 내부 직원들과 접촉하며 동향을 파악했다. 국회도 수시로 드나들며 국회의원 보좌진과 당직자 등을 접촉하며 정치 동향과 소문 등을 수집했다.

 

경찰 개혁도 예외는 아니다. 지방경찰청 분권화도 핵심 과제다. 《대한민국이 묻는다》에 따르면, 경찰 분권화는 2단계를 거친다. 1단계로 범죄수사와 민생을 구분해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누는 방법이다. 2단계는 수사권까지 다 갖는 지방경찰로 완전히 분권화한다. 다만 미국 FBI(연방수사국)처럼 연방경찰제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문 대통령은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지방 분권화가 제대로 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는 장기적인 과제다.

 

이런 이유로 문 대통령은 지방 분권 강화를 강조한다. 그는 “우리 사회가 해야 하는 권력구조 개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지방 분권을 강화하는 것이다”고 역설한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많은 권한과 재정을 지방으로 분산시키자는 주장이다. 그 분권이 이뤄지고 나면 그 토대 위에서 검찰과 경찰 분권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방 분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숙원이기도 했다. 세종시 신설과 대연정을 통한 지역구도 타파를 시도했던 게 그 예다. 그 바통을 문 대통령이 이어받는 셈이다.

 

개혁의 범주에서 국세청도 예외는 아니다. 문 대통령은 국세청에도 메스를 들이댈 공산이 크다. 참여정부 시절 국세청을 ‘보복성 세무조사’ ‘표적성 세무조사’나 하는 정권 운용 수단으로 삼지 않았다고 문 대통령은 회고했다. 국세청을 조세정의를 세우는 본연의 위치로 돌렸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다시 과거 행태로 국세청을 ‘정권유지 수단’으로 돌린 것이 유감스럽다”고 술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영향을 끼친 국세청의 태광실업(회장 박연차) 세무조사를 대표적인 ‘표적 조사’로 강하게 의심했다.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모든 분야에 개혁 드라이브가 강하게 걸렸다. 그런데 총대를 메고 나서야 할 사정 당국은 되레 잔뜩 긴장하며 웅크리고 있다. 개혁의 칼날을 가장 먼저 맞닥뜨려야 하는 형국이 됐다. 사정기관 개혁 과정에서 내부 반발도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된 ‘새 정권과 사정 당국의 일합(一合)’. ‘와신상담’한 문재인 대통령은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참여정부를 반면교사 삼아 임기 내에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전적으로 문 대통령 의지와 추진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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